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아파트 대신 ‘나만의 땅콩주택’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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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24   |  발행일 2017-06-24 제1면   |  수정 2017-06-24
저렴하게 개성만점 내집 마련
20∼30대 실속형 집짓기 늘어
도심재생 모델로 활용 제안도
대구 주거문화 변화의 바람

‘아파트 공화국’으로 불리는 대구지역 주택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땅값이 비싸 작은 집 생활이 보편화된 일본이나 서울 등 일부에서 관심을 모았던 일명 ‘땅콩주택’ 등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돈을 벌어 집을 구입하기 힘들 정도로 아파트 가격이 급등한 데다, 자신만의 개성있는 집에서 살고 싶은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자산관리연구소가 지난해 1월 5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의 평균 연소득 대비 아파트 가격 비율(PIR·Price to Income Ratio·대출 없이 소득만을 이용한 아파트 구입 능력) 지수를 비교 분석한 결과, 대구는 8.9로 서울(12.6) 다음으로 높았다. 대구지역 근로자들이 전용면적 84㎡ 아파트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8.9년 동안 한 푼도 안 쓰고 모아야 가능하다는 의미다. 더욱이 대구의 PIR는 2015년 7.5에서 8.9로 1.4포인트 늘어, 광역시 중 가장 큰 증가폭을 기록했다.

따라서 비싸고 남들과 똑같은 붕어빵 집에서 살기보단 나만의 개성있는 공간을 갖고 싶은 20~30대를 중심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땅콩주택, 협소주택, 테라스하우스 등 실속있는 집을 짓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최상대 한터건축 대표는 “예전엔 주택의 재산상 가치에 비중을 뒀다면, 요즘 젊은 세대들은 주거생활 자체에 초점을 맞춰 실용성과 개성을 갖춘 협소주택 등을 선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 대표는 “일본에서는 기존에 볼 수 없는 형태라는 의미에서 이를 ‘게릴라 주택’이라고 부른다”면서 “초창기에는 매매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지만, 독특함을 중시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서울 등에서는 상품으로서의 가치까지 인정받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새 정부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도심재생에 이러한 모델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제안한다.

이정호 경북대 건축학과 교수는 “협소주택도 관련 법상은 결국 단독주택, 땅콩주택은 다가구 주택으로 인허가를 받아야 한다”면서 “이런 탓에 일조권, 건폐율과 용적률 등으로 작은 건물을 재미있게 배치하는데 한계가 있다. 도심재생 차원에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도록 예외 규정을 두면 좀 더 활발한 시도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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