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범어동 대공분실 주민센터로 바뀐다

  • 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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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5-24 07:24  |  수정 2017-05-24 07:24  |  발행일 2017-05-24 제8면
수성구청 9억5천만원에 매입
범어2동 주민센터 사용 추진
대구 범어동 대공분실 주민센터로 바뀐다
범어2동 주민센터로 바뀌어 시민들 곁에 다가올 옛 ‘대구경찰청 범어동 대공분실’ 전경.
<대구시상수도사업본부 제공>

1980년대 서슬 퍼런 군부독재 시절, 민주화·노동운동을 하다 연행돼 온 대학생과 노동자들이 남모를 고초를 겪었던 대구시 경찰국(현 대구경찰청) 범어동 대공분실. 이곳이 최근 민원행정의 최일선 공공기관인 수성구 ‘범어2동 주민센터’로 변모할 채비를 서두르고 있어 적잖은 화제가 되고 있다.

23일 대구시와 수성구청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수성구청은 범어동 대공분실 부지(면적 1천82㎡)의 실소유자인 대구시상수도사업본부로부터 9억5천여만원을 주고 터를 매입했다. 낡고 협소한 범어2동 주민센터를 이 곳으로 이전하기 위해서다. 현재 동주민센터와는 150m 정도 떨어져 있어 이용에 큰 불편은 없을 것으로 판단한 것. 수성구청은 오는 9월 착공을 앞두고 현재 건물 설계작업에 한창이다.

시대의 아픔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이곳이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기까지는 무려 30년이 걸렸다.

대구시상수도본부에 확인한 결과, 대구시 소유의 자연녹지지역인 범어동 대공분실 부지는 상수도본부가 줄곧 관리해왔다. 신군부가 위세를 떨치던 1985년쯤 경찰국에서 2층짜리 건물을 신축했다. 시유지였지만 어수선한 시국상황 탓에 경찰이 일단 건물부터 짓고 무상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범어동 대공분실 건물은 상호가 없고, 늘 단단한 철문으로 닫혀 있었다. 일선 경찰서와 달리 지도상엔 드러나지 않고, 주소만 존재했다. 이 비밀스러운 장소가 세상에 드러난 것은 1987년 고(故) 박종철씨가 고문에 의해 숨진 서울 남영동 대공분실(2005년 폐쇄) 사건 때문이었다.

대구시상수도본부의 정식 무상사용허가는 2009년 3월에야 났다. 범어동 대공분실은 2014년 12월17일까지 경찰이 사용했다. 건물이 용도 폐지되자 근무인력은 모두 경찰청 건물로 옮겨갔다. 이후엔 마땅한 용처를 찾지 못한 채 방치됐다.

2015년 8월쯤 대구시의회가 부지 활용방안 마련을 다그쳤고, 당시 동주민센터 이전을 저울질하던 수성구청이 4개월 뒤 상수도본부 측에 건물사용 여부를 타진했다.

대구의 또 다른 대공분실인 이른바 ‘대명동 대공분실’은 앞산 빨래터 인근에 있다. 아직 경찰청 보안수사대가 쓰고 있다. 물론 지금은 과거처럼 시국사범을 ‘손보는’ 곳이 아니라 본연의 업무인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자를 조사한다.

수성구청 측은 “시대적 아픔이 깃든 곳이지만, 주민행정 서비스 향상을 위해 요긴하게 활용할 것”이라며 “사업비 26억원을 투입, 주민자치센터·다목적실도 구비한 지상 4층짜리 동주민센터 건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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