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핫 토픽] 알파고, 이러다간…

  • 윤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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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5-26   |  발행일 2017-05-26 제22면   |  수정 2017-05-26
[미디어 핫 토픽] 알파고, 이러다간…
인공지능 기술이 인간의 상상을 뛰어넘을 만큼 발전하고 있다.

지난 23일 알파고와 첫 대국에서 무릎을 꿇은 세계바둑랭킹 1위 커제는 담담했다. “졌지만, 화는 나지 않는다.” 그가 이렇게 패배를 받아들이는 것은 두 가지 경우로 해석될 수 있다. 하나는 20세의 어린 나이지만 그의 기품이 배어나온 발언이거나, 또 하나는 알파고는 절대 이길 수 없는 상대임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이날 중국 저장성 우전의 국제인터넷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바둑의 미래 서밋’에서 커제는 한 집 반으로 졌다. 그는 “현재로서는 약점이 보이질 않는다. 바둑의 신(神)에 가까워지고 있다”며 알파고에 경외감마저 드러냈다.

구글의 인공지능(AI) 바둑프로그램 알파고는 지난해 한국에서 이세돌 9단을 4승1패로 제압할 때보다 훨씬 무섭고 강하게 돌아왔다. 이세돌과의 대결을 준비할 때는 구글이 100만번의 대국 데이터를 알파고에 가르쳤다고 한다. 바둑의 수는 무한대로 많게 보이지만 결국은 유한하다. 따라서 데이터를 많이 축적하면 할수록 승리의 가능성은 높아진다. 또 컴퓨터의 연산 속도가 인간보다 훨씬 앞서 알파고는 시간싸움에서도 유리하다.

그런데,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커제와 대국을 펼친 알파고는 단순히 데이터만 축적한 ‘암기’ 수준을 벗어나 인간의 영역인 ‘창의성’까지 무장했다. 기존에 대거 학습한 기보 방식에만 얽매이지 않고, 예측불허의 ‘기발한 수’를 둔다는 것이다.

커제와의 첫 대국을 마친 후 알파고에 대한 찬사는 이어졌다. 인간보다 더 완벽하게 아름다운 바둑을 구사한다는 평가다. 바둑 국가대표 코치 이영구 9단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저렇게 둬도 되나’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저렇게 두는 거다’라는 느낌을 받았다”며 알파고의 자유로운 발상에 놀라워했다.

한 네티즌은 “텐센트가 운영하는 바둑사이트에서 신원 미상의 9단이 세계랭킹 1위 커제와 2위 박정환을 비롯한 프로바둑기사 9단에게 46연승 했다. 나중에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 신원 미상의 ‘master 9단’이 알파고였다”고 전했다.

딥러닝(Deep Learning·사람처럼 스스로 학습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인공 신경망을 기반으로 한 기계 학습 기술)을 통해 알파고는 시간이 갈수록 인간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똑똑해진다. 이제는 바둑보다 경우의 수가 더 많고 상황 고려까지 필요한 ‘스타크래프트2’에서 인간과 대결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인간의 삶을 풍족하게 하기 위한 수단인 과학은 계속 발전하고 있지만 두려움도 생긴다. 알파고는 아직 ‘감성’은 없다. 미래 어느 날, 감성까지 갖춘 로봇이 오히려 인간을 지배한다는 공상과학영화를 이제는 재미로만 볼 수 없게 됐다.

윤제호 뉴미디어본부장 yoon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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