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미술의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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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12 07:51  |  수정 2017-06-12 07:51  |  발행일 2017-06-12 제23면
[문화산책] 미술의 품격
서승은 <한국화가>

얼마전, 막을 내린 ‘아트부산’에 대한 후속 기사를 인터넷으로 본 적이 있다. 그 매체는 이번 행사의 문제점을 몇 가지 짚어내고 있었는데, 그 중 크게 공감했던 부분은 페이퍼 갤러리들의 등장과 함께 작품의 가격을 사실과 다르게 ‘올려’ 적어놓은 후 고객에게 크게 선심 쓰듯 높은 할인율을 적용시켜 판매하는 행태의 문제를 적시해 놓은 것이다.

이미 나도 작년 대구아트페어와 이번 아트부산을 다녀온 팬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런 내용을 잘 알고 있었다. 그분들이 말하길, 모 갤러리의 부스에 있는 작품에 관심을 가지며 들어서니 그곳 사장님이 곧장 다가와 ‘지금 이 작품을 구입하면, 40% 할인된 가격에 드리겠다’고 말했고, 좀 더 지켜보고 있으니 50%까지도 할인해주겠다는 것이었다.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그냥 나왔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작품의 실제 가격은 적혀있던 것보다 훨씬 낮은 금액이었다고 한다. 지인을 통해서 알아보니, 그 갤러리 역시 자체 전시 공간도 없고, 전시 활동을 하지 않는 페이퍼 갤러리 중 하나였다.

사업자등록만 있고 실제로 전시활동을 하지 않는 이런 페이퍼 갤러리가 아트페어에 무분별하게 참여하도록 방치한다는 것은 행사 주최 측이 깊이 생각해 볼 문제인 것 같다. 아트페어의 질적 수준을 떨어뜨린다는 지적 외에도 페이퍼 갤러리는 거짓된 가격으로 미술품을 거래하며, 미술시장을 흐려놓는다.

작가와 미술품의 진정한 가치를 모르는 갤러리 대표가 장사꾼의 잣대로 미술품을 대하면서 컬렉터를 눈속임하여 작품 거래를 하는 행위가 확산된다면, 나중에는 그 누구도 미술품의 가격을 신뢰하지 않게 될 것이다. 올바르고 투명한 미술품 거래문화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규모가 큰 아트페어 행사의 주최 측이 엄격한 심사를 통해 참여 갤러리를 선정해야 될 것이다. 또 작가 스스로도 자신의 작품 가격을 여러 채널을 통해 공개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미술품은 공장에서 대량으로 찍어내는 상품들과 다르다. 나의 열정과 고뇌 속에서 어렵게 창조해낸 나의 작품에 부합된다고 생각되는 가치를 합리적으로 환산하여 금액으로 정하는 것이고, 그것은 나에게 소유권이 있는 동안 어디서나 같아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어떤 방식을 통해 작품이 판매가 되든 자신이 정한 작품의 가격을 지키기 위해서 우리 자신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작가와 연결된 갤러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 노력이 자신의 작품 가치를 지키는 것은 물론이고, 미술 시장의 건전성도 높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미술품을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나는 만큼 미술 작품의 가격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접근으로 미술시장이 활성화되기를 바라며, 우리 지역 최고의 아트페어인 11월 대구아트페어에서는 건전한 미술품 거래 문화가 정착되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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