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남자와 五子

  • 원도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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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22   |  발행일 2017-06-22 제31면   |  수정 2017-06-22

“남자는 오자(五子)를 먹어야 돼.” 방송에도 나오는 유명 한의사 김오곤씨가 몇 년 전 대구에 강연하러 왔다가 식사 자리에서 한 말이다. 그날 이후 약용식물 관련 책을 두 권이나 사 ‘오자’를 공부하게 됐다. 책을 보니 오자뿐 아니라 산과 들판에 널려 있는 식물과 열매들이 온통 약이거나 독이다. 약성이 좋아 신병 치료에 활용되는 것들이 수두룩하다. 익모초·석류처럼 여성에게 좋은 식물이 있고, 반대로 남성에게 도움이 되는 식물도 있다. 독이 많은 식물이나 열매는 독을 다스리기 위해 법제(法製)를 해야 한다. 약의 성질을 바꾸기 위해 정해진 방법대로 가공하는 것을 한방에서 ‘법제한다’고 한다.

한의사들이 남자에게 좋은 다섯 약용식물로 추천하는 ‘오자’ 중 오미자(五味子)·구기자(枸杞子)·복분자(覆盆子)는 잘 알려진 것들이다. 여기에 추가되는 토사자(兎絲子)·사상자(蛇床子)는 생소하다. ‘자(子)’는 식물의 열매(씨앗)를 약 이름으로 쓸 때 붙이는 글자다. 토사자는 메꽃과의 한해살이 기생식물인 새삼의 씨앗이다. 맨땅에서 싹이 나 자라면서 땅속 줄기를 끊어버리고 다른 식물을 타고 올라가 영양을 빨아먹는 실(絲) 모양의 덩굴 기생식물이다. 붉은색 줄기는 굵은 철사처럼 생겼고 잎은 퇴화해 비늘모양으로 남아 있다. 허리를 다친 토끼가 새삼을 뜯어먹고 나았다고 해서 토끼토(兎)자가 들어갔다.

사상자는 미나리과의 두해살이 풀인 뱀도랏·진들개미나리 씨앗의 약명이다. 미나리 비슷하게 생겼는데 이 식물의 아래에는 뱀이 똬리를 틀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뱀의 침상’이라는 뜻의 사상자로 불린다. 6~8월에 흰색 꽃이 피고 가을에 타원형 열매가 달려 익는다. 열매는 짧은 가시 같은 털이 나 있어 다른 물체에 잘 붙는다. 이 다섯 약용식물은 모두 사람의 양기를 올리고 신장·간장 등 내부 장기를 튼튼하게 하는 강장효과가 있는 것으로 판명돼 남자에게 좋다고 한다. 그런데 ‘마늘·파·양파·고추 등 우리가 매일 먹는 식품도 몸에 좋은데 굳이 5자를 찾아 먹을 필요가 있을까’라고 이견을 제시하는 사람도 있다. 맞는 말이다. 신체의 특정 부위가 약하거나 망가졌을 때 집중적으로 투여하는 게 약이다. 평소에 여러 식품을 가리지 않고 골고루 먹으면서 적당히 운동을 하고 있다면 ‘5자’를 애써 찾을 필요가 없다.

원도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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