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사는 걱정에 잠도 안와…로또가 유일한 희망”

  • 백승운,손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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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5-27 07:08  |  수정 2017-05-27 09:18  |  발행일 2017-05-27 제1면
■ 대구 본리동 ‘로또 명당’
1등 당첨자 12차례 배출 복권방
인생역전 노리는 손님들로 북적
20170527
로또 복권 1등 당첨자가 12번이나 나온 대구 달서구 본리동의 한 복권방에 손님들이 길게 줄지어 서있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로또 열풍이 다시 불고 있다. 지난 1분기(1~3월) 판매액이 1조원을 넘었다. 1조원 돌파는 단가를 2천원에서 1천원으로 내린 2004년 이후 처음이다. 올 연말까지 4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당첨확률 814만5천60분의 1. 매회 당첨자가 나오지만 그 행운의 주인공이 ‘나’일 확률은 거의 없다. 그런데도 먹고사는 게 팍팍한 서민들에게 로또는 말 그대로 ‘기댈 언덕’이다. 당첨만 되면 ‘인생역전’은 한순간이다. 로또 열풍의 현장인 복권방을 찾아 서민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26일 찾은 대구 달서구 본리동의 한 로또 복권방. 1등만 무려 12번 당첨된 ‘로또 명당’이다. 12번 당첨은 대구·경북에서 유일하다. 전국에서도 손에 꼽히는 ‘실적’이다. 2005년 6월18일 133회차에 첫 1등(14억5천만원) 당첨자가 나온 이후 2007년, 2008년, 2010년에 각각 1명씩 ‘대박’을 터뜨렸다. 2012년부턴 해마다 1등 당첨자가 나오고 있다. 가장 많은 당첨 금액은 2007년 4월7일 227회차 52억5천만원이다. 특이한 점은 2012년부터 짝수해에는 2명, 홀수해에는 1명의 당첨자가 나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평일인 이날 복권방은 이미 ‘인생역전’을 노리는 손님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백발의 노인부터 20대 대학생까지 남녀노소 불문이었다.

“추첨일이 가까워지는 목요일부터는 정신이 없어요. 토요일에는 긴 줄이 가게 밖에까지 이어지죠. 일주일에 평균 7천명 정도가 찾는데, 그 중 토요일에 3천여명이 몰려요. 입소문이 나면서 서울·경기·대전·부산·광주 등 전국 각지에서 찾아와요.”

손님은 대부분 서민들이다. 그들은 ‘불경기에는 로또밖에 없다’는 심정으로 복권방을 찾고 있다. “이 집이 명당이라는 소문을 듣고 왔죠. 일주일에 꼭 한번은 여기서 복권을 구매해요. 경기가 불황일수록 기대심리가 높아져 더 사는 것 같아요. 일용직으로 근근이 먹고사는데 요즘 일거리가 너무 없어요. 그러다 보니 복권이라도 되면 좋겠다는 생각에 찾곤 하죠.”(50대 초반 일용직 노동자)


“요즘 취업 걱정 때문에 밤에 잠이 안와요. 그렇다고 미래에 대한 확실한 보장도 없고요. 1등 되면 뭐할 거냐고요? 직장에 다닐 생각은 없고 펜션 같은 것 운영하면서 여유있게 살고 싶어요.”(매주 복권방에 들른다는 대학 4학년생)


“홑벌이 남편 월급으로는 살림살이가 빠듯하거든요. 아이를 봐줄 어른들도 없어서 생업에 뛰어들 수 있는 형편도 아니고요. 로또라도 당첨되면 좋겠다싶어 매주 복권을 사죠.”(초등생 아이 둘을 둔 30대 후반 주부) 돈 나올 구석이 빤한 직장인이나 자영업자에게 ‘로또’는 한 줄기 희망티켓이 된다. 당첨 확률이 벼락 두 번 맞을 확률보다 낮은 게임이든 말든 상관없다. 인터뷰를 마치고 기자 역시 복권 몇장을 손에 쥐었다.

 백승운기자 swbac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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