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금리인상, 가계부채, 부동산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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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23   |  발행일 2017-06-23 제22면   |  수정 2017-06-23
부동산 관련 대출 지속증가
글로벌 금리 인상과 맞물려
서민들에게 큰 부담이 될듯
부동산 투기 억제뿐 아니라
종합적 사고로 해법 찾아야
[경제와 세상] 금리인상, 가계부채, 부동산정책

아마도 부동산정책만큼 자주 바뀐 정책도 없을 것이다. 항상 냉탕과 온탕을 번갈아 시행해 온 탓에 경제주체들은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대해 전혀 신뢰를 주지 않는다. 특정한 정책이 나오더라도 정권이 바뀌면 정책도 다시 바뀔 것이라는 게 시장의 반응이다. 박근혜정부 후반기의 부동산정책은 부동산 시장을 투기판으로 만들었다. 2014년 8월 당시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은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하여 부동산과 관련된 각종 규제를 완화했다. 그 결과 ‘빚내서 집사라’는 식의 정책으로 경제 전체에 큰 부담을 안겨줬을 뿐만 아니라 국내 금융시스템을 취약하게 만들어 버렸다.

금융시스템의 취약성은 가계부채의 증가와 연결되어 있다. 2017년 1분기 가계부채의 규모는 1천360조원에 달한다. 증가속도는 계절적인 요인으로 한풀 꺾인 듯 보이지만 제2금융권으로 대출수요가 넘어오는 ‘풍선효과’가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주택담보대출이 가계신용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이는 빚내서 집을 사려는 수요가 많음을 의미한다. 한번 탄력받은 부동산 관련 대출이 현 정부 들어서도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가계부채의 심각성은 글로벌 금리인상 시기와 맞물려 있다. 미국은 지난 3월15일 기준금리를 0.75~1.00%로 인상했다. 올 연말까지 한두 차례 추가 인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라 국내 기준금리의 인상도 불가피해 보인다. 경기침체 등을 감안해 인상폭은 크지 않을 수 있겠지만 심리적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미국의 금리인상은 시차는 있겠지만 국내 금리의 인상을 촉발하게 될 것이다. 금리인상은 결국 가계부채를 통해 서민들에게 더욱 큰 부담을 안겨주게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금리와 가계부채, 부동산정책을 종합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서민 주거복지를 강화하고 부동산 시장의 안정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인식의 바탕에는 가계부채에 대한 심각성이 깔려 있다. 현 정부는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 주택담보대출 관련 규제를 완화할 생각이 없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러한 부동산정책도 급진적으로 시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최근 정부는 도심재생사업에 매년 10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도심재생사업은 사업성이 없어서 뉴타운과 재개발 사업이 중단되거나 무산 지역을 중심으로 노후된 주거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필요성이 인정된다. 하지만 정책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재생사업 대상지역의 집값을 끌어올리는 부작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정책시행과 더불어 적절한 투기억제책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경제정책 집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가능성이다. 현 정부 들어 집값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금은 정부가 개혁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부동산정책에 있어서는 현 정부도 과거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시장의 반응이 깔려져 있는 듯하다. 너무나 오랜 기간 경제성장의 상당 부분을 부동산에 기대고 있는 현실을 시장은 간파하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의 급락은 가계부채라는 뇌관이 터질 수도 있기 때문에 쉽사리 손대지 못할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서민들의 주거를 안정시키기 위해 집값을 잡겠다고 목표를 세웠으면 부동산에 대해 형성되고 있는 현재의 기대가 잘못된 것이며, 오른 집값을 추격 매수할 필요가 없다는 시그널을 줘야만 한다.

부동산정책의 초점을 특정지역의 부동산 투기를 막는 것뿐만 아니라, 주거복지와 대규모의 가계부채가 거시경제에 미치는 불안정성 해소에 역점을 둬야 할 것이다. 부동산을 통해 쉽게 돈을 버는 것이 가능해지는 이 사회에 근로의 가치를 논할 수 있을 까. 건물주를 꿈꾸는 이 사회의 청년들에게 어떤 희망을 볼 수 있을까. 일자리를 얻기 힘든 상황과 집값 상승의 맞물림은 청년들에게 결혼을 미루거나 포기하게 만든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로 인식되는 저출산 고령화와 맞물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부동산과 주거복지문제, 청년문제 등등 종합적인 사고의 틀 안에서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박상우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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