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최초 금속활자 인쇄 국보급 농서 예천서 발견

  • 장석원
  • |
  • 입력 2017-06-16 07:08  |  수정 2017-06-16 10:42  |  발행일 2017-06-16 제2면
1400년초 계미자 인출‘사시찬요’
韓·中·日에서 가장 오래된 판본
계절별 농법·가축 사육 등 담아
20170616
조선 시대 최초 금속활자로 인쇄한 현존 최고본 ‘사시찬요’(농업서적)가 발견돼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연합뉴스

조선시대 최초의 금속활자인 계미자(癸未字)로 인출된 국보급 농서 ‘사시찬요(四時纂要)’가 예천에서 발견됐다.

예천군과 경북대 문헌정보학과 BK플러스21사업팀(팀장 남권희 교수)은 최근 용문면 죽림리 의성김씨 남악종택 문화재 목록화사업을 진행하던 중 계미자본 사시찬요를 발견했다고 15일 밝혔다. 계미자는 1403~1420년 만들어진 조선 최초의 금속활자로, 계미자로 찍은 문헌이라는 것만으로도 사료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사시찬요는 996년 중국 당나라 때 시인 한악(韓鄂)이 펴낸 농서다. 이번에 발견된 판본은 1400년대 초반에 간행된 것으로 기존에 존재하던 것보다 200년가량 앞선다.

학계에선 ‘국보급’ 가치를 지닌다고 평가하고 있다. 시기상으로 따져볼 때 중국 최초의 농서인 ‘제민요술(齊民要術·532~549)’과 송나라 때 발행된 ‘농서(農書·1149)’ 사이에 편찬된 것이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또 송나라 태조 조광윤(趙匡胤·927~976)의 ‘광’ 자가 피휘(왕의 이름자를 다른 글자로 바꿔 쓰는 일)돼 있는 점으로 미뤄 송나라 시대의 책을 토대로 삼았다고 추정된다.

사시찬요 계미자본에는 1~12월 시기별 농법이 적혀 있다. 농사에서의 금기 사항, 가축 사육법 등도 담았다. 책의 형태는 11행 19자, 세로 19.7㎝, 가로 12.3㎝다. 계미자로 찍은 문헌 중 유일한 과학기술 관련 서적이다.

사시찬요 초간본은 한·중·일 3국 모두에서 전해지지는 않는다. 1961년 일본에서 발견된 ‘사시찬요’ 목판본(1590)이 초간본에 가장 근접한 판본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사시찬요 계미자본이 발견됨에 따라 한·중·일을 통틀어 가장 오래된 판본으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남권희 교수는 “국가에서 간행된 계미자본 고서는 국보 제149호인 ‘동래선생교정북사상절(東萊先生校正北史詳節·1403)’ 등 15권 정도가 알려져 있다”며 “이들 대부분이 국보나 보물로 지정돼 있는 만큼 이번에 발견된 사시찬요 계미자본도 국가지정문화재로서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고 설명했다. 특히 국보나 보물로 지정된 계미자본 문헌들이 10장 안팎의 분량인 데 반해 사시찬요 계미자본은 100장 분량이고 보존상태도 비교적 양호해 국보급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예천=장석원기자 histor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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