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본격화된 脫원전 시대, 전력수급에 문제없나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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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21   |  발행일 2017-06-21 제31면   |  수정 2017-06-21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열린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원전 중심의 발전정책을 폐기하고 탈핵(脫核)시대로 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현재 수명을 연장해 가동 중인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와 신고리 5·6호기의 건설 중단 가능성도 내비쳤다. 문 대통령이 대선 공약이었던 원전 정책 재검토와 신규 원전 건설계획의 전면 백지화를 선언하면서 예상보다 빨리 탈(脫)원전 시대가 열리게 됐는데, 이에 대한 기대 못지않게 우려도 크다.

전력 수급 부족과 전기료 인상 등에 대한 대책이 미흡해 보이기 때문이다.

탈 원전은 우리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조류임에는 틀림 없다. 이미 유럽을 중심으로 세계적으로도 탈원전 바람이 불고 있다. 독일, 스위스 등이 원전을 포기했으며, 미국 다음으로 원전을 가장 많이 보유한 프랑스도 원전을 대폭 줄여나갈 방침이다. 물론 선진국들이 원전을 멀리하는 것은 안전에 대한 불안 때문이다. 1986년 러시아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2011년 쓰나미로 인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 붕괴사고는 그야말로 돌이킬 수 없는 대재앙으로, 지금도 후유증이 지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는 규모 면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대형 원전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으며, 원전 밀집도도 세계에서 가장 높기에 새 정부의 탈원전 방침은 당위성을 갖는다. 하지만 문제는 탈 원전에 따른 에너지 고비용을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느냐이다.

현재 원전이 국내 전력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9%로 석탄화력(34%) 다음으로 높다. 정부는 국내 전력 공급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이들 두 에너지원을 대폭 줄이는 대신 액화천연가스(LNG) 비중을 20%에서 37%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를 5%에서 20%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신재생에너지의 발전단가가 원자력에 비해 3배 이상 비싼 데다 전력수급도 계획처럼 원활치 않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독일의 경우 탈 원전 시행 이후 가정용 전기요금이 40%나 폭등했으며, 호주 빅토리아주는 갈탄발전소를 폐쇄하고 재생에너지로 대체했지만 심각한 전력부족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탈 원전의 당위성에만 매몰돼선 안된다. 향후 발생 가능성이 큰 전력 수급 차질과 전기료 인상 등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부터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탈 원전 정책의 추진 속도와 규모를 적절히 조절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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