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불리는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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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5-16 07:49  |  수정 2017-05-16 07:49  |  발행일 2017-05-16 제25면
[문화산책] 불리는 노래

옛날 옛적에 “시월의 유신은 김유신과 같아서…”로 시작되는 노래를 어린 학생들에게 부르게 했다.

‘산토끼’ 가락에 가사를 붙인 이 곡은 여학생들이 고무줄놀이를 하면서 많이 부르기도 했다. 가르쳐서 부르긴 했지만 재미도 흥도 없어서 좀 부르다가 만 것 같다. 그보다는 어린 나이에도 배호의 ‘돌아가는 삼각지’ 같은 노래를 부른 기억이 있다. 배호가 부른 ‘0시의 이별’은 금지곡이 되기도 했다. 그 이유는 0시에 이별을 하면 통행금지를 위반하기 때문이라는 것.

광복이 되어 우리 노래를 마음껏 부르자고 했지만 많은 노래를 부르지 못했다.

갖가지 이유를 붙여 못 부르게 했는데 그 가운데는 반말을 쓴다는 참으로 웃지 못할 것도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부르지 못하게 해도 어떻게든 불러서 노래를 살렸다. 불러라 불러라 해도 안 부르는 노래가 있는가 하면, 부르지 말라고 해도 자꾸 부르는 노래가 있다. 많은 사람이 어떤 노래를 좋아하고 부른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처럼 노래(음악)는 사람들의 정신에 곧바로 닿아서 어떤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많은 노래를 같이 부르면서 삶을 이어간다.

어느 때고 들을 수 있고 부를 수 있는 노래는 그래서 다른 창작물에 비해 힘이 세다 할 수 있다. 듣거나 부르면 금방 기분이 좋아지거나 위로가 되거나 새로 힘이 생겨나기도 하는 때문이다. 위정자들이 국민의 입과 귀를 막고 조종하겠다는 어처구니없는 짓을 많이 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본래대로 다 같이 부른다고 한다.

어떤 노래에서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아픈 것을 드러냈다면, 그리고 그 노래를 많은 사람들이 불렀다면, 그것은 한 시대의 유산이고 증언이 된다. 갓 출발한 정부의 행보 앞에 ‘파격’이라는 단어가 많이 붙는다. 그러나 파격이라기보다 사실 상식대로 하는 것이 아닌가. 상식은 많은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비상식이 군림했으면 새 정부의 상식적인 행보가 파격으로 불릴까.

우리나라 어디를 가도 노래방이 있다. 정말 노래를 좋아하고 많이 부른다. 슬프고 즐겁고 그리운 노래를 부르면서 살아간다.

다 같이 부르면 좋은 노래가 얼마나 많은가. 그렇게 부르면서 같은 마음이라는 위안도 얻고 힘든 날을 하루하루 극복한다. 김한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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