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진단] TK 정치권 새 판 짜야

  • 이영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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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5-23   |  발행일 2017-05-23 제30면   |  수정 2017-05-23
문재인정부 초반 핵심인사
호남 독차지, 충청 일부약진
TK 완전소외는 심각한 문제
대구경북 의원 협의체 구성
지역 현안 공동 대응해야
[화요진단] TK 정치권 새 판 짜야
이영란 서울취재본부 부국장

‘우려가 현실이 되는 걸까.’ 향후 5년간 대한민국을 이끌 문재인정부의 조직 구성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발표되는 인사내용을 지켜보며 드는 착잡함이다. 진보정권이 들어서면 김영삼·김대중·노무현정부 시절 15년에 걸쳐 광범위하게 진행됐던 TK 출신 소외가 다시 시작될 것이라는 걱정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럴 조짐이 농후해 보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문재인정부 초반 인사의 특징은 호남 선호다. 청와대 비서실장과 국무총리가 모두 호남 인사가 된 것은 전례를 찾을 수 없는 일인데, 21일 발표된 인사에서 청와대 서열 2, 3위인 국가안보실장, 정책실장 등 요직이 호남 독차지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국적으로 고르게 인사를 등용하겠다”고 한 대탕평 정책이 호남인사 발탁으로 귀결되는 셈이다. 여기에 충청과 서울 출신이 일부 약진하는 형국이다. 영남권에서 TK 2명을 포함해 3, 4명 정도다.

물론 아직은 초반인 만큼 더 지켜봐야 할 일이다. 또 지난 보수정권 9년 동안 각종 인사에서 아무래도 TK 출신들이 유리한 입장이었던 것은 분명하니 정권이 교체된 마당에 당분간 좀 뒤로 물러나 있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다.

문제는 22일 출범한 사실상의 인수위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도 TK 출신이라곤 교수 출신 한명 정도만 확인된다는 점이다. 과거 정부의 사례에서 보면 ‘인수위원’들은 해당 정부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따라서 문재인정부 5년간 국정운영 로드맵을 마련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TK 출신이 완전히 소외되었다는 것은 문제가 심각하다. 인사소외는 물론이고 지역공약 반영이 어렵고, TK의 각종 사업들은 그만큼 뒷전으로 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지만 대구·경북의 힘이 되어야 할 TK 여야 정치권의 무기력은 커 보인다.

당장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의 4선 김부겸(대구 수성구갑), 재선의 홍의락 의원(대구 북구을)이 있지만, 호남과 PK(부산경남)가 주축인 문재인정부에서 얼마만큼 존재감을 보여줄지 미지수다.

하루아침에 야당으로 분열된 범보수진영에서는 4선 중진들이 TK 구심점이 되기는커녕 ‘떠도는 신세’로 전락했다. 대선에 패배한 바른정당의 4선 유승민(대구 동구을)·주호영 의원(대구 수성구을)은 탄핵과 분당에 대한 책임론으로 지역여론이 크게 악화되어 있고, 한국당의 최경환 의원(경산)은 공천파문과 박근혜정부 실패 유탄으로 조기에 정치 전면에 나서기 쉽지 않아 보인다. 대구 유일의 3선인 조원진 의원(대구 달서구병)은 골수친박 모임이 만든 새누리당 대선주자로 나서기 위해 한국당을 탈당한 만큼 왕따 신세나 다름없다.

이 때문에 TK 정치권이 주도 세력 교체를 통한 ‘포스트 박근혜’ 리더십 구축에 나서는 것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TK 정치권의 주류인 자유한국당의 체질개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계파 패권주의와 선수(選數) 우선주의를 배격하고, 능력에 따른 지도자 발굴과 육성으로 지역인재를 키워내야 한다.

그 중심 역할을 대구시당 위원장, 경북도당 위원장이 맡아야 한다. 중진 중심의 구심체가 와해된 만큼 대구시당 위원장, 경북도당 위원장의 역할이 막중한데 지금과 같이 초·재선에서 돌아가며 위원장을 맡는 시스템으로는 ‘위기의 TK’를 감당하는 것은 역부족이다. 왕년 야당시절때 대구시당, 경북도당이 어떻게 운영되었는지 살펴 보다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변경되어야 한다.

이것을 토대로 자유한국당 대구·경북의원 협의체도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 말로는 TK가 한몸이라고 하지만 지난해 ‘공항’ ‘사드’ 문제가 터졌을 때 보았듯이 두 집단 간 간극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TK의원 협의체’를 통해 일사불란한 힘있는 야당이 된다면 지역현안을 챙기기가 그래도 좀 낫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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