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대구는 지금 교육다운 교육을 위한 상상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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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12 07:36  |  수정 2017-06-12 07:36  |  발행일 2017-06-12 제15면
[행복한 교육] 대구는 지금 교육다운 교육을 위한 상상이 절실하다

강낭콩과 옥수수의 싹트기부터 자람까지 실험을 하면서 식물의 한살이를 공부하고 있다. 물과 온도, 빛이 식물에게 얼마나 중요한 조건인지를 알아보는 실험이다. 그런데 같은 조건을 만들어주어도 씨앗이 싹트는 때는 다 다르다. 씨앗의 종류가 다르면 싹트는 때가 다르다는 것은 누구나 이해하지만 같은 종류의 씨앗인데도 싹트는 때가 많이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어떤 씨앗은 실험이 끝날 때까지 싹이 트지 않아서 그만 쓰레기통에 버려버렸다. 그랬더니 어느 날 쓰레기통에서 햇빛을 보려고 줄기가 30㎝도 더 되게 목을 쭉 빼고 자라 있었다. 종이컵을 재활용한 화분에 심어둔 강낭콩이 싹이 트지 않아 버리면서 땅속이 어떤가 보았더니 이제 싹이 삐죽 나온 상태였다. 다시 기다렸더니 싹이 나와 잘 자라고 있다.

그랬다. 내가 잘 몰랐던 것이다. 같은 조건을 만들어 주면 비슷한 시기에 싹이 트고, 자라야 하는데 싹트기부터 이렇게 다르다니! 교실의 아이들을 보면서 교육이 무엇일까 생각했다. 아이들은 모두 ‘호모 사피엔스’로 같은 종이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은 모두 자신의 때가 있고, 때가 되면 느린 게 무슨 대수냐는 듯이 잘 자란다. 결국 학교는 아이들이 잘 자라는 조건을 만들어 주면 되고, 교사는 아이의 때를 기다려주면서 모르면 더 쉽게 설명하고, 더 많은 시간을 아이들이 직접체험으로 깨닫도록 기회를 기획해주면 될 일이다. 그런데 지금의 학교는 어떻고, 나는 그동안 어떻게 가르쳤을까? 같은 시간에, 같은 교사들이 같은 방법으로 가르쳤으니 비슷한 때에 비슷하게 자라야 한다고 알고 평가하고, 심지어는 석차를 매기고, 느린 친구들을 은근히 무시해왔다. 기다리면 되었을 것을. 교사들이 아이의 때를 다 알 수 없다. 온갖 검사지와 평가지를 제공하고, 더 나은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수업기술을 적용해 보는 것이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교육은 아이의 때를 기다리는 것이다.

온 세계가 4차 산업혁명시대의 교육을 논하고 있고, 새 대통령은 새로운 교육체제를 말하면서 교육혁명을 하겠다고 했다. 대구교육은 어떤가? 늘 1등을 만들고는 자랑하기에 바쁘다. 우동기 교육감 7년 동안 대구교육청은 시·도교육평가에서 5년 연속 1등을 했고, ‘세이브더칠드런’의 조사결과를 인용하면서 대구 아이들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행복한 아이들이라면서, 이것은 그동안 대구교육이 그만큼 잘해왔다는 증거이며 이제 대구는 대한민국의 교육수도라고 선포를 하고, 시내 곳곳에 엠블럼을 붙이고, 학교마다 교육수도 깃발을 내걸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대한민국교육수도는 지난 정부의 교육정책과 통제에 정확하게 맞추어 대구교육을 수행해왔다는 증거일 뿐이다. 이러는 동안 학교는 무기력에 빠져 버리고 관료행정, 전시행정이 판치고, 학교는 보이지 않고 교육감만 보이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제 박근혜정부가 탄핵당하면서 시·도교육청평가 5년 연속 1등은 부끄러운 적폐가 되었다. 더구나 시·도교육청평가 순위를 매기는 정책은 사라질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행복한 아이들은 또 어떨까? 지난 5월1일, 세이브더칠드런에서는 대한민국의 아이들이 물질적 조건은 나아졌지만 행복감은 최하위라는 발표를 했다. 그런데 대구만 어찌된 일일까? 세계에서 가장 행복하다는 핀란드의 행복지수가 117 수준인데 대구 아이들은 123.7로 나왔고, 대구 다음으로 행복지수가 높은 지역이 부산으로 112가 나왔으니 대한민국에서 가장 행복한 아이들이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아이들이 된 것이다. 뭔가 앞뒤가 맞지 않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제 딱 1년 뒤인 내년 6월13일 동시지방선거에서 대구교육감을 다시 선출하게 된다.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국민들의 바람처럼 대구교육도 교육다운 교육으로 바로 세워야 한다. 전국에서 가장 보수적이라는 대구교육이지만 가장 늦은 교육혁명을 더 늦기 전에 시작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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