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칼럼] 대한민국은 지방분권공화국이다

  • 조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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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5-12   |  발행일 2017-05-12 제23면   |  수정 2017-05-12
[조정래 칼럼] 대한민국은 지방분권공화국이다

지난 대선은 정치적 다양성의 승리다. 문재인 후보 개인이나 더불어민주당의 승리를 넘어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 심상정 모두 의미 있는 성적표를 받아든 선거로 기록될 만하다. 주위의 단일화 종용에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완주를 한 유승민·심상정 후보가 자랑스럽다. 두 후보가 받은 지지는 그들을 살찌울 뿐만 아니라 미래 우리 정치발전의 밀알이 될 게 틀림없다고 위로의 말도 하지 않을 수 없다. 한 표 한 표는 모두 소중하고 등가성을 지닐 뿐 사표는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운다.

국민대통합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넘쳐난다. 다양한 방식으로 제언되는 이 주장들은 대체로 좌와 우, 인사, 지역주의, 소득불평등 등 사회·경제적 불균형을 바로잡으라는 주문으로 집약된다. 이념갈등과 지역주의는 이번 대선에서 드러난 표심에 의해 극도로 약해지거나 와해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대선 민심은 단순한 좌우 정권교체를 넘어 세대교체나 시대교체를 겨냥한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민심의 명령은 새 대통령의 의지만 있으면 실천은 확실하게 담보된다. 그러나 소득불평등 문제는 가장 복잡하고 어려운 숙제다.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 노동구조 개선 등 경제적 부조리는 사회적 대타협을 거치지 않고서는 한 발짝도 나아가기 어렵다. 문재인정부의 리더십과 국민 대통합 능력이 관건이 될 터이다.

지난 대선이 정치적 다양성을 추인했다면 이제 사회경제적 다양성은 무엇으로 확보될지 심사숙고와 심모원려가 모아져야 한다. 정답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기 마련이다. 중앙집권적이고 수도권 일극주의가 분권적이고 다극주의로 혁파되고 전환돼야 한다는 시대정신과 역사의식이 간과돼선 안 된다. 이는 바로 촛불민심의 명령이자 지난 대선 표심의 이면에 자리한 소신일 터이다.

‘바보야, 문제는 지방분권과 지방 자치야.’ 분권과 자치는 어렵고도 쉬운 문제이자, 하지 않으면 안되는 당위의 과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분권개헌에 동의하는 협약을 맺은 바 있다. 다른 대선 후보들도 이에 동의를 하면서 분권개헌의 추동력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게 확보됐다. 남은 건 실천이고, 반대론자들의 벽을 넘는 일이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은 중앙집권 강화 일색 정책으로 인해 지방분권은 역주행과 빈사상태를 면치 못해 ‘잃어버린 10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문재인정부는 대한민국이 분권공화국으로 가느냐 수도권공화국으로 가느냐의 갈림길에 서서 확실하게 분권의 이정표를 세울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노무현정부의 지방분권 정책을 계승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일이기도 하다.

지방분권의 실현은 이론적으로나 원리원칙적으로나 아래로부터, 즉 풀뿌리로부터 시작되고 열매를 맺으면 금상첨화일 터이지만, 지방분권과 풀뿌리 자치가 민초 속에 뿌리를 내리기에는 여전히 토양 부실과 물 부족에 허덕이는 실정이다. 여론 지도층 주도의 지방분권과 자치권의 쟁취가 불가피하다면 가장 확실한 지름길은 제도적 장치의 확보로서 지방분권 개헌을 관철시키는 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일성으로 주창한 국민대통합은 지방분권 개헌으로 시작된다. 국민 대통합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최대 이슈로 등장했다. 한층 높아진 국민의 정치의식 수준에 반비례해 통합을 해치는 색깔론 등 이념은 설 자리가 궁색해졌고 지역주의도 종언을 고하고 있다. 문제는 고질적이고 강고한 중앙집권주의인데, 이는 관료와 언론 등 수도권 기득권론자들에 의해 무시되거나 과소평가되는 바람에 아직도 큰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어 심각성을 더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계기로 제왕적 대통령제가 개혁의 도마에 오른 것과 마찬가지 이치로 중앙권력의 지방 분산·분권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 새로운 국가발전 패러다임으로 떠올랐다. 세월호와 메르스 사태에서 보듯 중앙집권적 시스템은 재난 대응에 인재(人災)를 더할 만큼 무능을 드러냈다. 국가적 재난과 사건은 이처럼 현장을 모르는 중앙관료가 모든 권한을 쥐고 좌지우지하는 한 ‘세월호 7시간’과 같은 비능률과 소모전을 피하기 어렵다는 교훈을 남겼다. 지방분권공화국은 민주공화국이 되기 위한 최소 공약수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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