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 세상보기] 미세먼지 방지용 마스크를 챙기며…

  • 진정림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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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07   |  발행일 2017-06-07 제14면   |  수정 2017-06-07
[시민기자 세상보기] 미세먼지 방지용 마스크를 챙기며…

요즘 현대인의 필수품은? 바로 미세먼지 방지용 마스크다. 우리집 현관에는 언제부터인지 마스크가 수북이 담긴 통이 놓여있다. 가격도 천차만별이지만, 우리 가족은 개당 100원쯤 하는 일회용 마스크를 애용한다. 바빠서 마스크를 가져간다는 걸 깜빡하더라도 아이 가방은 물론 내 가방이나 남편의 차량 조수석에는 어김없이 마스크가 자리해 있다.

미세먼지가 마치 모든 질병의 원인인 양 유난을 떨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내가 사진 찍는 취미를 가진 최근 몇년새 맑은 하늘은 별로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둥둥 떠있는 뭉게구름과 파란 하늘은 가을의 상징이다. 하지만 지난해는 맑은 하늘을 몇 번 못보고 가을을 떠나보낸 것 같다. 더욱이 올 봄도 황사나 꽃가루보다 미세먼지가 더 걱정스러운 나날을 보냈다.

미세먼지 정보를 알고 외출하는 것이 날씨가 흐린지, 맑은지 아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정보가 돼버렸다. 기상캐스터들도 날씨에 이어 미세먼지 농도를 필수적으로 알려준다. 심지어 나는 미세먼지 수준이 ‘나쁨’을 나타내는 날에 마스크를 쓰지 않고 외출하는 사람을 보면 ‘건강에 대한 자신감이 대단한 사람들’이라며 비꼬는 못된 버릇까지 생겨버렸다.

지난 대선기간 후보자들이 빠짐없이 미세먼지 방지대책을 내놓았다는 것도 미세먼지가 우리 삶의 질과 얼마나 가까워졌나를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된다.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자 느닷없이 미세먼지의 원인으로 고등어가 등장하는가 하면, 정부 등을 향한 근거없는 소문들도 떠돌았다.

미세먼지의 원인 중 자동차 배기가스가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을 느낀 적도 있다. 미세먼지가 극심했던 지난달, 일본에 갔다가 대구공항에 도착하는 순간 숨이 턱 막혔다. 가이드도 몇년새 그렇게 느꼈고, 심지어 일본에 가면 숨통이 트인다는 것. 우리나라와 달리 장난감처럼 작은 경차들이 지나다니는 일본의 도로 모습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이제 소비가 미덕인 시대는 지났다. 소유한 자동차의 크기로 자신의 존재감과 정체성을 확인하려는 것은 오히려 우리 모두의 숨통을 조이는 폭력물이 될 수도 있다. 절제가 미덕이고 배려인 시대로 접어들었다. 더운 날씨에 걸칠 옷은 얇아지는데 미세먼지 방지용 마스크, 자외선 차단용 선글라스까지 주렁주렁 챙겨야할 것만 점점 많아진다.

진정림 시민기자 truefores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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