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工神으로 가는 비밀노트] 대구중앙고 문 ·이과 1등

  • 이효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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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5-15 08:07  |  수정 2017-05-15 09:49  |  발행일 2017-05-15 제17면
“과학지문, 간단한 그림으로 내용 구조화해 보면 쉽게 풀려”
20170515
대구 중앙고 3학년인 김진현군(아래)과 윤태덕군이 지난 11일 학교에서 나란히 포즈를 잡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둘 다 서울대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스타일은 달랐다. 김군은 “처음으로 돌아가 차근차근 공부하면 늦더라도 때가 온다”고 했고, 윤군은 “누구나 힘든 수험생활 속에서도 스스로 주인공이 되어 공부할 것”을 주문했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맨바닥부터 엉금엉금 기어 꼭대기까지 올라간 사람과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줄곧 정상 자리를 지키는 사람이 있다. 누가 더 대단할까. 대구 중앙고에 이런 고3 학생이 둘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전자는 김진현군(문과)으로 경북예고 2학년 때 자퇴하고 2015년 이 학교 1학년으로 재입학했다. 첫 수능 모의고사에서 5등급을 받았다. 중학교 수학 교과서에 나오는 기본개념을 몰라 국어사전을 뒤져가며 기본기부터 차근차근 공부한 케이스다. 학원도 다니지 않는다. 같은 반 친구들이 자신을 ‘브라더’라고 부른다는 김군은 인터뷰 때 옆에 앉아있는 친구를 가리키며 ‘천재’라고 불렀다. 초등학교 때부터 줄곧 성적이 우수했던 윤태덕군(이과)을 두고 하는 말이다.

지난 11일 오후 3시, 학교 교장실에 나란히 앉은 두 사람은 기자가 ‘공신’ 인터뷰를 언급하자 키득키득 웃었다. “우리가 공신?”이라고 말하며 수줍어했다. 이들은 문과, 이과에서 각각 1등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고2까지 이들의 내신은 1.2, 1.3 정도다. 워낙 공부 관련해 걸어온 길이 다른 두 사람이어서 질문 고르기가 쉽잖았다. 김군에게 먼저 국어 ‘비문학’ 얘길 꺼냈다.

▶비문학 중에서도 과학 지문이 까다롭다는 얘길 자주 듣는다.

△김진현 “4개의 오답과 1개의 정답이 포인트다. 5지선다형이니 1번부터 5번까지 보기 문항을 지문에서 싹 다 찾으면 된다. 이 작업을 숙달되도록 하면 효과가 있다. 글을 읽을 때 중심내용 파악하고 문제의 보기에 나오는 문장과 일치하는 내용을 지문에 표시하면서 틀린 것을 잡아내는 것이다. 공부에 영 흥미가 없는 학생이 공부를 시작한다면 국어부터 시도할 것을 추천한다. 수학이나 영어는 기본기가 필요하지만 국어는 그렇지도 않다. 읽을 줄 알고, 같은 내용과 다른 내용을 찾아낼 줄 알면 고득점을 받을 수 있다.”

△윤태덕 “국어는 맞고 틀리는 데 집착하지 말고 지문을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채점하고 나서가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틀린 문제를 다시 볼 때 조금이라도 애매하다면 넘어가지 않고 끝까지 분석한다. 국어를 ‘감(感)으로 푼다’고 얘기하는데 정반대인 것 같다. 논리를 갖고 풀어야 한다. 중요 문장 표시하고, 접속사 체크해 문단 나누고, 글의 흐름을 인지하면서 읽어내려 가야 한다.”

두 사람은 과학지문을 읽을 때 그림으로 구조화시켜 볼 것을 추천했다. 과학에 대한 글이 어렵다고 하지만 내용을 간단하게 그림으로 도식화해 보면 오히려 문제를 쉽게 풀 수 있다는 것이다. 주로 2개의 주요 개념이 등장하는데, 어느 쪽 개념인지 이해할 정도가 되면 풀리는 문제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수학성적은 쉽게 올라가지 않는다. 끈기를 갖고 수학을 포기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공부해야 하나.

△윤태덕 “수학은 결국 개념정리다. 수학을 공부할 때 공식만 죽어라 암기하면 성적 올리기에 한계가 있다. 근의공식이 왜 필요한 공식인지, 미분과 적분을 왜 공부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 외우기만 하면 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개념을 공부하기 위해 공식의 증명을 알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증명하면서 깨닫는다. 이 공식이 왜 필요한지, 어디에 쓰여야 할지 등을 말이다. 개념을 알고 나면 응용문제가 두렵지 않다.”

△김진현 “이 학교 들어온 후 중학교 공부까지 새로 했는데, 공부하면서 느낀 것은 수학은 정말 조금씩 쌓인다는 것이다. 오늘 이 단원을 공부했다고 다음부터 이 단원 관련 문제를 풀 수 있는 게 아니다. 여러 가지 단원을 배우고 그것들이 머리에 정리가 될 때쯤 하나의 문제가 풀리는 일이 적잖다. 나는 개념을 몰라 수학 전공자들이 만든 블로그에서 증명 방법을 공부했는데, 공부하다보니 어느날 ‘아, 그렇구나!’ 소리가 터져나오더라. 서두르지 말고 수능에 필요한 개념들을 하나하나 알아간다고 생각하고 공부하길 바란다.”

김군은 같은 반 친구들보다 2살 많다. 예고 때 같이 공부했던 친구들은 대학 2학년이거나 군대에 있다. 그런 그가 요즘 당시 친구들을 만나면 가장 많이 듣는 소리가 있다. “부럽다”는 것. 왜 부러울까. 친구들은 김군에게 “점수 맞춰서 대학 간 게 부끄럽다”거나 “그때는 1~2년 다른 사람보다 늦게 대학 가면 큰일 나는 줄 알았다. 중요한 것은 빨리 가는 게 아닌데”라고 고백한단다.

밑바닥서 정상까지 오른 김진현군
“기초없다면 국어부터 시작해 보라
내용 다른 것만 찾을 줄 알아도 고득점
과학지문은 보기와 일치하는 내용
지문에 표시하면서 틀린 것 잡아내
키 크는 때 다르듯 공부결실 시기 차이
포기하거나 목표 대학 낮추지 말아야”


정상 놓친 적 없는 수재 윤태덕군
“수학 실력은 결국 개념정리서 갈려
이 공식이 왜 필요하고 어디 쓰이는지
증명하면서 깨달아야 성적 올라가
국어는 감이 아닌 논리로 푸는 과목
배운 걸 얼마나 소화했는지 알려면
자신의 말로 바꿔 누군가에 설명해보라”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수험생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김진현 “성적이 안 나온다고 쉽게 목표 대학을 낮추거나 포기하지 말라고 얘기하고 싶다. 의기소침해 할 것도 없다. 사람마다 키 크는 시기가 다르듯 공부를 하다가 결실을 보는 시점도 차이가 있다. 그러니 안 된다고 공부에 손을 놓거나 대충 하는 것은 위험하다. 영영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자신의 페이스대로 차근차근 공부해라. 하다보면 결국 목표 지점에 이를 수 있다고 믿어라.”

△윤태덕 “배운 것을 안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설명할 수 있다는 뜻이다. 뭔가를 배웠고 내것으로 소화했는지 알고 싶다면 ‘자신의 말’로 바꿔 누군가에게 설명해보라. 설명을 하다가 막히면 그 지점은 자신이 모르는 부분이다. 그 부분을 다시 공부하고 또다시 설명해가면서 모르는 지점을 계속 줄여나가보라. 분명 성과가 있을 것이다.”

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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