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판선 엄한 감독…경기 후엔 자상한 父

  • 명민준
  • |
  • 입력 2017-05-29   |  발행일 2017-05-29 제26면   |  수정 2017-05-29
■ 소년체전 씨름꾼 삼부자
선수출신 父 정진호 감독
둘째 택한군 용장급 우승
첫째 택훈군 용사급 출전
모래판선 엄한 감독…경기 후엔 자상한 父
28일 태안군민체육관에서 열린 소년체전 초등부 용장급 우승자 정택한군(가운데)이 형 택훈군(왼쪽), 아버지 정진호 감독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구시체육회 제공>

삼부자(三父子) 씨름꾼이 대구 대표로 소년체전에 출전해 화제다.

대구 동원초등 정진호 감독(44)과 첫째 택훈군(영신중 3), 둘째 택한군(동원초등 5)이다.

28일은 아우의 날이었다.

택한군은 이날 태안 군민체육관에서 열린 제46회 전국소년체전 씨름 초등부 용장급(55kg 미만)에서 청주 금촌초등 김태주를 2-0으로 누르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택한군의 결승전이 시작되자 씨름장 밖에서 몸을 풀고 있던 형 택훈군이 뛰어들어와 큰 목소리로 동생을 응원하는 따뜻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29일에는 형 택훈군이 중등부 용사급(62.1~64kg)에서 금메달에 도전한다.

택훈군의 실력은 이미 씨름판에서 정평이 나있다. 초등학생 시절이었던 2014년에는 소년체전 우승을 포함해 전국대회에서 5관왕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동생 택한군도 차세대 유망주로 떠오르고 있다. 초등학생답지 않게 고급 기술인 들배지기와 잡채기를 능수능란하게 구사한다.

두 형제를 전문적으로 가르친 사람은 아버지 정 감독이다.

택훈군은 동원초등 재학 시절에 감독인 아버지의 권유로 샅바를 잡았고, 형을 지켜보며 동작을 익혔던 택한군도 정식으로 씨름부에 가입했다.

두 아들을 직접 지도하다보니 마음 아플 때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한다.

정 감독은 “우리 애들 편애한다는 얘기 들을까봐 더 엄하게 했다. 아이들 앞에서는 엄한 감독일 테지만 모래판 뒤에서는 속상해서 눈물을 훔치기도 하는 아버지”라고 말했다.

정 감독 역시 동원초등에서 씨름을 시작했고, 영신중·고를 거쳐 대구도시가스에서 선수생활을 했다. 선수 시절 여러 전국대회에서 수상을 했지만 유독 장사타이틀과는 인연이 없었다. 그래서 두 아들에게 씨름을 권유했다고.

정 감독은 “우리 아이들이 기본적인 운동신경과 기술을 구사하는 센스가 나보다 나은 것 같다. 내가 이루지 못한 장사타이틀을 언젠가는 거머쥘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산에서 명민준기자 minjun@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스포츠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