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교각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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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19   |  발행일 2017-06-19 제30면   |  수정 2017-06-19
[기고] 교각살우
이동군 군월드 대표

새 정부 출범 이후 지난 한 달간 전국의 주택가격이 기형적인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국지적이라고 하지만 서울과 수도권 일부를 중심으로 신규아파트와 재건축아파트 청약시장이 과열양상을 띠고 있다. ‘대마불사’ ‘강남불패’라는 불편한 성공법칙은 지난 정부를 거치면서 더욱 고착화됐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듯 지방의 집값은 정부의 부동산 관련 대책이 발표될 때마다 요동쳤다. 이를 타개하고자 문재인정부의 예리한 칼끝은 ‘악화일로(惡化一路)’에 들어선 부동산 시장을 정면으로 겨눈 모양새다.

복수의 부동산 전문가는 새 정부가 꺼낼 최후의 카드로 대출을 조이고 청약규제를 강화하는 플랜을 예견하고 있다. 실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취임 후 가진 첫 경제관계장관 간담회 자리에서 “부동산 투기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이 자리에서 대출 규제,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 다양한 규제책이 검토됐고, 국토교통부 역시 동시다발적으로 99개조, 231명에 달하는 관계기관 합동 현장점검반을 구성해 전례 없는 고강도 조사에 나섰다. 한국은행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내비치며 부동산 시장의 냉각화를 또 한 번 주지시켰다.

새 정부는 ‘교각살우’(矯角殺牛·쇠뿔을 바로 잡으려다 소를 죽인다)의 딜레마에서 벗어나야 한다. 부동산 시장 조이기에만 편중해 어설픈 대책을 고수하다간 자칫 ‘버블세븐’을 불러일으킨 참여정부를 답습할 가능성이 크다. 참여정부는 집권 초기 부동산시장이 과열되자 투기과열지구를 지정하는 것을 시작으로 종합부동산세 도입과 양도소득세 중과세 등 수위 높은 규제책을 잇따라 내놓았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2006년 서울의 아파트 값은 한 해 평균 23.4%나 오른 게 그 방증이다.

일각에선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 한도 조정 등의 부동산 규제를 강화할 경우 경기위축으로 이어질 공산이 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주택수요와 공급이 감소되면 집값은 폭락할 것이며 이것이 가계부채 부실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우려가 현실화돼 ‘내 집 장만’의 꿈이 한여름 밤의 로망 정도로 치부돼야 하는 것인가. 반대급부의 풍선효과를 꼼꼼히 따져봐야 할 이유다.

시간은 촉박하다. 머지않은 시기에 금리인상과 DTI, LTV 완화 종료,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부활 등의 악재가 켜켜이 쌓여 있다. 이 같은 상황에 규제의 고삐를 죈다면 극심한 부동산 경기 침체가 유발될 수 있음을 정부는 인지해야 한다. 시장의 전반적인 흐름을 살펴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도 시장의 안정화를 꾀할 수 있는 장기적 플랜이 절실한 때다.

이를 위해 빅데이터를 활용한 치밀한 시뮬레이션 전개, 경기회전 폭과 소비자 기대 지수, 기계 건설 수주액, 종합주가지수, 금융기관 유동성, 장단기 금리 차 등의 선행지수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하우스푸어의 눈물은 성찰하되, 주거 선택 간 가치에 집중하는 수요자의 니즈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 모든 사안을 종합해 과거의 시행착오를 답습하지 않는 선택적·맞춤형 정책이 요구된다. 과열된 부동산 시장의 환부만 집어 도려낼 수 있는 유연한 대책이 수반돼야 한다.이동군 군월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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