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방분권에 광주·대구 따로없다

  • 인터넷뉴스팀
  • |
  • 입력 2017-06-19   |  발행일 2017-06-19 제3면   |  수정 2017-06-19
[기고] 지방분권에 광주·대구 따로없다

독일은 국가의 주요 관청을 베를린에 밀집시키지 않는다. 연방헌법재판소는 카를스루에 지역에, 연방중앙은행은 프랑크푸르트에, 철도청은 본에 두고 있다. 방송도 지역별로 나눠서 한다. 7시 뉴스는 뮌헨에서, 9시 뉴스는 본에서, 11시 뉴스는 프랑크푸르트에서 송출한다. ‘독일 전역의 생활수준은 비슷해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따라 독일은 철저하게 지역분권체제를 구현하고 있다.

한 나라의 선진화 정도를 파악하는 기준 중 하나가 ‘지역분권’이다. 분권(分權) 시스템이 잘 작동할수록 민주주의, 인권, 안보, 경제 등 그 나라의 주요 지표가 좋다.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선진국들은 예외 없이 ‘지역분권’이 탄탄하다. 지역분권 강화는 정체된 국가에 활력을 불어넣는 핵심 정책이기도 하다.

프랑스는 1980년대 들어 경제성장률이 1.6%대로 떨어졌다. 1985년 미테랑 정권은 ‘지방일괄이양법’을 제정해 중앙정부 권한을 지방정부로 대폭 넘겼다. 이후 프랑스 경제성장률은 2%대로 올랐다. 일본 역시 1999년 ‘지방분권일괄법’을 시행해 1% 경제성장률을 2%대로 끌어올렸다.

한국의 정치구조는 1980년대를 거치면서 독재에서 민주주의로 도약했다. 이후 민주주의가 한 번 더 도약해서 풀뿌리 민주주의, 곧 지방자치제로 진화했다.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지만 적어도 형식 면에서 한국 민주주의는 꾸준히 발전해 왔고, 그 방향 중 하나가 지역분권이었다. 노무현정부 때 추진한 행정수도 이전이나 공기업 지방 이전,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세종특별자치시 추진같이 지역분권을 확대시키려는 노력이었다. 안타깝게도 참여정부 이후에 분권을 위한 노력은 멈췄다.

촛불항쟁을 전후해 분권 논의가 다시 부활했다. 정치권발(發) ‘분권형 개헌’이라는 화두가 제시된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의 분권 논의는 대통령 권력을 여의도로 가져오려는 것에 불과하다. 필요한 것이기는 하나 분권의 본질과는 거리가 멀다. 분권은 사회 전 분야에 걸쳐 다각도로 이뤄져야 한다. 그 틀을 헌법에 반영하는 게 올바른 개헌 방향이다.

시장권력은 재벌에게 집중돼 있고, 지방자치가 도입되기는 했지만 행정권력은 여전히 중앙정부에 집중돼 있다.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는 분야의 권력을 일단 ‘쪼개면’ 문제 해결의 단초를 확보할 수 있다. 권력을 쪼갠다는 건 의사결정 단위를 나누는 것이고, 그것이 분권이다. 그렇게 나뉜 의사결정 단위의 활동과 집행을 보장해야 한다. 그것이 자치(自治)다. 그러니까 우리 사회 전 분야에 걸친 자치·분권의 강화가 향후 개헌 논의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기껏 청와대 권력을 국회로 옮기는 것은 분권이 아니다.

한 나라에 존재하는 여러 ‘정부들’ ‘검찰들’ ‘기업들’ ‘발전소들’이 이른바 ‘중앙’의 통제를 받지 않고, 독립을 전제로 네트워크하는 것이 분권이다. 국가권력이 아무리 위대하다 할지라도 한 가정의 살림살이까지 간섭할 수 없는 이치를 준용하자는 것이다.

각 분야에 따라 분권의 크기와 단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는 논의가 필요하다. 그 기준은 위기상황에 대한 적절한 통제, 효율적이고 신속한 의사결정, 문제해결을 위한 자원동원의 합리성 등이다. 혁명적인 수준의 자치와 분권을 확립하고 그것을 세심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돕는 개헌과 제도개혁이 뒤따라야 대한민국의 큰 도약이 가능하다. 민형배 (광주 광산구청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기획/특집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