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식의 산] 운주산(해발 807m, 영천시와 포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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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23   |  발행일 2017-06-23 제38면   |  수정 2017-06-23
“산에 뭐 볼 게 있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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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주산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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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나무 숲이 주를 이루는 산길.

들머리의 안내도 앞에서 산행할 코스를 눈으로 그림을 그려본다. 안내도 오른편 시멘트 포장길을 올라 민가 몇 채를 지나면 오른쪽으로 신방 임도 표석과 이정표가 서있다. ‘수성리 2.4㎞’ 방향의 임도를 따른다. 200여m를 오르면 임도 한편에 영천댐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를 만들어두었다. 전망대 바로 직전에 왼쪽으로 경운기 정도 다닐 만한 길이 나있고, 입구에 ‘운주산 2.2㎞’의 이정표가 보인다. 넓은 길이긴 하지만 좌우 늘어진 나뭇가지와 바닥에 무성한 풀들이 자라고 있어 잘못 찾은 것은 아닌지 살짝 불안해진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운주산 2.0㎞’의 두 번째 이정표를 만나고, 넓은 길이다가 본격적인 등산로로 바뀌는 ‘운주산 1.9㎞’의 이정표를 보고서야 그 불안하던 마음을 내려놓는다.

하산길 마을회관 앞 어르신의 첫 물음
우거져 볼 게 없어 많이 안 찾는단 말도

이정표 보고도 무성한 풀에 살짝 불안
멧돼지 흔적이 선명한 길 걸을 땐 오싹
길섶엔 사람 손길 안 닿은 산딸기 지천
흡사 영천서 오르는 새 코스 개척 느낌
산 정상의 돌로 축대 쌓은 제천단 눈길
탁 트인 조망은 하산길 전망바위가 유일


숲이 울창하다. 땅에서는 풀들이 무성하게 일어서있다. 키가 큰 나무, 작은 나무, 풀들이 겹쳐져 푸름은 겹겹이 포개진다. 영천과 포항의 경계를 이루는 산이지만 영천쪽에서 산행하는 인구가 비교적 적은 탓에 새로운 코스를 개척하는 느낌마저 든다. 연일 30℃를 오르내리는 기온이지만 숲속 그늘 속은 아직 걸을 만하다. 그것도 그럴 것이 조금 전까지만 해도 땅을 뒤진 멧돼지의 흔적이 선명한 길을 걷자니 등골이 오싹하다. 능선을 만나 완만한 길을 잠시 걷다가 구조 위치 푯말 가-3을 지나면서 긴 로프를 설치한 구간을 두 번 지나게 된다.

경사진 구간이면서 가뭄으로 메마른 땅에 마사토가 드러나 있어 구슬 위를 걷는 듯 미끄럽다. 로프를 잡고 힘겹게 오르니 한동안 완만한 능선길이 이어진다. 연무가 끼어 탁 트이지는 않지만 포항쪽 도덕산이 바라보이는 조망 터도 지난다. 능선에 올라 20여분 지나면 김해김씨 무덤 2기를 지나고, 10분을 더 오르면 좌판이 없는 무덤 1기를 더 만난다. 이 무덤 끝에 ‘운주산 1.1㎞’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진행방향의 정면으로 곧장 오르는 길과 무덤 왼쪽으로 보이는 넓은 길에 길게 로프를 매놓은 길이 있다. 아마도 오르기 쉽도록 새로 낸 길인 듯해 일행은 새로 난 길을 따르기로 한다. 새로 난 길이라고는 하지만 로프를 잡을 수밖에 없는 가파른 길이다. 10분 정도 로프구간을 지나면 능선에서 다시 옛길과 만난다.

‘운주산 0.9㎞’ 이정표를 만나고부터는 경사가 다소 완만한 능선을 걷는다. 이맘때 한창인 검은등뻐꾸기 울음소리가 온 산에 울려 퍼지고, 길섶에는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산딸기가 지천이다. 정상이 가까워지자 간혹 바윗덩이가 길을 막아서지만 참나무가 주를 이루는 민둥한 산의 모습이다. 정상 20m앞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이 이정표 방향을 유심히 봐 두고 정상에 올랐다가 되돌아 내려와야 할 지점이다. 정상에는 정상표석과 삼각점이 나란하고, 그 정수리 지점에 돌로 축대를 쌓은 제천단이 있다. 기우제를 지내거나 산신제를 올리는 용도인 듯하다. 포항 방향으로 헬기장이 보이고, 그 뒤로 비학산이 연무에 가려 희미하게 가늠된다. 영천쪽 기룡산, 보현산과 면봉산이 조망되지만 숲에 가려 산봉우리만 드러내고 있다. 포항 쪽 헬기장을 내려서면 낙동정맥 길이 봉좌산으로 이어져 부산 몰운대까지 내달린다. 운주산 이름이 항상 구름이 주위를 감싸고 머물러 있는 산이라는 데서 붙여졌다고 하는데 이번 산행에는 내내 연무에 싸여있다. 정상에서 조금 전 이정표까지 되돌아 내려와 진행 방향을 잡는다. ‘상신방 3.2㎞’ 이정표 방향으로 좁은 숲길로 내려선다. 한동안 가파른 경사 길을 내려서는데 사람의 흔적이 희미해 잘못 내려선 게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다. 지도에서는 능선을 따르도록 되어있지만 우거진 숲으로 능선이 보이지 않으니 더욱 불안해진다. 짧은 로프구간을 지나고 ‘상신방 2.4㎞’로 적힌 이정표를 만나고서야 정상적인 코스임을 확신한다.

20분정도 완만한 능선을 따르면 ‘김해김씨’ 무덤 주변으로 마치 공동묘지처럼 묵무덤이 많은 곳을 지난다. 영천댐과 지나온 능선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바위도 있다. 운주산 전체 산행에서 탁 트인 곳은 이곳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벤치가 놓인 갈림길에 서게 된다. 오른쪽은 상도일, 왼쪽은 신방마을 갈림길이다. 신방리 1.4㎞ 이정표를 따라 내려서면 산허리를 따라 길을 냈는데 계곡까지 큰 경사 없이 완만하다. 계곡이 가까워지자 웅덩이 몇 곳에서 멧돼지가 막 목욕을 하고 간 흔적이 흙탕물로 남아있고, 그 상류에 샘터가 있는데 가뭄에 겨우 한 방울씩 떨어지는 물이 전부다. 여기서부터는 예전에 밭을 일구었던 묵밭에 아름드리나무가 자라난 곳을 여러 곳 지난다. 왼쪽으로 작은 계곡을 건너 모퉁이를 돌아나가 대나무 숲 사이에 신방리 0.3㎞ 이정표를 따르면 곧 신방리 마을회관을 지난다.

마을회관 앞에서 어르신 몇 분을 만났다. 어르신의 첫 물음은 “산에 뭐 볼 게 있던가요?”다. 숲이 우거져 볼 게 없어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산이라며, 오히려 더운데 고생했다며 위로의 말까지. 한적하면서 깨끗한 산을 만났다며 스스로 위로하면서 오전에 출발했던 주차장으로 향한다. 비교적 짧은 산행이어서 아직 해는 중천에 떠있다. 대구시산악연맹 이사·대구등산아카데미 강사

apeloil@hanmail.net

☞ 산행길잡이

주차장 -(7분)- 임도 입구 -(5분)- 임도 갈림길 -(30분)- 첫 로프구간 -(35분)- 무덤 옆 로프구간 운주산 -(45분)- 김해김씨 묘 -(20분)- 상도일 갈림길 -(40분)-샘터 -(35분)- 주차장

운주산은 보통 포항 쪽에서 오르는 코스가 많이 알려져 있으나 영천 쪽에서는 비교적 찾는 이가 적어 한적한 산행을 즐길 수 있어 좋다. 정상까지는 이정표가 많아 길 잃을 염려는 없고, 정상에서 하산 길 입구만 주의하면 큰 어려움은 없다. 울창한 숲 속으로 걷는 산행이라 하절기 산행으로도 추천할 만하다. 신방리에서 출발해 한 바퀴 돌아내려오는 코스이며 약 6㎞ 남짓한 거리로 4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 교통

대구포항간고속도로 북영천IC에서 내려 우회전으로 오미교차로에서 산업도로를 따라 임고교차로까지 간다. 좌회전으로 임고서원, 임고면소재지를 지나 영천댐공원까지 간 다음 우회전으로 삼매교를 건넌다. 영천댐 상류 끝 지점에서 직진은 죽장, 우회전은 신방 이정표를 따라 우회전으로 약 2㎞를 가면 마을 앞 버스정류장에 닿는다.

☞ 내비게이션

영천시 자양면 상신길 213(버스정류장)

☞ 볼거리

임고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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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고서원(臨皐書院)은 우리나라 대표적인 역사인물인 포은(圃隱) 정몽주 선생을 추모하기 위해 조선 명종 8년(1553)에 노수, 김응생, 정윤량, 정거 등이 창솔하여 부래산(浮來山)에 창건을 시작하여 이듬해인 1554년에 준공하였다. 명종으로부터 사서오경과 많은 위전(位田)을 하사받은 사액서원이다. 임진왜란 때 소실되어 선조 36년(1603) 현 위치에 이건(移建)하여 재사액(再賜額) 받았으며, 인조 21년(1643)에 여헌(旅軒) 장현광을 배향하고, 정조 11년(1787)에는 지봉(芝峰) 황보인을 추배하였으며 고종 8년(1871)에 서원철폐령으로 훼철되었다. 하지만 고종 16년(1879)에 존영각(尊影閣)을 건립하여 영정을 봉안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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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 길에 만난 전망바위. 영천댐과 그 일대 영천의 산들이 도열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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