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브제 내면에 주목…조각가의 흥미로운 설치 작업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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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5-25   |  발행일 2017-05-25 제23면   |  수정 2017-05-25
대구 봉산문화회관 유리상자 초대
28일까지 임용진 작가 ‘기록’展
“기록은 예술적 경험 발굴하는 장치” 작품1∼44번 서울 아시아프서 완판
오브제 내면에 주목…조각가의 흥미로운 설치 작업
임용진 작가가 봉산문화회관 유리상자에 설치된 캐스팅 자전거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막바지다. 대구 봉산문화회관 유리상자에 초대된 임용진 작가의 ‘캐스팅 전시’가 오는 28일 막을 내린다.

경북대 예술대학원에서 조각을 전공하는 작가의 흥미로운 설치 작업이다. ‘기록’이라는 타이틀이 붙었다. 작가는 일상의 사물을 캐스팅해 작품으로 만들었다.

유리상자에 설치된 캐스팅 사물은 자전거, 체인블록, 스케이트보드, 안경, 바이스, 절단기다.

실물 크기의 자전거는 공중에 매달았다. 나머지 사물은 해체된 채로 바닥에 전시됐다. 정교하게 캐스팅한 부품들로 구성됐다. 유적발굴 현장 같은 느낌을 준다. 작가는 실리콘 캐스팅을 선택했다. 정확도가 뛰어나 기록이라는 의미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2년 전 전공실에서 컵, 주전자, 딱풀 같은 제품을 봤는데, 너무 예뻤다. 제품을 작품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대한 제품 그대로 만들기 위해 애를 썼다”고 말했다.

오브제가 갖는 외형의 미를 작품으로 재전환하던 작가는 한걸음 더 들어갔다. 오브제가 갖는 내면에 주목했다. 그래서 제품을 분해해 캐스팅했다. 작가는 “완제품일 때 안 보이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왜 오브제의 재현인가. 작가는 “역사책을 보면 역사적 사실이 글로 표현돼 있다. 오브제를 캐스팅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작가는 캐스팅 작품에 번호를 붙인다. 지금까지 51번이다. 45번 작업부터 오브제를 분해하기 시작했다. 1~44번 작품은 지난해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아시아프를 통해 모두 판매됐다.

작가는 다음 달 열리는 교내전에 사다리나 마트 카트를 캐스팅해 출품할 예정이다. 언젠가는 자동차를 캐스팅할 생각도 갖고 있다. 작가는 “캐스팅은 섬세한 기법이다. 무거운 주제는 아니지만 천천히 보면서 섬세하게 보는 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봉산문화회관 정종구 큐레이터는 “임용진의 ‘기록, 캐스팅’ 행위는 일상의 현실 생활에서 예술적 경험의 충만감을 발굴하려는 몰입 장치”라고 분석했다. (053)661-3500

글·사진= 조진범기자 jj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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