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만두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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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19 07:45  |  수정 2017-06-19 07:45  |  발행일 2017-06-19 제22면
[문화산책] 만두꽃
서승은<한국화가>

나는 이제 막 꽃이 필 무렵의 하얀 목련을 만두꽃이라 부른다. 처음으로 이렇게 불렀던 때가 아마도 초등학교 3학년 즈음이었던 것 같다. 당시에는 부모님이 집에 안 계실 때가 많아서 오빠와 함께 아침을 굶는 경우가 많았다. 그날도 배고픔을 참으며 오빠와 등교를 하고 있었는데, 저 멀리 보이는 나뭇가지에 하얀 만두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모습을 보고, 너무나 기뻐서 재빨리 달려갔다. 혹시나 다른 아이들이 먼저 보고, 먹지 않을까 했다.

그렇게 달려간 커다란 나무 밑에서 자세히 보니 그것은 만두가 아닌 하얀 꽃봉오리인 것을 알고서 나는 눈물을 흘렸다. 먹지도 못하는 꽃 따위는 나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던 것이다. 그 뒤로 목련꽃을 나는 ‘만두꽃’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지금도 목련꽃을 볼 때면, 그때를 회상한다. 어린 아이가,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을까 하며 피식 웃음이 난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 시절 항상 배부르게 먹는 것이 간절했던 마음이 사물을 다른 시각으로 보게 만들었던 것 같다. 간혹 대중적 관념으로 고정화되어 있는 것들을 특정 소수가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고, 해석하고, 행동해버리면 주변 사람들은 유별난 사람으로 바라보며 때로는 심리적으로 불편해 하는 것이 우리 사회다.

하지만 자신이 생각하고, 느끼고, 표현하고 싶은 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순수한 아이들의 마음처럼 남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마음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는 습관을 가지다 보면, 지금의 나와는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보다 더 강한 개성으로 표현되고, 독창성을 가져다 줄 수 있다고 생각된다.

몇가지 메뉴가 없는 자그마한 식당인데도, 한참 줄을 서서 먹어야 하는 맛집을 우리는 쉽게 만나 볼 수 있다. 그런 가게들은 자기 식당만의 독창적인 메뉴나 색다른 조합의 음식을 메뉴로 하거나 독특한 인테리어를 갖춘 특이성이 있다. 그 모든 것이 독창적인 발상에서 시작되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나의 다육식물소녀 작품 중에서 ‘My Ruby’라는 시리즈의 작품 역시 그런 발상에서 시작했다. 온몸에 털이 가득하고, 커다란 벌침이 있는 이 호박벌을 보이는 형태가 아닌, 인류 생존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소중한 존재로 여기면서 붙여준 보석 이름은 소중한 가치의 관점으로 사물을 바라본 것이다. 이 작품 시리즈는 대중의 커다란 사랑을 받았다.

이렇듯 우리는 대중의 통념적 시각을 버렸을 때 오히려 대중의 사랑을 받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보게 된다. 현대사회에서는 꼭 예술가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분야에서 이런 독창성이 요구된다. 그 독창성은 통제당하지 않는 영혼의 자유로움에서부터 나오는 것임을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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