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사람을 닮은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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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5-25 07:53  |  수정 2017-05-25 07:53  |  발행일 2017-05-25 제23면
[문화산책] 사람을 닮은 도시
김향금 <대구현대미술가협회장>

도시에 살고 있다는 나는 도시에 대한 어떠한 고민들을 해봤는가. 예술가인 나는 도시를 어떻게 바라보고 인식하고 있는가. 나의 삶의 터전은 바다도 산도 아닌 도시에 있다. 대구라는 도시에서 작업을 하면서 살고 있다. 그런데도 나는 공간적 개념의 대구를 크게 마음속에 그려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몇 년간 ‘대구현대미술’이라는 기획을 하면서 대구의 정신과 역사에 대한 고민을 해본적은 있었지만, 내가 살고 있는 공간인 도시에 대한 작은 청사진 하나 품어 본 적이 없었다.

지난해 협회의 ‘해외교류전’과 ‘해외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만들겠노라 하며 유럽에 두 달을 다녀온 적이 있다. 대부분의 시간을 브뤼셀과 레오폴스버그, 그리고 파리에서 보냈다. 처음 접해본 유럽의 문화는 이제까지는 가져보지 못했던 또 다른 영감을 나에게 주었다.

세상의 모든 길은 삶과 연관되어 있다. 가보지 않아도 익숙했던 건물들의 아름다움만큼이나 내게 아름다웠던 것이 있다. 브뤼셀의 광장이나 파리의 거리를 걷노라면 이방의 연인과 사람들의 몸과 몸이 꿈틀거리는 모습에서 낯선 취기 같은 영감에 취하곤 했다. 마치 오랜 역사를 품은 삶에 대한 경이를 대신하고 있는 모습 마냥 어떤 생명의 에너지가 내게 마구 흘러 들어왔다. 내 몸의 깊은 곳에 박혀 있는 내가 살고 있는 공간에 대한 영감이며 한국이라는 도시에 대한 상상이었다.

파리에 있으면서 주인장을 따라 올라 가게 된 거리의 상가건물 옥상은 60여m쯤 되는 하나의 도시공원으로 조성되어 있었다. 생태적인 정원의 모습을 가지고 있어서 마치 숲길을 걷는 듯했다. 도시공원은 낯선 곳에서의 긴장을 이완시키고 예술가만의 자유로운 여유를 되찾게 해주었다. 나는 그 길을 걸으면서 화면으로만 보아왔던 뉴욕의 ‘하이라인’을 상상했다. 지역민의 오래된 철로에 대한 애착과 창의적 표현이 9m 높이의 하이라인을 만들어냈다. 뉴욕의 도심 위에 펼쳐진 하이라인과 같은 파리의 도심생태공원을 만난 이후로 일을 하다가 마음이 어수선할 때면 가끔씩 산책을 한다. 화실 옆 건들바위 위로 나있는 축대에 올라가 남산동의 골목길까지, 그리고 성모당으로 향하는 긴 산책을 하면서 사람도 풍경을 닮아 갈 것이라는 나만의 스토리를 상상하고 꿈꾸어 본다. 산세를 사람이 닮아 가듯이, 사람도 도시를 닮아 갈 것이기에 삶의 빈 여백을 채울 수 있는 도시를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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