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렬의 미·인·만·세] 당신이 보는 것은 당신이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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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5-24   |  발행일 2017-05-24 제30면   |  수정 2017-05-24
[김옥렬의 미·인·만·세] 당신이 보는 것은 당신이 보는 것이다
도널드 저드 작 ‘무제’
[김옥렬의 미·인·만·세] 당신이 보는 것은 당신이 보는 것이다
현대미술연구소 소장

“당신이 보는 것은 당신이 보는 것이다.” 미니멀아티스트인 프랭크 스텔라의 말이다. 이 말이 지시하는 것은 ‘보고 있는 그 순간의 실제’, 보는 사람이 경험하는 현실을 강조하는 말이다. ‘보여주는 것과 보는 것’이 만나는 순간이다. 미니멀아트는 바로 이 순간의 순수한 만남을 위해 비대상적이고, 비재현적이고, 비이미지적이고, 비표현주의적이고, 비주관적인 것을 추구했다. 바로 미니멀아트를 이르는 말이다.

미니멀아트는 ‘최소한의 예술’이다. 이 예술은 의식적으로 착시의 극소화를 취했다. 일체의 것을 배제한 최소한의 예술을 위해 기존의 예술개념을 거부했다. 왜 최소한인가. 최대한의 의미를 부여하거나 최대한의 효과를 내려고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미술은 인지상정 안에 머물지 않는다. 뭔가 다른 것,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을 시도한다. 미니멀아트 역시 20세기의 실험적 도전이라는 새로운 길에 들어섰다. 그 길은 착각이나 착시를 걷어내고 보이는 것 그대로를 보여주고자 하는 미술가의 태도였다.

미니멀아티스트의 관심은 회화도 조각도 아닌 특수한 오브제(Specific Object)에 있다. 그것은 개인의 감정이나 착시를 일으킬 만한 이미지나 손수 제작의 흔적조차 제거하는 것이다. 이는 작가의 독창성이 강조되는 예술의 일반적 인식을 뒤집는 것이었다. 이러한 인식의 역전은 전통적인 요소를 제거하고 나서도 여전히 예술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예술 그 자체의 한계를 실험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실험은 환영적인 공간이 아닌, 사물의 직접성, 비계층적 배치, 제작하거나 구성하는 미술이 아닌, 장소에 의해 새롭게 규정되는 오브제의 제시였다. 그리고 물체의 가장 기본적 요소를 통해 관객으로 하여금 물체가 놓인 장소를 탐색하게 했다.

대표작가는 도널드 저드(Donald Judd)다. 그는 차가운 산업재료인 철이나 알루미늄 혹은 플렉시글라스(Plexiglas)로 동일한 규격과 형태를 규칙적으로 배열해서 바닥이나 벽면에 설치했다. 그것은 사물이 위치한 특정한 공간에서 보여주는 것(오브제)과 보는 것(관람자)의 상호작용의 시도였다.

이렇게 미니멀아트는 최소한의 것, 미술의 본질적인 요소만으로 회화와 조각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시도했던 미술이다. 도널드 저드의 ‘무제’는 그의 대표작 중의 하나다. ‘무제’는 감정을 배제한 재료 자체의 특성이 강조된 기하학적이고 단순한 입방체를 일정한 간격으로 배열한 것이다. 그 앞에서 보고 있는 것의 실제성은 보여주는 것의 장소와 시간이다. 나란히 배열된 오브제는 보여주는 것과 보는 것이라는 두 개의 현실이 공존한다. 바로 ‘당신이 보는 것은 당신이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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