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남성의 일가정 양립 점수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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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23   |  발행일 2017-06-23 제34면   |  수정 2017-06-23
일가정 양립을 휴식후 돕는 정도로 이해
68%가 본인의 휴식을 우선적으로 생각
24%만 ‘집안일 공평히 나눈다’로 인식

대구 남성의 일가정양립 점수가 100점 기준으로 할 때 41점으로 조사되어 남성의 보다 적극적인 일가정양립 참여가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여성가족재단은 양성평등주간을 앞두고 대구 남성의 일가정양립 참여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대구 남성의 일가정양립 참여 실태 및 정책 요구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대구지역 성인 남녀 1천명(만 8세 이하 자녀가 있는 일하는 여성과 남성 각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하였다.

대구여성가족재단 정책개발실 성지혜 연구원은 “만 8세 이하 자녀가 있는 일하는 여성과 남성을 조사 대상으로 선정한 이유는 이 시기가 출산·육아로 인해 여성의 경력단절이 가장 많이 발생하며, 육아휴직제도·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신청 대상에 해당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남성이 가사·육아활동 참여가 낮은 이유로는 ‘업무로 피곤하고 시간이 없어서’(40.8%)와 ‘정시 출퇴근 문화가 아니라서’(18.4%)가 60% 정도 차지해 장시간의 노동환경을 개선할 필요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 응답자의 3명 중 1명은 정해진 시간에 퇴근하지 못하는 실정이며, 여성도 11.6%가 정시에 퇴근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한 남성의 69.4%가 주 1일 쉬거나 거의 쉬지 못하는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남자가 하는 것이 아직은 이상해서’라는 응답도 21.8%에 달해 양성평등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대구 남성이 생각하는 일가정 양립은 집안일을 공평하게 나누거나 주도하기보다는 휴식 후 집안일을 돕는 정도로 이해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전체 응답자의 68.2%가 본인의 휴식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있었으며 집안일을 공평하게 나눈다는 의미로 인식하는 남성은 24.0%에 불과하였다.

하루 평균 가사와 자녀 돌봄에 소요하는 시간에서 여성과 남성의 격차도 심했다. 남성은 1시간 미만이 43.6%에 달하는 반면, 여성은 52.8%가 3시간 이상이라고 응답하여 일하는 여성의 가사와 자녀 돌봄 쏠림현상이 심각했다.

최근 일가정 양립 제도가 많이 시행되고 있으나 아직 한국에서는 이를 이용하는 경우가 적다. 이번 조사에서는 그 이유에 대한 답도 나왔다. 일가정 양립 지원을 위해 시행되고 있는 제도 중에서 ‘배우자 출산휴가’(21.2%)를 제외하면, 남성들의 제도 이용률은 5% 이하였다. 제도 활용이 저조한 이유는 ‘가정의 수입이 줄어서’가 49.6%(복수응답)로 가장 높았으며, ‘직장상사와 동료의 눈치가 보여서’가 38.6%(복수응답)로 나타났다. 수입 감소에 대한 우려와 직장에서의 눈치가 주된 이유인 점을 감안할 때 남성의 일가정 양립 참여가 확대되기 위해서는 제도 이용 시 가정의 수입이 급감하지 않도록 어느 정도 경제적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하며, 이러한 제도를 거리낌없이 이용할 수 있는 기업문화를 만들어갈 필요성이 제기됐다.

대구여성가족재단 정일선 대표는 “대구 남성들의 가사·육아활동 참여가 차츰 증가하는 양상은 매우 바람직한 변화이다. 하지만 일가정 양립 지원 제도를 이용하는 데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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