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자동차 엔진오일 코팅제

  • 인터넷뉴스팀
  • |
  • 입력 2017-05-19   |  발행일 2017-05-19 제21면   |  수정 2017-05-19
[기고] 자동차 엔진오일 코팅제
이창섭 계명대 화학전공 교수

현대사회를 사는 우리는 누구나 자동차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자동차를 움직이게 하는 동력은 엔진이지만, 이 엔진을 원활하게 작동하게 해주는 것은 바로 엔진오일이다.

엔진오일의 역할은 엔진내부에 유막을 형성시켜 마찰을 완화하고 마모를 줄이는 내마모 작용, 금속의 방식작용, 엔진 냉각작용, 연소가스 밀봉작용, 세정작용 등 윤활부분에 가해지는 압력을 골고루 분산시켜 주는 역학적 분산작용을 한다.

자동차는 연료만으로도 작동할 수 있지만, 윤활유가 없으면 금방 고장이 나고 수명이 단축된다. 이는 우리 몸이 활동하는데 탄수화물, 단백질 및 지방만을 섭취해도 에너지를 얻을 수 있지만, 효소역할을 하는 비타민을 섭취해야 대사가 원활해지고 면역력을 증진시킬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엔진오일은 기본적으로 윤활작용을 하는 광유 또는 합성유로 된 기유와 오일의 기능을 보완해주는 첨가제의 혼합물로 구성된다. 여기에 최근 제3의 기능을 하는 엔진오일 코팅제가 첨가돼 엔진오일의 기능을 향상시켜주고 있다. 이 엔진오일 코팅제는 실린더 내벽과 피스톤 사이에서 완충역할을 하고, 액체윤활제의 윤활작용에 상승효과를 일으키는 고체윤활제의 역할을 한다. 즉 엔진오일 코팅제를 사용하면 자동차의 엔진내부를 이 고체윤활제로 코팅함으로써 자동차는 물론 기계시스템의 마찰을 줄여 내마모성을 향상시키고 고온성을 확보해 자동차 및 기계설비의 수명을 더욱 연장시킬 수가 있다.

그렇다면 이 엔진오일 코팅제로서는 어떤 소재가 사용되는 것일까. 초기에 사용된 고체윤활제는 그래파이트로 지난 40여 년간 공업윤활제로 사용돼 왔다. 그런데 이 그래파이트는 적절한 습기가 있는 환경에서만 잘 작동하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어 건조한 환경에서는 그리 효과적이지 못하다. 반면에 몰리브덴 디설파이드(MoS2)는 그래파이트와 같은 층상구조를 가지는 고체물질로서 건조한 환경에서는 작동하지만 습도가 높은 곳에서는 잘 작동하지 않는 반대의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해주는 소재가 바로 텅스텐 디설파이드(WS2)이다. 이 텅스텐 디설파이드는 다층벽 구상형 구조를 가지는 새로운 고체윤활제다. 그래파이트나 MoS2에 비해 내산화성이 크고 가혹 환경에서의 윤활특성이 우수해 최근 자동차뿐만 아니라 정밀기계 및 우주선에도 적용되고 있으며 초소형 볼베어링과 같이 실린더 내벽와 피스톤 사이를 구르며 우수한 윤활작용을 한다. 이 WS2 고체윤활제는 1960년대 미국에서 합성돼 NASA의 우주선에 적용돼 극한 환경에서 탁월한 윤활성이 입증된 후 1980년대부터 민수용 제품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얼마 전부터는 국내에서도 자동차에 적용한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여기에 최근 국제윤활유학회에서 차세대 고체윤활제 소재로서 다루어지고 있는 물질이 있으니 이것이 바로 ‘꿈의 신소재’라고 불리는 그래핀이다. 그래핀은 탄소원자들이 SP2 혼성결합을 하고 있는 이차원의 나노구조체로 높은 물리·화학적 안정성을 가지며 강철보다 200배 이상의 강도와 뛰어난 신축성을 가져 기계부품이나 강철 볼의 표면에 직접 부착될 수 있다.

따라서 이 물질을 실린더 내벽에 코팅하면 피스톤과의 마찰을 줄여 자동차 엔진의 내마모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가 있다. 이 물질은 친유성이 아니므로 엔진오일에 바로 녹일 수 없지만 물질의 표면을 친유성 기능기로 개질하면 엔진오일 코팅제로 적용할 수 있다. 이 물질을 엔진오일에 첨가하면 가혹한 환경에서도 엔진을 보호해 주행이 부드러우며 자동차 엔진의 수명을 연장시킬 수가 있다. 나아가 앞에서 소개한 텅스텐 디설파이드와 이 기능화된 그래핀을 함께 사용하면 엔진오일에서 환상의 하모니가 이루어지지 않을까. 이 꿈의 신소재를 이용한 엔진오일 코팅제가 국내는 물론 아직 국외에서도 상품화되지 않은 상태이니 앞으로 이 신제품으로 자동차는 물론 다른 기계 산업에서의 윤활효과를 기대해 본다.
이창섭 계명대 화학전공 교수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