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복합문화공간 ‘문화장’의 여섯쟁이

  • 김수영 이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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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16   |  발행일 2017-06-16 제41면   |  수정 2017-06-16
동네 목욕탕을 카페로…추억·현재 공존 ‘핫’ 문화놀이터를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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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른 문화공간을 만들기 위해 뜻을 뭉친 ‘문화장’ 멤버들. 왼쪽부터 정우혁, 이수연, 박찬영, 잼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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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장의 전경.

노보텔 앰배서더 대구 뒤쪽에 최근 색다른 복합문화공간이 생겼다. ‘문화장’이란 이곳은 1970년대 문을 열어 40여년간 운영된 청수장 여관을 리모델링했다. 청년 6명이 힘을 합쳐 만든 이곳은 입구에 들어서면 커피 주문대가 손님들을 먼저 맞이해 카페처럼 보이지만 전시장, 작업실의 성격도 띠고 있다. 최근 카페의 벽면을 활용해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형 카페가 생겨나고 있지만 문화장은 이런 카페들과는 좀 다르다. 1층에서 음료를 주문한 뒤 2층과 3층에서 즐길 수 있는데 일반 카페와도 그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청수장의 원래 모습을 최대한 살리도록 리모델링을 해 목욕탕 같은 카페에서 음료를 마시며 미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문화장은 ‘여섯쟁이’가 꾸려나간다. 5명은 예술인이고 1명은 바리스타이다. 원래 5명(브랜드 디자이너 잼킴, 대구가톨릭대 무용학과 외래교수 이수연, 건축가 박찬영, 인테리어디자이너 박상준, 1명은 현재 회사에 몸을 담고 있어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이 기획해서 추진을 했고 뒤에 바리스타(정우혁)가 합류했다. 멤버들이 모두 30대다. 나이는 그렇게 많지 않지만 각 분야에서 15년 이상 활동해왔다. 최근 젊은 층에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문화장의 이야기를 이들에게 들어봤다.

아티스트 5人과 바리스타 1人 의기투합
모두 각 분야서 15년 이상 활동한 30대

40여년 ‘청수장 여관’ 역사성 담은 공간
올초 공사 시작…지난달 ‘문화장’ 간판
2층은 카페·갤러리, 3층엔 9개 아틀리에
음료 먹으며 콘서트·전시 등 감상 인기


▶공간이 특이하다.

(잼킴) “이 공간은 예술가 5명이 힘을 합쳐 대구의 색다른 문화공간으로 기획한 곳이다. 청수장은 한때 대구에서 유명한 여관이었다. 청수장의 역사성을 담아낸 공간을 만들기 위해 여관의 느낌이 살아 숨 쉬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그러다 보니 여관에 있는 목욕탕이 눈길을 끌었고 목욕탕을 콘셉트로 한 카페를 만들었다. 2층은 여관방을 다 헐어서 하나의 카페로 만들었고 3층은 9개 여관방의 모습을 최대한 살려 각각의 공간을 전시실, 작업실, 카페를 겸한 곳으로 꾸몄다. 2층은 카페 중간중간에 욕조를 놔두고 예전에 쓰던 낡은 보일러를 설치미술처럼 전시했다. 카페의 벽면에 한 작가의 작품을 걸어 개인전 형식의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반면 3층은 방 9개에 작가(혹은 브랜드) 9명이 따로 전시하는 공간이자 작가들이 직접 작업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 공간에서도 차를 마실 수 있도록 탁자와 의자를 놔뒀다.”

▶전체적 공간을 옛 모습 그대로 살리려 한 노력이 엿보인다. 이에 맞추려 했는지 인테리어 소품들도 앤티크 분위기가 강하게 느껴진다.

(이수연) “앤티크 분위기가 나는 현대적인 소품들도 있지만 진짜 앤티크 소품들도 많다. 하지만 일반적인 예쁜 앤티크 소품들과는 좀 다르다. 1930년대 영국에서 쓰던 냉장고, 70년대 영국 프로축구가 열리던 경기장에서 사용됐던 로커, 80년대 미국 초등학교에서 사용됐던 의자, 50년대 미국 해군 군함에서 설치됐던 철제이동함 등을 카페 곳곳에 놔둬 아날로그적 감성이 풍겨나도록 했다.”

▶어떻게 이런 공간을 만들 생각을 했나.

(박찬영) “2014년 우연히 서울 인사동 술집에서 현재 5명이 모여 전시를 할 기회가 있었다. 그때 각자의 분야에서 활동하면서 느꼈던 문화에 대한 갈증을 이야기하며 공감대를 형성했고 이런 갈증을 풀어줄 우리들만의 색깔 있는 공간을 만들자고 했다. 하지만 마땅한 공간을 찾기가 힘들어 고민하고 있던 차에 어머니가 당신이 소유하고 있던 청수장에서 해보기를 권했다. 다른 친구들에게 이 이야기를 했고 모두 좋다고 했다. 그래서 올해 초부터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가 5월 초 문화장으로 간판을 바꿔 달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독일, 영국 등에 가면 옛 건물의 역사성을 살려서 현대적인 건물로 다시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청수장은 한때 대구의 중심인 중구에서 사랑받았던 공간이었는데 그 역사적인 의미도 이어가고 싶었다. 여전히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매력적인 공간으로 만들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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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장 2층의 내부. 옛 청수장의 모습을 그대로 살리려 한 노력이 느껴진다.

▶카페형의 복합문화공간을 지향한다고 들었다.

(이수연) “문화장(文畵裝)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겠지만 글과 그림을 만나고 색다른 인테리어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지금은 2층과 3층에서 전시가 진행되고 있지만 5월 오픈식 때 하우스콘서트를 열었고 그 뒤에도 재즈콘서트를 개최했다. 멤버들의 면면만 봐도 잘 알 것이다. 나는 무용을 전공했기 때문에 현재 문화장의 퍼포먼스디렉터를 맡고 있다. 앞으로 무용 등 퍼포먼스도 선보일 예정이다. 3개월마다 전시를 교체해 다양한 장르와 연령층의 작가들을 초대하려 한다. 아직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젊은 작가들은 물론 대구와 경북지역 작가들을 포함해 전국적인 명성을 가진 작가들의 작품도 보여줄 계획이다.”

▶현재의 전시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잼킴) “2층은 59평의 오픈갤러리다. 현재는 파인아트작가로 로봇을 주 소재로 삼아 작업하는 김경필씨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로봇을 다양한 감각과 아이디어로 풀어낸 신선한 작품들이 눈길을 끈다. 3층은 각각 4평 크기의 독립 아틀리에인데 현재 잼킴, 별하, 릭킴, 임충휴, 신언엽 작가와 디트로네, 마일로, 라마르조꼬 등 브랜드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임충휴 작가의 경우 대한민국 자개 및 옻칠명장이다. 전시공간이 많다 보니 입장료가 있느냐는 질문도 많이 받는다. 그만큼 문화적 성격이 강한 공간이다.”

▶또 다른 볼거리로 캘리그래피엽서가 있다는데.

(잼킴) “저는 브랜드디자이너인데 캘리그래피에 관심이 많다. 문화장의 캘리그래피엽서를 직접 만들어 손님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캘리그래피엽서는 3종류이다. 현재 하트엽서, 러브엽서, 럭키엽서 등 3종류를 각 2천장씩 만들어 손님들이 원하는 글을 캘리그래피로 적어주고 있다. 5월 오픈 후 2천장 이상 나갔다. 모든 손님이 엽서를 만들어 간 것이 아니지만 그래도 놀라운 수치라 생각하고 있다. 그만큼 문화장에 많은 손님들이 찾아왔고 이 엽서에 관심이 크다는 이야기다. 엽서에 손글씨로 간단히 소원 등을 적어주는 것인데도 받는 분들이 굉장히 좋아해 엽서 쓰는 일이 너무 재밌고 행복하다.”

▶‘브랜드북 文畵裝’도 눈길을 끈다.

(잼킴) “멤버들 중에 예전에 기획사에서 일하던 이들이 있어 책을 기획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 그래서 문화장 전반을 소개한 ‘브랜드북 文畵裝’을 만들었다. 전시가 3개월마다 바뀌기 때문에 3개월을 주기로 만들려고 한다. 멤버들의 소개와 전시 및 공연 등의 해설은 물론 문화장의 메뉴와 인테리어 소품, 앞으로의 사업계획 등 소소한 이야기들이 모두 실려있다.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볼 수 있게 꾸민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예상외로 손님들이 많아서 놀라고 있다던데 주로 찾는 연령층은 어떻게 되는가.

(박찬영) “20~30대가 많다. 평일에도 손님이 많지만 주말에는 자리가 없어서 되돌아가는 이들도 상당수에 이른다. 의외로 3층의 독립 아틀리에 공간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다. 옛 여관방을 거의 손을 안 대고 놔두어서 공간이 비좁고 탁자와 의자도 불편할 수 있는데 이 공간이 특색 있다며 여기서 차를 마시려 하는 손님들이 줄을 잇는다. 반응이 좋아서 지역은 물론 다른 지역에서 점포를 더 내려 한다. 문화, 역사가 살아있는 공간을 찾아서 그곳만의 색깔이 묻어나는 복합문화공간을 만들어나가고 싶다.”

▶카페인 만큼 차에 대한 이야기도 있을 듯하다.

(정우혁) “커피, 녹차 등의 새로운 메뉴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다른 카페에서는 맛보기 힘들면서 좀 더 고급스러운 맛을 즐길 수 있도록 최고의 원료를 사용해 차와 디저트를 만들고 있다. 특히 말차를 듬뿍 뿌린 녹차라테의 인기가 좋다. 종이가 아닌 천으로 만든 커피필터를 이용한 융드립커피, 독일식 타르트, 프랑스풍의 케이크와 마카롱 등을 직접 만들어 판매한다. 맛도 맛이지만 손님들의 건강을 생각해 만들고 있다.”

▶문화장의 지향점이 있다면.

(잼킴) “소수의 문화를 다수의 문화, 숨겨진 문화를 대중의 문화, 저평가의 쟁이를 고평가의 쟁이로 만들고 싶다. 그래서 우리 멤버 6명도 여섯쟁이라 부른다. 앞으로 숨겨진 가능성이 있는 문화쟁이와 문화브랜드를 발굴해 대중에게 제대로 소개해 핫한 문화로 만들고 싶다. 그 목표를 향해 여섯쟁이가 모였다. 여섯쟁이 중에 대구 출신도 있지만 서울 등 다른 지역 출신도 있다. 다양한 지역에서 활동한 경험을 녹여내 진짜 괜찮은 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이를 전파하고 싶다.” (053)252-2005

글=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사진=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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