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사랑의 대물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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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16 07:37  |  수정 2017-06-16 07:37  |  발행일 2017-06-16 제16면
[문화산책] 사랑의 대물림
도기봉 <꿈바야 대표>

‘내 아이가 어른이 되면 어떻게 살아갈까?’ 바로 부모인 나처럼 살아갈 아이들이란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내가 사는 모습에서 아이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고, 지금 내가 사용하는 말과 행동을 보면 내 아이의 미래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얼마 전에 만났던 지우(가명) 엄마는 어린 시절을 한마디로 지옥 같았다고 회상한다. “엄마한테 정말 맞은 기억뿐이네요. 친구보다 시험 점수가 낮다고 때리고, 방청소 안 했다고 때리고, 밥먹는데 그냥 와서 밥은 잘 처먹는다고 뒤통수를 때리고….

얼마나 맞았는지 엄마가 계모인 줄 알았는데, 친엄마라니까 정말 더 서러웠어요. 아버지는 배를 타시니까 세 달에 한 번 집에 오시는데 올 때마다 서양과자나 인형을 사오셨어요. 아버지가 계실 때는 엄마가 나를 때리지도 않고 정말 다른 사람처럼 잘해주었어요. 어릴 때 늘 아버지가 집에서 함께 살면 좋겠다고 하나님께 빌었어요. 그래도 아버지는 일주일 정도 머물다 또 배를 타러 가시고, 엄마는 자기 기분에 뭐가 안 좋으면 나를 때리기 시작했어요. 엄마가 화가 나서 폭발하면 그 날은 나와 동생들은 죽음이었어요. 그중에서도 내가 장녀라 제일 많이 맞았던 거 같아요.”

지우 엄마의 어린 시절 고백인데, 지우도 엄마에게 폭력과 폭언을 당하고 산다. 지우는 말이 없고 우울 지수가 높아서 연구소에 의뢰되었던 아이다. 지우 엄마는 지우에게 좋은 말을 해주고 싶은데 평소 통제되지 않는 자신의 말투와 기복이 심한 감정 때문에 걱정이라는 것이다.

최근 지우에게 한 행동 중 가장 마음에 걸리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아침에 지우가 휴대폰 을 보면서 밥을 먹다가 식탁에 국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고 “아이고, 처먹지 마라! 배가 불러서 밥도 이래 먹지. 폰은 왜 하노?” 하면서 지우 뒤통수를 때리고 밥그릇을 설거지통에 담갔다며 자기가 생각해도 참 모진 엄마라고 하였다.

지우 엄마는 자신의 말에 움츠러드는 아이를 보면 안쓰럽고 미안하다가도 어느 순간 화가 나면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지우에게 폭언이나 폭력으로 상처를 준다는 것이다. 상담이 진행되면서 점차 지우 엄마는 자신 또한 딸에게 자기 엄마처럼 굴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부모의 행동이 고스란히 아이에게 대물림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사례였다. 자녀에게 좋은 부모가 되길 바라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아이와 사사건건 부딪치거나 모진 말을 퍼붓고 돌아서서 후회하는 부모들이 세상에는 참 많다. 부모의 말과 행동, 사람을 대하는 자세와 가치관, 문제해결방법이 자연스럽게 아이에게 대물림되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아이에게 충분한 사랑을 나누고 베풀어 사랑을 대물림해 주는 부모가 되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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