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없이…朴 전 대통령 ‘나홀로 재판’

  • 김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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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5-26   |  발행일 2017-05-26 제4면   |  수정 2017-05-26
두번째 공판 침묵 속 다소 여유
피곤한 듯 눈 문지르거나 하품

25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법원종합청사 서관 417호 형사대법정.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법관 3명이 들어와 박근혜 전 대통령(65)의 두 번째 공판 시작을 알렸다.

피고인 대기실 문이 열리자 박 전 대통령이 들어섰다. 이틀 전 첫 공판에 출석할 때와 마찬가지로 집게와 핀으로 ‘트레이드 마크’인 올림머리 형태를 했고 남색 정장 차림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불리하다고 생각되는 내용은 진술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재판장의 진술거부권 고지 안내를 받은 뒤 피고인석을 향했다. 이틀 전 첫 공판에서 머뭇거렸던 것과 달리 자리에 앉기 전 변호인과 재판부에 가볍게 목례하며 옅은 미소를 지어 보이기도 했다. 최순실씨는 이날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재판은 이틀 전 첫 공판과 비교해서 다소 긴장이 누그러진 상태에서 진행됐다. 첫 기일과 달리 카메라 촬영을 허용하지 않았고, 법정 군데군데 빈자리가 눈에 띄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변호인의 변론을 지켜볼 뿐 직접 의견을 개진하지 않고 내내 침묵했다. 낮 12시20분께 휴정 직전 재판장이 “할 말이 있나"라고 묻자 “나중에 말하겠습니다"라고 대답한 것이 박 전 대통령의 발언 전부였다.

검찰과 변호인이 향후 재판 절차를 의논하는 동안 피곤한 듯 잠시 감은 눈을 손으로 문지르거나 하품을 하기도 했다. 초반에는 꼿꼿한 자세를 유지하다가 재판이 길어지자 팔걸이에 몸을 의지하거나 손으로 턱을 괴는 등 다소 긴장이 풀린 모습이었다. 변호인이 발언하는 내용을 들으면서 서류를 넘겨보거나 변호인과 이야기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등 한결 여유로운 모습도 보였다. 피고인석에 놓인 모니터에 나오는 기록을 들여다보다가 필기구를 손에 쥔 채 변호인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 중 유영하·채명성·이상철·김상률 변호사가 법정에 나왔다. 검찰에서는 서울중앙지검 이원석 특수1부장과 한웅재 형사8부장 등 검사 8명이 출석했다.

변호인들은 박 전 대통령을 “대통령" 또는 “박근혜 피고인"으로 지칭했다. 앞선 공판에서 변호인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나 “전직 대통령" 등으로 여러 호칭을 뒤섞어 사용한 바 있다.

변호인단과 검찰은 이날 증거조사를 두고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변호인단은 검찰이 그동안 증인들이 법정에서 진술한 내용 가운데 검찰에 유리한 것만 소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은 진술에는 피고인에게 유리한 내용도 있다고 반박했다.

박 대통령 측은 또 증인 신문 일정을 두고도 삼성 뇌물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확보한 152명의 진술조서를 모두 증거로 사용하기를 거부했으며, 152명 모두를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상현기자 sh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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