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닥 ‘입’조심…구안괘사, 겨울보다 여름이 더 위험

  • 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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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13 07:42  |  수정 2017-06-13 07:43  |  발행일 2017-06-13 제21면
[최재영 원장의 한의학 레터] 구안괘사
20170613

‘대프리카’답게 요즘 대구에는 이른 무더위가 시작됐다. 본격적인 여름은 아니다 보니 그늘에 앉으면 시원한 바람이 더위를 씻어준다. 이럴 때 조심해야 되는 질환이 바로 ‘구안괘사’이다. 찬바람에 다친다고 이야기 들었는데 추운 겨울이 더 위험하지 않을까. 하지만 추위에 준비된 겨울보다 시원함을 찾는 여름이 더 위험하다. 찬 방바닥에 얼굴을 대고 잠이 든 후 입이 돌아간다는 구안괘사. 잘 생각해보면 추운 겨울에 그렇게 잘 수 없다. 오히려 덥고 답답한 여름 찬 방바닥에 얼굴을 대고 잠드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구안괘사는 발병한 지 3일 이후에는 얼굴이 심하게 틀어지기에 암과 같은 생명이 위험한 질환은 아니지만 환자에게 극도의 불안감을 준다. 가장 먼저 보이는 부분인 얼굴에 눈에 띌 정도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신체의 다른 어떤 부위보다도 충격이 크다.

발병 3일 후부터 얼굴 심하게 틀어져
뇌 영향인 중추성 안면마비와는 달라

찬기운 발산…초기 3일 내 치료 중요
침으로 자극…신속히 염증 잡아줘야
20일쯤 정상…길어도 5주안에는 회복



한의학에서 표중표(表中表·바깥 중의 바깥이니 얼굴을 말함)는 심중심(心中心·우리 몸 안에서도 더 안쪽 중심을 이루는 마음을 말함)이라 했다. 즉 마음의 상태가 얼굴에 나타나는 것을 말하는데, 반대로 얼굴의 상태 역시 마음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그래서 구안괘사 환자와 상담할 때 걱정을 좀 덜어 주고 싶은 마음에 가장 먼저 “구안괘사와 가장 비슷한 병이 감기몸살이란 것을 아세요”란 질문을 한다.

자세히 설명하자면 피곤할 때 우리 몸은 미열이 뜨며 그 열을 식히기 위해 외부의 찬 성질의 바이러스, 한의학으로는 한사(寒邪)가 침입하기 쉬워진다. 한사가 침입했을 때 몸은 항진반응을 일으키며 이를 몰아내려고 하는데, 근육이 부대끼며 아프게 된다. 소위 몸살이라고 부르는 증상이다.

이 한사가 몸에만 침입하는 것이 아니라 얼굴에 침입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 몸이 부대끼는 것과 비슷한 반응이 나타난다. 얼굴이 한쪽으로 틀어지는 형태를 보이는 것이다.

즉 얼굴에서 틀어짐이 나타나는 것은 얼굴 자체에 어떤 큰 이상이 생겼다기보다 한사를 몰아내기 위한 항진반응인 셈이다. 감기몸살에서 한사가 물러나면 낫듯이 항진반응이 끝나면 자연히 돌아오는 증상에 해당된다. 다만 비슷한 형태의 중증 안면마비 증상으로 뇌에 발생한 문제로 인해 나타나는 중추성 안면마비와 귀 뒤쪽 삼차신경라인에 대상포진으로 인한 염증이 발생해 생기는 람세이헌트 증후군과의 감별이 필요하다.

이 두가지의 경우는 신경 자체가 손상되어 얼굴이 틀어지는 것이기에 단기간 자연적인 회복은 힘들며 신경을 다친 만큼의 후유증이 남게 된다.

감기몸살과 비슷한 구안괘사를 ‘말초성 구안괘사’라 부르며 약 70%의 안면마비는 여기에 해당된다. 처음 발병 시에 한쪽으로 눈이 찝찝하며 입에서 물이 새는 듯한 느낌이 들고 3일 정도 되면 한쪽으로 치우친다. 심하게 틀어질수록 더욱 불안해하지만 사실 몸에서 이겨내려는 항진반응이 강한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예후는 나쁘지 않을 수 있다.

구안괘사의 치료방법은 초기 3일이 중요하다. 이때는 얼굴이 한사를 몰아내려고 한참 싸우고 있는 중이기에 얼굴에 어떤 자극을 가하는 것을 피하고 한사를 밖으로 발산시켜주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감기몸살이 걸렸을 때 기관지에 염증이 자주 발생하듯이 구안괘사의 경우는 삼차신경 주위로 염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에 최대한 빨리 염증을 잡아주는 것이 후유증 없이 낫는 것의 관건이 된다.

그래서 한의학에서는 발생한 초기 3일 정도에 ‘이기거풍산(理氣祛風散)’ 등의 발산지제를 사용해 한사를 몰아내고, 그 후 풀려나갈 때 안주사위(眼周四位·눈 주위의 네부위), 구위삼처(口位三處·입 주위의 세부위), 측대위(側對位·빰과 귀 쪽의 네부위) 등의 부위에 침을 놓아 중심을 잡는다. 비록 항진반응에 얼굴이 틀어졌고 시간이 지난 후 자연히 돌아온다고 해도 얼굴 주위의 경혈들은 뇌와 연결된 인체의 기능적 중심에 해당된다. 따라서 얼굴의 틀어짐에 영향을 받았을 수 있기 때문에 침으로 자극하여 잡아주는 것이 좋다고 봐야 한다.

보통 20일 정도쯤에 정상으로 돌아오며 길어도 5주 안에는 회복된다. 단 위에서 잠시 설명한 ‘람세이헌트 증후군’과 같이 염증으로 신경을 다친 경우는 다친 만큼 후유증이 남게 되며, 6개월에 걸쳐 천천히 호전된다.

구안괘사 환자중 상당수는 초기 치료가 매우 중요함에도 치료방향에 대한 혼란을 겪는다.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은 그 방법이 효과가 있다기보다 구안괘사라는 병이 자연히 낫는 경우가 많기에 그렇다고 볼 수 있다. 얼굴에 병변이 있다 보니 표시가 확 나고 민간요법까지 여러 가지가 있으니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들 중 입을 대는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다.

물론 걱정스러운 마음에 하는 이야기겠지만 오히려 환자의 불안함을 증폭시키며 초기 대응을 놓쳐 더 고생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안면마비가 발생했을 때는 증상에 대한 감별이 중요하며, 초기의 잘못된 대응으로 자연히 나을 수 있는 병을 오히려 키우는 수가 있기에 반드시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 <최재영 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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