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 토크] 영화 ‘석조저택 살인사건’ 남도진 役 김주혁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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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5-12   |  발행일 2017-05-12 제43면   |  수정 2017-05-12 08:10
“유일한 취미인 멋진 옷 못 입을 때 속상해 1日1食과 운동”
20170512

배우 김주혁은 젠체할 줄 모른다. 그럴듯한 말로 애써 자신을 포장하거나 영화 홍보를 위한 이른바 ‘영업용 멘트’하는 재능은 눈 씻고 찾아보려야 찾기 힘들다.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연기 잘하는 법을 궁리하고, 멋스러운 옷을 입는 게 유일한 취미인 남자. 투덜거리면서도 은근한 정으로 동생들을 살뜰히 챙겼던 KBS2 ‘1박2일’ 속 어수룩한 구탱이 형의 모습은 곧 실제 김주혁의 얼굴이다. 하지만 그가 스크린으로만 들어가면 180도 달라진다. 영화 ‘비밀은 없다’ ‘공조’에 이어 ‘석조저택 살인사건’까지 연달아 악역 연기를 펼치며 서늘한 매력을 뿜어내고 있다. 대사 없이 눈빛만으로도 관객과 상대 배우를 제압한다. ‘석조저택 살인사건’은 이처럼 김주혁의 날카로운 연기력이 돋보인 작품. 광복 후 경성, 유일한 증거는 잘려나간 손가락뿐인 의문의 살인사건을 그린 이 작품에서 경성 최고 재력가 남도진을 연기한 김주혁은 영화 시작 1시간 만에 등장해 섬뜩한 존재감으로 작품을 이끈다.


예능 구탱이형의 스크린 잇단 악역
경성 최고 재력가인 살인사건 용의자
‘석조…’선 중반 등장 섬뜩한 존재감

“작품 선택 기준은 무조건 시나리오
‘석조저택…’도 원작 있어선지 탄탄
3개 외국어·두 달 피아노 연습 노력”

하루 대부분을 연기 잘하는 법 궁리
“운동은 좋아서 하는 게 아니라 중독
좋아하는 옷 사려고 일본까지 쇼핑”



▶‘공조’로 악역 변신에 성공했다. 촬영은 ‘석조저택 살인사건’을 먼저 했는데.

“사실 ‘공조’의 악역이 더 마음에 든다. ‘공조’에서는 스스로 혁명이라 생각하고 행동하는 캐릭터였다. ‘석조저택 살인사건’의 남도진은 사이코패스 아닌가. 내가 이해하기 힘든 지점이 많았다. 아무래도 연기하는 게 더 까다로웠다.”

▶‘공조’에서도 동판 때문에 그 사단(?)이 일어났는데 이번 작품에서도 그랬다. 이쯤 되면 동판집착남 아닌가.

“우연치 않게 그렇게 됐다. 어쩌다 이렇게 됐나 싶다.(웃음) 어쩔 수 없다. 촬영 순서로는 ‘공조’가 ‘석조저택 살인사건’보다 나중이었는데, 촬영장에 갔더니 아니 글쎄, 익숙한 동판이 있는 거다.(좌중폭소) 그렇다고 동판 때문에 작품을 안 할 순 없잖나.”

▶영화 시작 1시간 만에 등장한다. 임팩트를 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적지 않았을 텐데.

“맞다. 처음부터 등장하면 편한데, 중간에 ‘확!’ 강렬한 인상을 줘야 하니까. 임팩트를 줘야 한다는 부담감, 멋스럽게 등장해야 하는 압박감이 있었다. 거기다 초반에는 얼굴을 보이지 않기 위해 모자로 가리고 나오는데 그게 내가 보기엔 조금 인위적인 느낌이라 불편했다.”

▶남도진의 과거가 등장하지 않는다.

“내 나름대로 만들어 봤는데, 아마도 남도진은 거리를 떠돌며 구두를 닦았던 사람일 것이다. 그러다 사기에 끼를 발견하게 되고, 돈 많은 사람들 흉내도 좀 냈을 것이다. 기본적으로는 사이코패스 성향의 소유자이고.”

▶4개 국어에 능통한 캐릭터였다. 한국어, 영어, 일본어, 독어까지 했다.

“작품 하면서 외국어 선생님을 세 분이나 만나기는 처음이다.(웃음) 외국어라는 게 처음에만 고민을 많이 하고 연습을 줄기차게 해야 한다. 하지만 막상 카메라가 돌아가면 외국어보다 연기가 우선이 된다. 발음 좀 틀렸다고 머뭇거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외국어 발음이나 억양보다 내 연기가 최우선이다.”

▶피아노 장면은 거의 통편집됐다.

“어휴. 얼마나 연습했는데. 내가 그거 때문에 피아노까지 샀다. 물론 지금은 전원도 안켜고 있지만. 두 달 정도 매일 집에서 연습했다. 그런데 이렇게 짧게 몽타주로 등장할 줄이야. 아쉽긴 하지만 영화 전체적 흐름으로 봤을 땐 편집한 게 나은 것 같다.(웃음)”

▶법정신이 하이라이트다. 2주 동안 찍었다고.

“힘들진 않았는데 법정이 2층이었다는 게 독특했다. 내가 위에서 내려다 보는 구조였다. 신기했다. 관객들이 이 구조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영화를 보신 분들이 법정 장면이 조금 더 많았으면 좋았을 것 같다고 하는데, 애초 시나리오부터 많지 않았다.”

▶문성근이 “배우들이 광고 끊길까봐 악역 기피하는 분위기가 불편하다”라는 말을 했다. 동의하나.

“어차피 나는 끊길 광고가 없다.(웃음) 게다가 나는 돈보다는 만족감을 좇는 타입이다. 광고에 연연하지 않는다.”

▶악역을 연달아 하는 데에는 ‘1박2일’ 구탱이 형 이미지를 희석시키려는 의도도 있나.

“그건 오히려 위험하다. 예능 이미지가 있는데 악역을 사람들이 못 받아들이면 어떡하나. ‘공조’가 개봉했을 때 가장 큰 걱정이 그 지점이었다. 관객들이 나를 악역이 아닌 구탱이 형으로만 받아들일까봐. 그걸 받아들여줬다는 것만으로도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배우는 섹시해야 한다는 얘길했다. 무슨 뜻인가.

“외향적인 것뿐만 아니라 많은 고민을 거친 사람에게서 풍겨져 나오는 섹시함이 있다. 꼭 외모적인 부분을 떠나서 말이다. 그렇다고 마냥 진지하기만 하다고 섹시한 건 아니다. 치열한 고민 끝에 느껴지는 섹시함을 말하는 거다. 옷을 야하게 입는다고 꼭 섹시한 건 아닌 것 같다.”

▶최근 다작을 이어가고 있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연기에 대한 의욕이 그 어느 때보다 불타오르고 있다. 여기서 조금만 더 하면 발전할 수 있을 것 같단 느낌이 드니까. 이 감을 떨어트리고 싶지 않아서 계속 작품에 매진하는 것 같다.”

▶예전보다 출연 장르가 다양해진 느낌이다.

“예전엔 들어오는 시나리오의 90% 이상이 로맨틱 코미디였다. 제안해주는 건 고맙지만 나로서는 지쳐있었다. 지금은 악역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르가 들어온다. 감사하고 기대할 일이다. 내 연기의 방향성이 확립되니 연기하는 것도 재밌다.”

▶본인 출연작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다면.

“난 항상 부족함을 느끼기 때문에 남들이 인생작이라고 해도 내 마음에 안 찰 것 같다. 연기할 때 충만함을 갖고 쏟아냈어도 늘 부족함을 느낀다. 아마도 죽을 때까지 내 마음에 100% 드는 작품은 못 찾지 않을까. 사실 나는 담백한 작품을 풍성하게 꾸미는 걸 좋아한다. 디테일이 많으면 힘이 잔뜩 들어간다. 최근 본 작품 중 놀라웠던 건 ‘로스트 인 더스트’와 ‘시카리오’. 그 황량한 느낌. 그 어떤 디테일이 없어도 느껴지는 서스펜스가 있다. 걸작이다.”

▶본인 기사를 잘 안 찾아본다고.

“어우, 심장 떨려 못 보겠다. 마음이 약한 편이다. 내 기사뿐만 아니라 다른 배우들 기사도 안 찾아본다. 대체로 다른 일에 관심이 없다.”

▶그렇다면 뭐에 관심이 많나.

“자랑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하루의 꽤 많은 시간을 연기를 어떻게 하면 잘할까 고민한다. 진짜다. 인터뷰를 하고 있는 지금도 기자님들 한명 한명을 살펴본다. 저 사람은 전형적인 기자처럼 생겼네, 저 사람은 타이핑을 어떤 식으로 하네. 다음에 기자 역을 맡는다면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고 참고한다.”

▶작품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이 있나.

“나는 무조건 시나리오. 보통 잘 읽히는 시나리오가 좋다고들 하는데, 나는 그건 굉장히 위험한 생각 같다. 글이기 때문에 잘 읽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글을 영상으로 만들었을 때 어떨지 고민해야 한다.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더더욱. 글이 완성되지 않았는데 배우가, 감독이 좋다고 ‘만들어가면서 해보자’라는 식의 마인드는 아닌 것 같다. 글과 플롯이 탄탄해야 한다. ‘석조저택 살인사건’을 택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원작이 있어서 그런지 시나리오가 굉장히 탄탄했다.”

▶홍상수 감독은 시나리오를 촬영 당일 아침에 주기로 유명하다. 시나리오도 보기 전 출연한 셈인데.(김주혁은 홍상수 감독의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에 출연했다)

“하하. 홍상수 감독님 얘기는 좀… . 무슨 말만 하면 기사화가 되니까. 분명한 건 감독님 시나리오는 정말 예술이다. 글이 최고다.”

▶영화 외적인 질문이긴 하지만, 옷에 참 관심이 많다.

“내 유일한 관심이자 취미이다. 요새 인스타그램을 보면 전부 다 디자이너, 패셔니스타다. 사실 난 옷 전문용어도 모른다. 옷가게 가면 ‘남방 하나 보여줘요’ ‘회색, 곤색’ 이런 식이다.(웃음) 가령 PK티셔츠랄지 맨투맨이라는 단어도 난 잘 모른다. 옷을 워낙 좋아하니 예전에 막연하게 옷 관련 사업을 해볼까도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안 되겠더라. 내가 옷을 만들 줄 알아, 유통과정을 알아. 사기 당하기 딱 좋지.(웃음) 나는 옷도 딱 한 군데서만 쇼핑한다. 일본까지 옷 쇼핑가는 것도 내가 좋아하는 딱 한 개의 브랜드 때문이다. 이야, 내가 옷을 참 좋아하긴 하나 보다. 옷 얘기하니까 신난다.(웃음)”

▶몸 관리를 철저하게 하기로 유명하다.

“하루에 한 끼 먹고 매일 헬스장에 간다. 운동을 해야 몸이 풀린다. 난 운동을 엄청나게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다. 내가 보기엔 중독이다.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옷을 내가 원하는 핏으로 못 입을 때 속상하다. 예전엔 M사이즈를 입었는데 이젠 안 맞는다니까. 그게 속상해서 운동하는 거다. 디오르가 애들 다 망가트렸다.(웃음) 옷이 예쁘려면 바짝 말라야 한다. 레이어드를 해도 헐렁해야 예쁘지 꽉 끼면 너무 아니잖아.”

▶이유영과 공개 열애 중이다. 결혼은 언제쯤 할까.

“할 때 되면 하겠지. 아니, 할 때 지나지 않았나. 배우를 해서 그런지 내가 40대 중반이라는 게 실감이 안 난다. 여전히 30대 중반 같다. ‘서른 즈음에’라는 노래의 감상을 40대가 되니 알겠더라. 예전보다 10년씩 젊어진 느낌이다. 확실히 나이 앞에 4자가 붙으니 달라지긴 하더라. 컨디션도 예전 같지 않고.”

글=TV리포트 김수정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 제공=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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