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안의 한국학 권위자 “원더풀 문경”

  • 남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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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08 07:11  |  수정 2017-06-08 07:26  |  발행일 2017-06-08 제2면
■ 前 하와이대 부총장 슐츠 박사
문경새재·옛길 박물관 방문
‘아름답고 조용한 도시’ 예찬
숙박 시설·대중교통 어려움
외국인 관광 개선점 지적도
20170608
문경요를 방문한 에드워드 슐츠 박사가 천한봉 도예가에게 문경도자기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문경시 제공)

“문경은 한국의 진정한 멋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한국학의 세계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전 하와이대 부총장 에드워드 슐츠 박사(73)가 최근 문경을 다녀가면서 새로운 한국의 매력을 발견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내년 학술대회의 사전 답사차 최근 내한한 슐츠 박사는 처음으로 문경을 찾아 대승사 사불암, 문경요, 문경새재, 옛길박물관 등을 둘러봤다. 영남일보는 슐츠 박사가 귀국한 뒤 e메일 인터뷰를 통해 그가 보고 느낀 문경에 대해 들어봤다.

문경에 대한 첫 인상을 묻자 슐츠 박사는 “옛길과 도자기 문화에 대한 강렬한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며 “아주 멋지고 조용한 문경은 아름다운 산속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감동적”이라고 답했다. 특히 아름다운 자연이나 풍성한 특산물만큼이나 좋았던 것은 친절함과 고향에 대한 자부심을 가진 문경 사람들이라고 밝혔다.

한국학 연구를 위해 안동과 경주 등을 주로 답사했던 슐츠 박사는 “유적이나 교통 접근성 등을 비교하면 문경이 두 도시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면서도 문경만의 장점을 강조했다. 그는 “문경은 한국의 진정한 멋을 느낄 수 있는 조용한 장소다. 서울에서 2시간 거리에 있어 방문하기에도 편하다. 이런 점을 알리면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충분히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슐츠 박사의 ‘조용한 문경’ 예찬론은 계속됐다. “자연스러운 아름다움과 매력적인 장소의 조합이 가능한 곳이 문경”이라는 그는 “대승사 사불암 등도 좋았지만 조선시대 사람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문경새재가 가장 인상 깊었다”고 밝혔다. 옛길박물관과 아리랑 유물, 도자기 가마 등도 문경의 매력이라고 덧붙였다.

슐츠 박사는 개선해야 할 점에 대해서도 의견을 제시했다. “여행일정이 빠듯한 외국인이 문경을 방문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호텔 등 숙박시설과 대중교통이나 자전거 등을 이용한 주변 여행 가능성의 불확실성은 한국어가 안 되는 외국인에게 장애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끝으로 그는 “지난 문경 방문은 ‘뜻밖의 횡재’를 한 것 같은 느낌”이라며 “내년 학술대회 때 꼭 다시 올 것”이라고 약속했다.

1966년 당시 22세 때 평화봉사단원으로 우리나라를 첫 방문한 슐츠 박사는 이후 서강대에서 고려사를 전공했으며 50여년간 한국에 대한 연구로 한국학의 최고 권위자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한국에서도 잘 선호하지 않는 최충헌의 무신 정권기를 연구해 ‘무신과 문신’이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삼국사기와 고려사절요를 영어로 번역해 우리의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특히 10여년 전 고구려와 발해의 옛 역사를 중국의 역사로 만들려는 중국정부의 동북공정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하는 등 친한파 학자이기도 하다.

한편 미국 하와이대 부설 이스트웨스트센터는 내년 8월23일 한국에서 300여명이 참석하는 가운데 한국학 학술대회 겸 동창회를 개최한다.

문경=남정현기자 nam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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