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현 원장의 약초 산책] 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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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5-16 07:53  |  수정 2017-05-16 07:53  |  발행일 2017-05-16 제21면
간질 환자에게 갈아서 물에 타 먹이니 약효
[박종현 원장의 약초 산책] 주사

주사는 수정과 같은 육방정계(六方晶系)에 속하는 광석으로 황화수은을 함유한다. 편상의 경면(鏡面)주사를 선별하여 법제(法製)과정을 거쳐야 약으로 사용할 수 있다. 약성은 차고 유독(有毒)하며 맛은 달다. 색이 붉어 주사(朱砂)인데 갈면 빨간색 천연물감이 나온다. 옛날 ‘녹백’이라는 의원이 살았는데 용하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어느 날 발작을 일으키는 환자가 찾아왔는데 간질의 일종인 전간(癲癎)으로 진단되었다. 녹백이 여러 약초를 처방해 보았으나 호전되는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환자는 답답한 나머지 옆집에 있는 무당을 찾았다. 무당이 굿을 하고 주문을 외우니 병세가 호전되었다. 이런 일이 자주 있다 보니 놀란 경우나 정신병 환자는 녹백을 찾지 않고 바로 무당에게 가기 일쑤였다. 자존심이 상한 녹백은 무당이 굿을 하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무당이 제물을 올리고 춤을 추더니 복숭아 나뭇가지로 환자를 몇 번 때렸다. 그러고는 물 한 사발을 내놓더니 부적을 꺼내 주문을 외웠다. 읽고 난 부적을 물에 담그고 환자에게 마시게 했다.

굿이 끝나고 녹백이 다가가 남겨진 물을 마셔보니 그냥 맹물이었다. 부적도 보통 종이였다. 집으로 돌아온 녹백은 치료되는 과정이 궁금하여 며칠간 고심했다. 마침내 부적의 글씨가 주사로 쓴 것이라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다. 녹백은 곧바로 전간 환자에게 주사를 갈아 물에 타 먹여보았다. 그랬더니 차도를 보이면서 호전되어 갔다. 이때부터 주사는 여러 수치(修治)과정을 거쳐 약재로 사용되었다. 주사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정신을 편안하게 한다. 본경(本經)에 “정신을 맑게 하고 혼백을 편안히 한다”고 되어있다. 경간(驚癎)을 치료하여 태독(胎毒) 두독(痘毒)을 해소한다. 심열(心熱)을 치료하며 풍기(風氣)를 물리치는 데 쓰인다. 과량 및 연속 사용을 금한다. <제생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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