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행 미만의, 그 해 발표된, 쉽게 이해되고 읽히는 詩로 다가가다

  • 이춘호 손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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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16   |  발행일 2017-06-16 제34면   |  수정 2017-06-16
◆ ‘詩하늘’표 좋은 시
창간 때부터 매월 첫째 목요일 낭송회
넷째 일요일엔 ‘詩산행’으로 몸도 단련
2014년 1월 대구서 전국 첫 정모 열려
22행 미만의, 그 해 발표된, 쉽게 이해되고 읽히는 詩로 다가가다
지난 봄으로 통권 85호를 맞은 시하늘. 이젠 대구문화재단 등에서 소정의 지원금이 나오고 ‘십시일반’ 도와주는 사람 덕분에 겨우겨우 버텨낼 수 있다.

우리가 원하는 좋은 시는 이렇다. 두 페이지 넘어가는 긴 시는 뺀다. 22행 이상인 시는 곤란하다. 긴 시를 안 읽는 세태를 반영한 것이다. 미래파 계열의 시 등 너무 난해하고 전문적인 건 배제한다. 쉽게 이해되고 읽히는 시를 좋아한다. 가능하면 그 해에 발표된 시를 고른다.

책은 무가로 보급되지만 제작비는 평균 200만~300만원. 지금은 대구문화재단 지원금과 광고 등을 통해 근근이 이어간다. 2010년에 너무 어려워 폐간을 생각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4천부를 펴냈는데 이젠 2천부 정도 낸다. 일본, 캐나다, 인도네시아 등 해외로도 발송된다. 일반 후원자도 600여명에 달한다.

매주 첫째 목요일 오후에는 ‘시낭송회’를 한다. 96년부터 지금까지 229회째 이어오고 있다. 지금은 시낭송이 봄날이지만 그때만 해도 빙하기였다. 거기서 좋은 재원이 많이 배출됐다. 한국시낭송가협회를 만든 시낭송운동가 겸 시인인 곽홍란씨도 시하늘 낭송회의 산파역 중 한 명이다. 예전에는 몰인정하게 시하늘을 대했던 시인들도 이제 자기 시집을 보내준다. 시낭송해 달라는 ‘러브콜’이 아니겠는가. 맘만 중요한 게 아니다. 몸도 중요하다. 그래서 매월 넷째 일요일에는 ‘시산행’을 한다.

그래, 시하늘은 주인이 없다. 내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도 없다. 좋은 시를 보급하려는 마음 하나만은 변함없다. 상황도 바뀌었고 자리도 잡았으니 대표를 넘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젠 김석근 시조시인이 발행인이다.

2014년 1월18일 동구 동촌유원지 ‘짝 라이브’에서 ‘시하늘 전국 정모’가 열렸다. 누가 ‘우리는 시하늘!’이라면서 건배제의를 했다. 갑자기 가슴이 뻐근해져왔다. 왜 이리도 가혹한가 싶을 정도로 연이어 찍혔던 내 삶의 흉터에도 비로소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

이젠 촌놈이다. 청도의 구석진 산골로 들어온 건 내 삶에 대한 반성 때문이다. 자식이 품에서 떠나자 푸성귀와 과일이 자식의 빈자리를 대신한다. 너무 바쁘게 살았다. 아내와 많이 놀려고 한다. 텃밭의 내공을 이제서야 조금 알겠다. 흙, 이게 진짜 좋은 시 아닌가?

글=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사진=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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