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균 원장의 건강 챙기기] 주하병과 땀

  • 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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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20 07:46  |  수정 2017-06-20 07:46  |  발행일 2017-06-20 제21면
여름철 머리에서 비오듯 흐르는 땀…위장 허열이 원인
[김한균 원장의 건강 챙기기] 주하병과 땀

6월 초부터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런 때면 환자는 기운을 못 쓰고 온몸이 축 늘어지고 말하기조차 힘들어 한다. 또 변비를 동반하면서 꾸벅꾸벅 졸음이 오고 신경이 날카로워지며 땀을 동반하면서 괜히 짜증도 잘 난다고 호소한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주하병(注夏病)이라고 한다. 말 그대로 여름 타는 병이란 뜻이다.

기운 없고 식욕 사라지고 변비 증상
땀 많고 장기기능 저하‘여름타는 병’
따뜻한 물·담백한 음식 규칙적 섭취
땀 나는 신체부위 따라 氣보충 치료

주하병이 생기면 먼저 위장과 대장의 기능이 떨어지고 입맛도 없어지고 복부 팽만과 함께 변비 또는 설사를 하기도 한다. 더위를 먹었을 때는 목과 허리를 느슨하게 하고, 찬 수건으로 머리와 목덜미 쪽을 적셔 시원하게 해주며, 이후 무릎외측에서 발목쪽으로 5㎝ 아래에 있는 족삼리(足三里) 혈을 눌러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 경혈을 잘 모르면 무릎에서 발쪽 방향으로 천천히 눌러주는 것도 좋다.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도 중요한데 찬물보단 따뜻한 물이 좋다. 이는 공기는 덥지만 몸 안의 장기는 차갑기 때문이다. 더운 물을 마시면 내장의 기운이 정상으로 되어 제 컨디션을 빨리 찾을 수 있다. 여름에 냉면이나 찬 음식을 먹고 나면 체하거나 배탈이 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겨울에는 잘 체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간혹 수분 보충과 갈증 해소를 위해 탄산음료를 찾기도 한다. 하지만 마시는 순간은 입안에서 시원함을 줄 수는 있어도 당분이 들어 있는 탄산음료는 내장 속에서 열을 만들어 오히려 갈증만 더해져 근본적인 갈증 해소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 보신탕 같은 음식을 여름철에 먹는 것도 같은 맥락이 되는데, 여름에는 내장이 차가워지므로 따뜻한 성질을 가진 보신탕을 먹으면 몸이 더워지고 기운을 찾게 된다.

취침 전 목욕도 찬물보단 미지근한 물이 좋다. 더운 여름에 찬물로 목욕하면 그 순간은 기분이 상쾌하지만 피부가 냉기를 받고 혈관이 수축되어 깊은 잠에 빠지기 어렵게 된다.

밤이 되면 열대야로 인해 불면과 땀으로 충분한 잠을 잘 수 없으며 그로 인해 기운은 기운 대로 빠지고 식욕은 없다고 하며 심하면 변비까지 호소한다.

한의학 의서인 내경에 따르면 음식을 포식하면 위장에서 땀이 나고, 크게 놀라면 심장에서 땀이 나고, 무거운 것을 지고 먼 길을 가면 신장에서 땀이 난다고 했다. 또 전신에 시도 때도 없이 땀이 나고 움직이면 더욱 심해지며 기운이 빠지는 것을 자한증(自汗症)이라고 하는데 기(氣)의 운행실조로 허약해져서 오는 경우가 있다.

특이하게 신체의 반쪽만 땀이 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기(氣)와 혈(血)이 한쪽만 편중되게 허해져서 오는 것이고, 찬밥을 먹어도 머리 쪽에서 땀이 비오듯 흐르는 것은 위장 기능 항진에 의한 허열 때문이다. 과음한 다음 날 아침 식사 때 땀을 흘리고 아예 식사를 못하고 시원한 과일을 찾는 것도 이와 비슷한 이치가 된다.

또 하체에, 특히 사타구니에만 땀이 나는 것은 일명 낭습증이라고 하는데 신장 기능이 허약해서 오는 것이다. 도한증(盜汗症)은 잠잘 때 땀을 흘리지만 깨면 멈추는 증상으로 속옷이 젖는 경우도 있다. 이와 같이 땀이 나는 신체 부위와 그 원인에 따라 기(氣)를 보(補)하기도 하고, 자음(滋陰)하면서 화기(火氣)를 내려주기도 하고, 열을 식혀주기도 하고 반대로 양기(陽氣)를 보(補)하는 등 치료법이 각기 다를 수 있다.

정확한 음양(陰陽), 표리(表裏), 한열(寒熱) 그리고 허실(虛實) 등 한의사의 팔강(八綱) 감별진단을 통해서 가미자음탕(加味滋陰湯), 가미보익탕(加味補益湯) 등과 침구치료를 통한 자율신경의 조절로 치료가 가능하다. 또한 평소에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은 맵고 자극성 있는 음식을 피해야 하며 담백한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고 과도한 운동은 삼갈 것을 권한다.

여름철 불면증을 해소하는 데는 대추차와 둥글레차가 좋다. 큰 대추 3개를 썰어 씨와 함께 넣고 잠시 끓인 물에 꿀을 조금 첨가해서 마시면 좋다. 둥글레차는 주성분이 사포닌인데 둥글레차의 사포닌은 중추신경계를 진정시키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흥분작용 없이 잠을 청하는데 도움이 된다.

더위를 이기고 갈증을 해소하는 데는 오미자를 꼽을 수 있다. 오미자는 이름 그대로 5가지 맛을 내는 데 이 중 신맛이 가장 강하다. 신맛은 수축작용으로 땀샘이 확장되는 것을 막아 땀의 분비를 조절하며 더위를 식혀주는 효과와 함께 변비를 해소하는데 도움이 된다. 또한 오미자는 비타민A·C 등이 풍부해 신경계통에 활력을 주어 눈의 피로회복과 함께 여름철 짜증나는 예민한 성격을 완화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오미자차는 다른 차와는 달리 끓이지 않고 물에 담가 두기만 해도 차로 이용할 수 있다. 색이 진하고 단맛을 풍기는 오미자를 잘 씻어 물기를 뺀 뒤 생수에 10시간 정도 담가두기만 하면 된다. 신맛이 싫은 사람은 이를 끓이면 신맛을 줄일 수 있다. 오미자에 인삼과 맥문동을 넣고 끓이면 지친 원기를 회복시키는데 효과가 좋은 생맥산(生脈散) 처방이 된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도움말=청산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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