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있을 건 다 있는 집…도시인의 로망이 되다

  • 이연정,김미지,황인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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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24 07:15  |  수정 2017-06-24 07:16  |  발행일 2017-06-24 제3면
‘아파트 공화국’ 대구 주거문화 새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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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수성구 황금동에 위치한 테라스하우스의 전경. 황인무기자 him7942@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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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스하우스의 2층은 부부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져있다. 황인무기자 him7942@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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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남구 대명동에 위치한 협소주택 내 계단은 서재로 사용할 수 있다. <인아크 제공>

대구시민의 부동산 사랑은 남다르다. 단순히 안락한 생활을 위해 집을 산다기보다 투자 목적이 앞서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탓에 2010~2015년 대구의 주택가격은 45.0% 상승, 전국에서 가장 많이 올랐다. 구·군별로 보면 이 기간 달서구가 60.0%로 가장 많이 올랐고, 북구 55.0%, 수성구 49.1%로 뒤를 이었다.

아파트로 대변되는 대구의 주거문화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아파트가 어떤 곳인가. 평생 자신이 돈을 지불하고 사는 모든 물건 중에 가장 비싼 것, 수백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수억원을 줘도 겨우 살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천편일률적인 닭장같은 저곳에서 우리의 삶은 몰개성화된다. 내가 원하는 땅에, 내가 직접 디자인하고, 나의 개성을 살린, 작지만 나만의 집을 짓는 새로운 주거문화가 싹트고 있는 이유다.

아파트가 우리나라의 주된 주거형태이지만 획일화된 공간, 층간 소음, 비싼 부동산 가격 등의 문제로 작은 땅의 효율을 극대화한 다양한 형태의 주택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 토지에 두 가구가 건물을 나란히 붙어 있어 모습이 땅콩같다 해서 붙여진 ‘땅콩주택’, 작은 땅위에 짓는 것은 같지만 두 가구가 아닌 한 집만 사는 ‘협소주택’, 그리고 여기에 테라스까지 겸비한 ‘테라스하우스’ 등이 대표적이 사례다.

◆한 건물에 두 세대 ‘땅콩주택’

듀플렉스 하우스, 이른바 ‘땅콩주택’은 한 필지에 두 세대 이상의 집을 짓는 방식이다. 벽을 사이에 두고 두 세대가 마주보는 형식이 일반적이다. 토지와 건축 비용을 공동으로 부담해 기존 단독주택 건립 비용의 절반 가격으로 지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특히 최근 아파트 매매·전세가격 상승세와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개성있는 공간에 대한 욕구가 맞물리면서 저렴한 비용으로 ‘로망’을 실현할 수 있는 방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땅콩주택, 가족과 따로 또 같이 생활 적합
자투리 땅에 공간 활용도 높인 협소주택
평당 500만∼600만원 선에서 건축 가능
테라스하우스, 카페처럼 공간 활용 다양
저렴한 가격에 개성있는 집…관심 늘어



우리나라에선 2011년 이현욱 건축가가 자신의 저서에 땅콩주택을 소개했다. 이후 땅값이 높아 집을 소유하기 힘든 수도권 지역을 시작으로 2~3년 전부턴 지역에서도 땅콩주택이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땅콩주택은 특히나 30대 부부들에게 인기가 많다. 또 가족과 함께 살고 싶지만 분리된 공간도 갖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땅콩주택을 찾고 있다.

전문가들은 땅콩주택을 짓거나 입주하기 전 다양한 사항을 꼼꼼하게 체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우선 건물이 공동 소유이다보니 재산권 행사 등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또 한 가구가 지분을 처분하거나 내·외부 수리, 담보 대출 등을 결정해야하는 경우 상대의 동의를 얻어야 할 필요도 있다.

또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만큼 프라이버시 침해에 대한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가까운 사이가 아니면 오랜 기간 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 일반 주택 시공·거주 시 고려해야 할 단열 등 에너지 효율성, 보안설비, 주차공간, 일조권, 법적 요건 등도 반드시 체크해야 할 사항이다.

◆좁아도 있을 건 다 있는 ‘협소주택’

지난 22일 찾아간 대구 남구 대명동의 한 주택. 삼각형 형태의 부지에 들어선 이 주택은 ‘협소주택’이다. 1층 24.5㎡에 3층 건물로 옥상엔 테라스까지 있다. 총 면적은 73.5㎡규모다.

겉으로 본 협소주택의 모양은 일반적으로 네모 반듯한 주택의 모양과는 달라 눈길을 끈다. 좁은 땅에 지어져 수납공간이 부족할 것으로 생각되지만, 버려진 공간은 찾아보기 힘들다. 계단 아래 빈 공간도 수납공간으로 만들고 세면대를 화장실 밖에 설치하는 등 공간을 효율화했다. 계단엔 책을 꽂을 수 있도록 해, 층을 이동하는 공간이 서재의 역할도 할 수 있게 했다. 공간의 활용성을 높여 공간이 넓게 느껴지도록 한 것.

협소주택은 한 필지에 한 가구가 거주하는 형태다. 땅콩주택이 가지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부지를 매입한 후 대지를 반으로 나누고 주택 사이를 띄우기도 한다.

건축디자인사무소 ‘인아크’의 황광수 대표는 “자투리 땅을 이용해 건물을 지을 수 있다는 점도 협소주택의 장점”이라며 “면적이 작기 때문에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고 거주자의 생활스타일에 맞춰 공간을 여러가지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또 “건축주의 요구와 건축자재에 따라 비용은 차이가 있지만, 평당 500만~600만원 선에서 가능하다”고 했다.

◆나만의 공간으로 꾸미는 ‘테라스하우스’

테라스하우스는 좁은 면적에 집을 지어올리되 층마다 테라스를 설치한 것이 특징이다. 겉은 주택이나 내부는 아파트 구조에 가까워 아파트 한 가구를 수직으로 쌓아올린 것과 같은 모습이다. 좁은 공간에 답답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선호한다.

대구 수성구 황금동에 들어선 테라스하우스는 대지면적 198㎡를 반으로 나눠 두 채가 자리하고 있다. 1층 면적 59.4㎡로 3층짜리 건물이다. 1층은 거실 겸 부엌, 2층은 안방, 3층은 자녀방으로 구성돼 있고, 옥상은 테라스로 이용 가능하며 태양광발전기가 설치돼 있다. 층마다 화장실이 있다.

이 테라스하우스에 사는 이한원씨는 건축시공사 ‘지평’의 총괄이사다. 테라스하우스를 짓고 난 뒤 자신이 반해 살게 됐다. 이씨는 “수성구에 위치한 아파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공간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각 층마다 설치된 테라스를 다양한 형태로 이용하고 있었다. 1층의 테라스는 손님 방문시 식사 장소로, 2층은 티테이블을 놓아 부부가 대화하는 공간으로, 3층은 아이들 공간으로, 옥상은 가족들이 함께 영화를 보는 공간으로 사용한다. 이씨의 가족들은 “자신이 원하는 공간을 집안에 마련하다보니 자연스레 집 안에 머무는 일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구경아 공인중개사는 “지난 3개월 동안 700통이 넘는 문의전화를 받기도 했다. 테라스하우스, 땅콩주택과 관련해 문의가 엄청나다”며 “아파트 말고 개성있는 주택을 찾는 이들이 생겨나는 등 주거문화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고 말했다.

이연정기자 leeyj@yeongnam.com
김미지기자 miji469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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