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NEWS : 대학생 기자단이 간다] 문화는 사라지고 상업적으로 변질

  • 장보민 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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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02   |  발행일 2017-06-02 제21면   |  수정 2017-06-02
인기가수 따라 우르르…대학축제 이대로 괜찮을까
[YNEWS : 대학생 기자단이 간다] 문화는 사라지고 상업적으로 변질
축제가 한창인 지역의 한 대학에서 인기가수 공연이 열리고 있다. 최근 들어 대학 축제가 인기가수 초청공연에 큰 관심을 두고 있어 축제의 취지가 변질되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학 축제시즌 인기가수 초청공연 일정인 일명 ‘축제 라인업’이 대학가의 화두가 되고 있다.

대구·경북에서도 지난달 16일 경북대를 시작으로 31일 대구대까지 대학별 축제가 열렸다. 하지만 인기가수의 초청공연이나 주막촌이 주가 된 대학축제를 놓고 대학 구성원이 중심이 돼야 할 축제의 취지가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축제예산 절반가량 가수 섭외비
일부 대학 주류회사 후원받기도
선정적인 주막촌 포스터도 논란
"놀거리 치중…청년문화 사라져”

최근 대학별 인기가수 초청공연 일정이 공개되자마자 SNS에는 대학별 공연 날짜를 정리한 달력 이미지가 순식간에 퍼졌다. 학생들이 축제 자체보다 인기가수 공연에 더 관심을 가진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초청 인기가수의 인지도와 명성에 따라 대학축제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고 참여 여부를 결정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축제 라인업에 맞춰 다른 대학으로 원정축제를 즐기러 가는 학생도 상당수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각 대학 축제만의 고유 브랜드가 필요하다. 인기가수에 따라 대학을 선택해 축제를 즐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매년 인기가수 초청공연에 드는 고비용 역시 문제가 되고 있다.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13~2015) 전국 134개 4년제 대학의 축제 예산 중 인기가수 섭외 비용은 평균 43%(약 3천411만원)를 차지한다. 50%를 훌쩍 넘기는 대학도 있고, 인기 아이돌 그룹의 섭외비가 1회 공연에 6천만원을 넘어가기도 한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요즘 대학 축제가 인기가수들의 가장 큰 돈벌이 행사라고도 불린다. 대학생들이 비싼 등록금으로 힘들어하는 현실에 이런 과도한 상업화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고액의 인기가수 섭외비용으로 인해 일부 대학은 주류회사와 계약을 맺기도 한다. 축제 기간 교내에서 기업 제품 홍보 활동을 허용하고, 인기가수 초청공연을 지원 받는 식이다. 대표적인 예로 오비맥주는 매년 대학 축제를 후원하는 ‘카스 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도 전국 6개 지역 13개 대학에서 진행했으며, 대구·경북에서도 영남대(17일)와 경북대(18일)에서 콘서트가 열렸다. 이를 두고 대학축제 문화를 상업적으로 변질시켰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역의 한 대학 학생회 집행부로 활동하고 있는 A씨는 “인기가수 초청공연을 하지 않으면 학생들이 축제에 많이 참여하지 않는다”며 “고액의 초청비로 인해 주류회사와 계약을 하지 않으면 섭외가 어려워 어쩔 수 없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임 교수는 “학생회 집행부에서 학생이 주최가 되는 축제를 기획할 능력이 없다면 이는 굉장히 부끄러운 일이다. 이런 식의 상품화는 대학 내의 행사로서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주막촌과 관련한 논란 또한 계속되고 있다. 선정적이고 비윤리적인 포스터와 홍보문구, 지나친 호객행위는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과도한 음주로 인한 폭력사태와 미성년자 음주 등도 문제가 되고 있다.

무엇보다 주막촌과 인기가수 초청공연이 축제의 주가 되다 보니 각 대학 축제의 특색을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대학 축제만의 특색이 없다”거나 “놀거리에 치중된 프로그램이다” 등의 비판이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다.

과거 대학 축제는 시대의 고민과 그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성찰을 담은 학술제·문화마당으로 이뤄졌다. 반면 주막촌과 초청 인기가수의 공연이 주가 된 현재의 대학 축제는 대학의 특성조차 살리고 있지 못하다.

허 교수는 “기성세대와는 다른 대학만의 문화가 담겨 있는 축제가 무엇인지 오랜 고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임 교수는 “대학은 지역에서 굉장히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 만큼 지역공동체와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학생들이 직접 기획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글·사진=장보민 대학생기자 kgl0203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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