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코미디 1번지’ 청도

  • 박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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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15   |  발행일 2017-06-15 제30면   |  수정 2017-06-15
[취재수첩] ‘코미디 1번지’ 청도
박성우기자<경북부/청도>

‘청’춘을 돌려‘도’.

코미디 1번지 청도가 명실상부한 우리나라 코미디의 메카로 발돋움하게 됐다. 청도에 지난달 26일 한국코미디타운이 개관하면서 코미디 메카로서의 청도의 위상이 더욱 탄력을 받게 된 것이다.

180억원이 투입된 코미디타운은 팔조령 넘어 이서면의 9천600㎡ 부지에 지상 3층 건물로 건립됐으며, 한국코미디의 역사와 발전상을 한눈으로 보고 직접 즐길 수 있다. 170석 규모의 코미디 공연장을 비롯해 코미디의 발자취, 코믹분장실, 코미디CF제작소 등 코미디전시체험관 등으로 꾸며졌다. 토·일요일에는 각각 세 차례와 두 차례씩 KBS개그콘서트팀이 출연하는 개그공연이 열린다. 주중에는 지역주민이 만든 인형극을 공연한다.

‘상전벽해’란 말이 실감난다. 인구 5만의 조그마한 시골동네가 한국코미디를 대표하는 지역이 되었으니 말이다. 사실 청도는 코미디의 ‘코’자와도 연관성이 없다. 굳이 꼽자면 풍각면이란 이름이 있다. 이 지명을 한자로 쓰면 ‘豊角’이지만 소리나는 대로 발음하면 시골장터 등에서 악사들이 흥을 돋우며 돈을 얻어가는 뜻의 풍각(風角)쟁이의 풍각으로 불릴 수 있다는 정도다. 이것도 개그맨 전유성씨가 붙인 우스개에서 연유됐다. 딱히 코미디와 관련해 내세울 것이라고는 전혀 없는 청도에 우리나라 최초의 코미디박물관격인 한국코미디타운이 들어섰으니 정말 우스개스럽고 엉뚱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이 모든 일이 사실 전씨 개인의 맨파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도 지나친 표현은 아니다. 그는 대도시에서나 볼 수 있는 개그 공연을 시골에서도 충분히 볼 수 있다는 발상에서 코미디철가방극장(코철)을 과감히 선보였다. 또 그가 내놓은 개나소나콘서트, 세계코미디아트페스티벌(코아페) 등도 잇단 대박을 터트렸다.

전씨의 맹활약 덕분에 청도 역시 코미디로 유명해지고 있다. 기자가 서울 사는 지인을 만나 가끔 얘기하다 보면 예전에는 청도라고 하면 “아~하 소싸움”이랬지만, 근래 들어서는 ‘청도=개그맨 전유성씨(코미디)’라고 인식되고 있음에 새삼 놀란 적도 있다. 이처럼 청도에서 전씨 없이 코미디를 얘기하는 것은 쉽게 머릿속으로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 상황이 돼버렸다.

그런데 코미디타운을 개관하면서 잘 알려지지 않은 코미디 같은 사건(?)이 하나 있다. 그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되고 건립과정에 그의 손때도 묻은 코미디타운에 전씨가 쏙 빠져 있다. 청도군이 코미디타운을 개관하면서 위탁운영을 다른 기획사에 맡김으로써 생긴 일이다. 군은 행정절차상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고 했다. 전씨 역시 공모로 진행된 위탁운영업체 선정에 참여하지 않았으며 결국 두 번에 걸쳐 단독입찰한 업체에 위탁운영권을 줄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전씨에게 위탁운영권을 덜컥 주자니 특혜논란이 일 것이고 안 주자니 전씨 없는 코미디타운을 생각할 수 없어 참 난감한 입장이었다고 했다. 그 과정에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지만 군의 고충도 이해는 된다.

일각에선 오히려 잘된 일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색깔이 다른 두 가지 개그공연을 청도에서 동시에 즐길 수 있게 됐으니 말이다. 우리나라 코미디 1번지 청도, 그날을 기약해 본다.
박성우기자<경북부/청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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