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가상화폐 비트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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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5-26   |  발행일 2017-05-26 제22면   |  수정 2017-05-26
인플레이션·부채와는 무관
개인에서 개인으로 보내고
통제하는 중앙정부도 없어
투명성과 보안 유지 가능
디지털왕국 통화 정착할 듯
20170526
박상우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랜섬웨어(Ransomware) 사태가 있은 후 비트코인(Bitcoin)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비트코인 열기’는 현재의 지급결제시스템의 진화속도를 간파한다면 무시하고 지나갈 수 없는 매우 중요한 트렌드의 변화라고 봐야 할 것이다. 비트코인의 개발자는 2009년 ‘나카모토 사토시(Shatoshi Nakamoto)’라는 일본식 이름의 가명을 쓰는 프로그래머로 알려지고 있다. 암호해독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면 누구나 비트코인을 발행할 수 있다. 비트코인은 2145년까지 발행량이 2천100만 개로 정해져 있고, 4년마다 발행량이 앞의 4년 동안 발행된 양의 절반으로 제한된다. 현재 절반 정도가 발행돼 있지만, 발행량 제한으로 인플레이션, 부채와 관련이 없는 새로운 화폐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비트코인은 화폐가 본질적으로 어떤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비트코인은 실물도 없고 그냥 전자적으로만 존재하는 화폐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완전히 ‘열린 시스템’, 즉 누구나 발행할 수 있고, 제대로 운영되는지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고, 은행을 거칠 필요도 없다는 점에서 차원이 다른 가상화폐다. 비트코인을 사두고 싶은 사람은 전자지갑을 통해 ‘열쇠 암호’로 거래하면 되기 때문에 은행이 중간에 낄 필요가 전혀 없다.

비트코인은 P2P 네트워크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이를 소지한 사람은 작은 은행으로서의 기능을 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분산통화’라고 불리기도 한다. 기존의 화폐는 중앙정부가 통제하지만 기본적으로 비트코인에는 이를 통제하는 중앙정부가 없다. 비트코인은 금(gold)에 비유하면 그 성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금은 중앙정부에 의해 발행되는 것도 아니고 그 가치에 대해 보증문서를 써주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금에는 가치가 있다’고 인정한다. 또 전세계적으로 금의 매장량이 한정되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비트코인의 공급량이 한정되어 있어 그 가치가 유지되고 있다.

비트코인은 어떤 방식으로 사용될 수 있는가. 비트코인은 기존의 결제화폐와는 달리 P2P 방식으로 개인에서 개인으로 직접 보낼 수 있으며 은행이나 통화 교환소를 거칠 필요가 없다. 일반 화폐와 마찬가지로 비트코인으로 비디오 게임, 선물용 상품, 책, 서버 등을 살 수 있으며 달러, 유로, 원화 등 다양한 화폐로 환전도 가능하다. 거래와 관련해서 발생하는 수수료도 존재하지 않는다. PC나 모바일 기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누구나 비트코인을 디지털 지갑에 보유할 수 있으며 결제시 쉽게 송금할 수 있다. 전자 서명이 붙은 상태에서 암호화된 정보는 비트코인 네트워크로 전송되고 인증이 완료되면 거래가 성립하게 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가지 특징적인 것은 거래가 항상 익명 정보로 네트워크에 기록되기 때문에 투명성과 보안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비트코인의 활용은 어떻게 전망할 수 있을까. 국경이 사라지고 모든 게 글로벌화되어 가는 현시점에서 본다면 향후 비트코인은 ‘디지털 왕국’에서 통용되는 통화가 될 확률이 매우 높다고 볼 수 있다. 2016년 6월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계기로 글로벌 자금이 달러화와 엔화뿐만 아니라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으로도 몰리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비트코인이 앞으로 혁신적인 신개념의 전세계 통용 화폐로 발전할 것인지 아니면 한번의 물거품으로 사라지게 될지는 좀더 두과 봐야 할 듯하다는 주장이 우세하였다. 비트코인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비트코인이야말로 전형적인 폰지 스킴(Ponzi Scheme, 피라미드식 사기)이라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변했다. 비트코인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으며 아울러 실물화폐로 바꿔주는 환전상과 거래소 역시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기존의 신용카드뿐만 아니라 달러 중심의 통화체계에도 크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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