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아줌마부대 몰고 다니는 ‘15년차 노래강사’이종수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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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5-19   |  발행일 2017-05-19 제35면   |  수정 2017-05-19
“노래교실 통해 세상과 소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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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교실 수강생이 5천명에 이르는 인기 노래강사 이종수씨. 대구·경북지역에서만 15곳에서 노래교실을 열고 있다. <아트센터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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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하고 있는 이종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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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센터달에서 진행되는 이종수씨의 노래교실 모습.

지난 4월28일 아트센터달(대구 수성구 천을로)에서 열리는 ‘이종수가요교실’. 200여석의 자리를 거의 메운 수강생들이 박수를 치며 이종수씨가 부르는 노래를 따라하고 있다. 합창단도 아닌데 거의 한목소리를 내는 듯한 모습과 수시로 활짝 웃음을 지으면서 이씨의 노래나 말이 끝날 때마다 박수를 치는 모습에서 수강생들의 열의가 전해졌다. 이종수씨의 수업은 단순한 노래수업이 아니었다. 노래를 가르치면서 수시로 정치, 경제, 문화이야기를 곁들였다. 때때로 중년층이 겪는 고민들도 슬쩍 짚어주면서 같이 아파하고 고민하는 모습도 보였다. 대구·경북지역을 주무대로 활동하는 노래강사 이종수씨는 전국적으로 알려진 명강사이다. 현재 지역에서만 15군데를 돌며 수업하고 있으며 5천여명의 수강생이 그의 수업을 듣고 있다. 수업요청이 더 들어와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수업을 하고 특강까지 뛰고 있다고 한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노래강사가 300명에 이르는데, 한명의 강사가 5천명의 수강생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이씨는 전국에서 최고 많은 수강생을 가지고 있다며 수줍은 웃음을 지었다. 그 비결이 궁금했다.


고교 때 밴드활동으로 소심한 성격 탈피
15년 前 노래강사로 마이크 잡는 계기돼
아트센터달 등 대구경북 주무대 활동
지역 15곳 5천여명 ‘전국 최다 수강생’


대부분 40∼70대 여성…15년된 회원도
상담과 환갑·생일 이벤트 등 유대 돈독
토크 접목한 콘서트형 수업 인기 한몫
음반 낸 적 없지만 10년째 콘서트 개최


▶어떻게 수강생이 5천명이나 될 수 있는가.

“현재 아트센터달만 해도 수강생이 330명이 넘는다. 2015년 말부터 아트센터달에서 금요일 강의를 했는데 수강생이 200명이 넘어 강의실에 수강생을 더 이상 수용할 수 없었다. 그래서 월요일반을 더 만들었다. 월요일반도 수강생이 최근 130명을 넘어섰고 현재도 꾸준히 늘고 있다. 이외에도 수성구 두산문화센터에 500명씩 2반이 진행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강북동아문화센터, 새마을금고문화센터 등에서도 강의하고 있다.”

▶수강생이 이렇게 많은데는 나름대로의 비법이 있을 듯하다.

“저는 노래강사 역사에서 보면 2.5세대쯤 된다. 1세대는 60대 중반, 2세대는 50대 후반, 2.5세대는 50대 초중반이다. 1세대는 노래만 가르쳤지만 2세대로 넘어오면서 다른 것도 곁들여 수업분위기를 바꿔나가기 시작했다. 나는 단순히 노래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수강생들의 인생상담을 해주거나 사회적 이슈들에 대한 대화도 나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우리 생활에 관련된 전반적인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그렇다보니 수업 전에 스스로 많은 공부를 한다. 인문학, 문화예술에 대한 책을 많이 읽고 시사 정보를 얻기 위해 신문 등도 참고한다. 이런 것들이 수업분위기를 더욱 부드러우면서 재미있게 하고 수강생들에게도 더 알찬 시간이 되도록 만드는 것 같다.”

▶인생상담을 해준다는데 이 부분에 대해 좀더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길게는 15년, 짧게는 몇년씩 수업을 듣는 분이 많다보니 자연스럽게 그 분들의 삶도 들여다보게 됐다. 저는 수업때 이벤트를 자주 한다. 수강생 대부분이 40대 후반에서 70대까지이다. 이 분들의 환갑 및 칠순, 자녀 출가시 약간의 돈을 내어 떡 등의 간식을 사먹으면서 축하의 시간을 가진다. 매월 2차례 생일을 맞은 회원들에게 생일축하의 노래를 불러주는 이벤트도 벌인다. 별다른 일이 아닌데도 이러한 일에 감동받고 행복해하는 분들이 많다. 이 과정에서 회원들끼리 유대감도 돈독해진다. 제가 강의하는 대부분의 문화센터에서 수강생들이 모임을 결성해 1년에 한두 차례 소풍 가는 것도 보기 좋은 일이다. 개인적인 일들에 대한 이벤트가 많다보니 자연스럽게 수강생 개개인의 가정사도 알게 되고 제가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으며 같이 고민해 준다.”

▶수업시간에 미니콘서트도 한다고 들었다.

“수업만 하면 자칫 지겨워질 수 있다. 15년 전 노래강사를 시작할 때 수업을 듣던 분 중에 아직까지 듣는 분들도 상당수에 이른다. 아트센터달에서 열리는 노래교실의 수강생도 현재 절반 이상이 처음 수업할 때 듣던 분들이 계속 듣고 있다. 그렇다보니 노래수업만 하는 것으로는 강의에 대한 집중도를 높이는데 한계가 있다. 그래서 노래 외에 다른 것들도 많이 접목하는데 미니콘서트도 그 일환으로 마련했다. 월 1회 정도 초대가수를 불러 콘서트를 연다. 이런 측면에서 제 수업은 토크콘서트형 수업이라고 할 수 있다.”

▶아트센터달에서 자기관리가 철저한 분이라고 칭찬을 하던데.

“노래강사를 오랫동안 하려면 자기관리에 철저할 수밖에 없다. 아무 생각없이 수업에 들어와 노래만 가르치면 바로 수강생들이 줄어든다. 수업 내용을 내실있게 꾸려나가는 것은 물론 강의할 때 의상, 수업의 전체적인 분위기 연출 등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 이렇게 완성도 높은 수업을 지향하다보니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스스로 공부하는 부분도 많다. 그래서 성취감과 보람이 더욱 커지는 듯하다.”

▶어떻게 노래강사를 시작하게 되었는가.

“고등학교때 밴드활동으로 처음 음악을 접하게 됐다. 기타로 시작했으나 노래에 소질이 있어 보컬로 활동했고 이어 노래강사로까지 자연스럽게 연결됐다. 성격이 내성적이고 소심해서 노래를 통해 성격을 바꿔보고 싶었는데 이게 효과가 있었다. 예전에 비해 성격이 많이 밝고 활달해졌다.”

▶노래교실 외에 다른 강의도 많이 하는 것으로 안다. 대구외 다른 지역에서의 활동도 많은 듯하다.

“노래강의만이 아니라 행복, 유머, 인문학강의도 많이 한다. 주로 공무원,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강의다. 전체 강의에서 노래강의는 70%, 다른 강의가 30%이다. 활동지역도 대구·경북과 다른 지역이 7대 3 비율이다. 노래강의를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부분은 처음 왔을 때 표정이 어두웠던 분들이 수업을 마치고 나갈 때 활짝 웃는 모습을 보는 것이다. 중장년층 수강생이 많다보니 삶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견디기 힘들어하거나 갱년기증상을 앓고 있는 분들도 많다. 노래를 하면 자연스럽게 이런 힘든 부분들이 치유된다. 수강생의 90%이상이 여성이다. 전업주부들이 대부분인데 혼자 가정에 있다보니 외롭고 폐쇄적인 분들이 많다. 이런 분들이 노래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새로운 인간관계를 만들어가면서 자신의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것이 좋다.”

▶노래교실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가.

“노래교실은 처음 취미생활을 하는 분들이 부담없이 접할 수 있는, 취미생활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특별난 재능이나 준비물이 필요없다. 그냥 노래교실에 와서 즐겁게 노래를 부르고 가면 된다. 노래교실에 재미를 붙여서 다른 취미생활로 배움을 넓혀가는 경우가 많다. 고무적인 현상이다. 누구나 부담없이 참여해 노래를 부르다보면 일상생활의 우울함, 어려움 등이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이런 측면에서 노래교실은 만병통치약이다. 아직 별다른 취미가 없는 분이 있다면 바로 집에서 가장 가까운 문화센터를 찾아 노래교실부터 참여해 보길 바란다. 새로운 세상이 열리고 삶이 바뀐다. 노래교실에서 만족감을 얻었다면 다른 장르에도 도전해 보면 좋다. 삶이 훨씬 풍요로워진다.”

▶10년 전부터 매년 대형콘서트도 열고 있다.

“지난해 영천시민회관과 수성아트피아에서 2차례의 공연을 펼쳤다. 두 공연장 모두 2천석 정도의 객석규모였는데 전석 매진되었다. 나는 아직 음반을 한번도 낸 적이 없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많은 관람객이 찾아왔을까. 관객의 90%가 내가 진행하는 노래교실의 회원들이다. 유료관객들이라 전석매진되면 관람료 수입이 꽤 많겠다고들 하지만 최고 수준의 공연장에서 최고시설의 기기를 사용해 공연을 한다. 그래서 입장료수입을 모두 공연에 재투자한다. 노래교실 회원들이 나에게 보내준 사랑을 좋은 공연으로 되갚는다는 의미에서 마련한 공연이다. 그래도 이 공연에서 많은 보람을 느낀다. 나를 좋아해주고 이렇게 공연장까지 찾아오는 수강생들을 보면 수업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다지게 된다.”

▶회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는데.

“회원분들이 중장년층이 대부분이다보니 이들의 건강이 걱정이다. 늘 건강을 챙기라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긍정적인 생각을 갖기를 바란다. 스스로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다. 수업때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란 말을 자주 한다.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자신의 삶을 중요시하길 바란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그동안 나를 사랑해준 많은 노래교실 회원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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