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에도 텅 빈 테이블 볼땐 정말 목 조여오는 느낌”

  • 이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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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20   |  발행일 2017-06-20 제6면   |  수정 2017-06-20
■ 외식업 자영업자 인터뷰
“원재료값 천정부지 치솟아도
음식값은 5년전 그대로 유지
인건비 아까워 사람도 못 써”
“점심시간에도 텅 빈 테이블 볼땐 정말 목 조여오는 느낌”
대구 서구 비산동에서 해물전문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미정씨(가명)가 주방에서 음식 준비를 하고 있다. 김씨는 건물주에게 불이익을 받을까 우려된다며 얼굴과 실명 공개를 극구 거부했다.

“어쩌면 지금이 IMF 외환위기 때보다 현실적으로 더 힘들어요. 식재료 값이 오른 데 비해 판매 가격은 5년 전 그대로고, 손님은 들쑥날쑥…. 폐업할까, 아니야 조금만 더 버텨봐야지, 그러면서 하루하루 지내요.”

대구시 서구 비산동에서 11년째 해물전문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미정씨(가명·50)는 최근 한숨을 내쉬는 일이 잦아졌다. 건물주가 한 달 전부터 현재 1천만원인 보증금을 200만원가량 더 올리겠다는 통보를 해서다.

김씨가 하루종일 매달려있는 이 가게(120㎡)의 월세는 140만원이다. 한 달 전기료는 최소 20만원에서 냉·난방기를 쓰는 여름, 겨울에는 30만원까지 치솟을 때도 있다. 수도세는 6만~7만원 수준. 식재료 값까지 합하면 매달 나가는 돈만 200만원에 달한다. 김씨는 “5년 전보다 20만원가량 오른 월세를 내기도 빠듯하다”며 “점심시간에도 텅 빈 테이블을 볼 땐 정말 목이 조여오는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김씨는 20년전부터 양·분식점 등 요식업계에 꾸준히 종사해왔다. 2006년 문을 연 이 가게도 처음에는 성공을 확신했다. 끊이지 않는 손님 덕에 지금의 3분의 1 수준이던 가게 면적을 대출을 해가면서까지 조금씩 늘리기도 했다. 3년 전까지만 해도 70석에 달하는 테이블이 꽉 차는 날도 있었다. 그런 날이 일주일에 두 번에서 한 번으로, 한 번에서 전혀 없는 수준으로 줄어들었고 이제는 일 년에 손에 꼽을 정도가 됐다. 그는 “모임 등 단체 손님이 크게 줄었고, 수익률을 올려주는 주류 매출도 갈수록 시원찮다”며 “그나마 단골손님이 한번씩 찾아주니 버티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님들의 방문 패턴이 점심에는 조용하다가 저녁에 갑자기 몰리는 등 들쑥날쑥해지면서, 김씨는 더 힘들어졌다. 대량 구매해 한번에 손질해놓은 식재료가 제때 쓰이지 않아 버리는 날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재료를 조금씩 손질해 보관하는 일은 오히려 시간이 많이 걸리고, 손이 한번 더 갔다.

2년 전부터는 홀 서빙을 담당하는 종업원도 내보냈다. 대신 여동생 등 가족들이 가끔 찾아와 도와준다. 인건비라도 줄여보자며 종업원을 하나둘씩 줄여나가고 있는 것은 주변 음식점들에서도 흔한 일이다. 김씨는 “한번씩 단체 예약이 있는 날 급히 사람을 부르려면 하루에 8만원은 줘야 한다”며 “그렇게 나가는 돈조차 아까워 내가 조금 더 고생하고 말지 하며 사람을 쓰지 않게 되더라”고 말했다.

그는 “폐업을 하더라도 딱히 생계를 유지할 다른 길이 없어 이제는 빚을 내서라도 버텨야 할 판”이라며 “정부에서 창업 붐만 일으킬 것이 아니라 기존 소상공인들을 위한 지속적인 지원에도 힘써주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글·사진=이연정기자 leeyj@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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