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쏙쏙 인성쑥쑥] 스스로 분발하는 사람이 아니면 이끌어주지 않는다(不憤不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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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19 07:38  |  수정 2017-06-19 07:38  |  발행일 2017-06-19 제18면
[고전쏙쏙 인성쑥쑥] 스스로 분발하는 사람이 아니면 이끌어주지 않는다(不憤不啓)

대구남구문화대학에서 ‘쉽고 재미있는 동양고전’을 주제로 강의를 했습니다. 90여명의 어르신은 ‘무엇인가 자꾸 들으면 들을수록 생각이 깊어진다’고 하였습니다. ‘옛날 성인들은 왜 그렇게 말씀하셨을까’라는 진지한 생각을 가지면, 그 본뜻을 깊이 알고 싶어지고 오늘날과는 무엇이 다른지 비교를 하는 기회가 된다고 하였습니다.

주자(朱子)는 ‘의문을 적게 가지면 조금만 앞으로 나아가고, 의문을 깊게 가지면 크게 진보한다’고 하였습니다. 이렇게 의문을 가진다는 것은 그 의문의 문제를 풀기 위한 것입니다. 공자도 ‘어찌할까? 어찌할까? 하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나도 어찌할 수 없다’라고 하였습니다. ‘어찌할까?’의 의미는 ‘어떤 까닭 때문에?’입니다. 이 말은 생각하고 잘 살펴서 멋지게 처리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공자는 배우는 사람이 ‘어찌할까? 어찌할까?’하고 속상해하고 걱정하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입니다. 배우는 사람이 태연무심하게 있으면 그 사람이 군자라도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는 뜻입니다. 이런 경우를 공자는 ‘불분불계(不憤不啓)’라 하였습니다. ‘스스로 분발하는 사람이 아니면 이끌어주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분(憤)은 의문을 가지고 사물과 어떻게든 통하고자 괴로워하는 마음가짐을 말합니다. 계(啓)는 답답한 마음과 안달하는 마음을 열어 이끌어주는 것을 일컫습니다.

맨 앞줄에 여든이 넘은 어르신이 앉아서 문화대학 강의교재를 펼치고 있었습니다. 필기구로 줄을 그어 가면서 열심히 강의를 경청하는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마침 ‘들을 청(聽)’에 대한 내용의 강의였습니다.

노벨 평화상을 받은 마더 테레사 수녀가 기도를 하고 나왔습니다. 기자들이 “뭐라고 기도하셨습니까?” 하고 물었습니다. “가만히 경청하고 있었지요.” 기자들이 “하느님은 뭐라고 하시던가요?” 하고 물었습니다. “그분도 가만히 경청하고 계셨습니다”하고 테레사 수녀는 말했습니다. 분명 주의 깊게 귀 기울어 경청(傾聽)하고, 또한 말씀을 공경하는 태도로 경청(敬聽)하였을 것입니다. ‘어떻게 들었는가?’를 마음에 새기는 것은 듣는 사람의 몫입니다.

공자도 ‘깊이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면 말을 주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또 ‘네모진 것의 모퉁이가 있다고 하자. 한 모퉁이를 들어주면 세 모퉁이를 자연스레 알아야 한다. 그것을 알지 못하면 이끌어 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

아무튼 평소에 널리 사례를 모아서 구분하고 분류하여 광범위하게 그 뜻을 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분류한 사례를 인용하고 두루두루 증거를 제시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깊이 생각하는 생활인의 자세입니다.

강의 후, 어르신이 “탐구해야겠네요?”합니다. 그 말씀한 탐구(?)가 깊이 연구하는 것인지, 조사하여 찾아내는 것인지, 스스로 분발하여 욕심을 내는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몫이니까요.

“예, 불분불계(不憤不啓)입니다.” 스스로 분발하는 사람이 아니면 누구도 이끌어주지 않습니다.

박동규<전 대구 중리초등 교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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