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국정교과서 폐기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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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5-19   |  발행일 2017-05-19 제23면   |  수정 2017-05-30

국정 역사교과서가 결국 폐기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사흘 만인 지난 12일 교육 분야 첫 업무지시로 국정교과서 폐기를 지시했다. 그러자 교육부는 이날 오후 짧은 보도자료를 냈다. ‘교육부는 새 정부 공약과 12일 대통령 지시사항을 이행하기 위해 중등 국정 역사교과서를 폐기하기로 하였다. … 교육부는 구분 수정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하는 등 개정 절차를 조속히 밟을 예정이다.’ 네 줄짜리 짧은 문장이 전부다.

2015년 10월22일 교육부가 국정 한국사 교과서 발행계획을 공식발표한 뒤 그동안 온 나라를 들쑤셔 놓고는 단 몇 마디 문장으로 폐기를 알렸다. 이유는 ‘대통령 지시사항’ 이행이다. 그리고 지난 16일 교육부는 ‘중·고등학교 교과용도서 구분 재수정안’을 행정예고했다. 중학교 역사·고교 한국사 과목에 다시 검정 교과서만 두도록 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앞서 2015년 11월 중학교 역사와 고교 한국사 과목에 국정 교과서를 쓰도록 하는 내용의 고시를 확정했는데 이에 대한 재수정안인 셈이다.

교육부는 정권이 바뀌어도 외형적으로는 일관성(?)을 지키고 있다. 대통령 지시사항을 충실히 따르는 것이다. 그게 공직자의 본분을 다하는 것인지, 아무 생각없이 맹목적으로 수행하는 것인지는 본인들이 더 잘 알 것이다.

박근혜정부 ‘국정농단’ ‘교육파행’의 상징적인 조치 중에 하나라 할 국사교과서 국정화는 결국 폐기됐지만 지난 1년 반이 넘는 기간 학계와 교육계에 남긴 생채기는 쉬 아물 것 같지 않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교육부는 학계와 교육계 절대 다수가 반대하는 데도 일사천리로 일을 진행하고, 집권당은 부화뇌동했다. 대통령이 탄핵된 뒤에도 무슨 이유인지 교육부는 지난해 12월27일 ‘2017년 3월부터 모든 중고교에서 국정교과서를 전면 적용한다’는 기존 방침을 철회하기는 했지만, 내년 3월부터는 역사교과서 국·검정 혼용제도를 도입해 국정과 검정 가운데 하나를 학교가 골라 사용하게 하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이게 무슨 의도인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러자 신임 대통령이 폐기를 지시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원상태로 되돌려 놓았다. 참 염치없는 짓이다. 할 말 많지만 한마디만 하자. 우리가 늘 손가락질하는 일본보다 못한 짓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박종문 교육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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