[동대구로에서] 새 정부 대학정책 근본변화 기대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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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5-10   |  발행일 2017-05-10 제30면   |  수정 2017-05-10
보수정부 8년간 대학정책
자율성 훼손 등 부작용 커
교육부, 정권 하수인 전락
정파적 교육 정책 벗어나
진정한 교육개혁 필요해
[동대구로에서] 새 정부 대학정책 근본변화 기대

지난 8년간 대학가는 그릇된 교육정책으로 적잖은 부작용에 시달렸다. 2008년 이명박정부가 들어서면서 국립대 총장 직선제 폐지에 들어갔고, 사립대는 정부의 선제적인 대학 구조조정으로 자율성이 심하게 훼손되는 결과를 낳았다. 정부 방침을 따르지 않는 대학은 가차 없이 정부 재정지원사업에서 탈락시켜 학생들이 엉뚱한 피해를 입기도 했다.

박근혜정부 들어서는 대학정책이 총체적 난국에 빠질 정도로 파행이 계속됐다. 정부방침에 따라 총장 직선제를 폐지했는데도 명확한 이유도 없이 4분의 1이 넘는 국립대 총장임용을 미루었고, 사실상 역사학자와 교수, 교사 모두가 반대하는 국사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했다. 정유라 특혜입학에 따른 이화여대 특혜제공 등 잇단 파행으로 이번 대선에서 유력 후보들이 교육정책 혁신과 교육부 기능조정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 정도에 이르렀다. 지난 보수정부에서 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교육부가 새 정부 아래에서 수술대 위에 오르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새 정부는 지난 대선과정에서 이미 대학교수단체들과 정책협약을 통해 대강의 대학정책 개혁방안을 잡아 놓은 상태라 생각보다 빨리 교육개혁 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새 대통령은 지난달 우리나라 국립대와 사립대 교수단체를 대표하는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국교련)가 한국사립교수회연합회(사교련)가 제안한 정책협약서를 사실상 수용했다.

우선 국립대가 그동안 줄기차게 요구해온 가칭 국립대학법 제정을 약속했다. 그동안 국립대에 대한 법적지위가 취약해 위상강화에 걸림돌이 돼온 만큼 국립대학법이 제정된다면 국립대에 대한 자율성 확대 및 행·재정적 지원의 든든한 토대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또 국립대 총장 선출방식도 대학자율에 맡기기로 했다.

지난 보수정부의 대학정책 중심축 가운데 하나인 대학구조개혁정책과 정부 재정지원사업의 평가 및 지원방식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대학구조개혁은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학술연구, 학문후속세대 양성 등 대학의 본질적인 기능이 훼손돼서는 안된다는 것이 교수단체의 주장이다. 또 사업별 지원방식은 학교재정 기여도가 낮은 만큼 우수대학에 포괄적 지원을 하는 방향으로 재정지원사업이 변화되기를 대학들은 바라고 있다.

교육농단의 진원지인 교육부는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행정관료의 손에 좌지우지됐던 국가교육정책은 백년대계의 국가교육을 위해 가칭 국가교육위원회를 설립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핵심은 교육부 기능조정 문제다. 정부수립 후 지금까지 권위주의 정부든 진보정권 아래서든 국립대와 사학재단에 변함없이 ‘슈퍼 갑’ 행세를 해온 교육부가 21세기 시대변화에 맞는 교육서비스기관으로 재탄생하기를 지역대학들은 바라고 있다.

이런 외과적 처방과 더불어 반드시 고려돼야 할 것은 더 이상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돼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대통령 5년 단임제 시행과 시·도교육감 선출제 도입 이후 진보와 보수정권 간 교육정책을 둘러싼 헤게모니 다툼은 국가미래를 고려했을 때 매우 위험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교육본질이 이데올로기에 덧칠되기 시작하면서 교육계가 좌우로 나뉘고,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교육과정 도입, 정부와 시·도교육감 간 갈등 증폭 등 한계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새 정부는 그동안의 정파적 교육정책에서 벗어나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정치적 중립성 보장과 교육계의 자율성 향상에 앞장서야 진정한 교육개혁, 대학정책 혁신의 토대가 마련됐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교육정책의 질적 변화를 통해 국가 재도약의 발판이 될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인재양성에 대학이 매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 새 정부 앞에 놓인 시대적 과제다.

박종문 교육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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