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집은 편안한가요

  • 유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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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24   |  발행일 2017-06-24 제16면   |  수정 2017-06-24
편히 쉬고 싶지만 왠지 불편한 내방
가족이 모여도 침묵만 흐르는 거실
獨 심리학자, 공간-심리 관계 주목
인간의 ‘주거 욕구’ 날카롭게 분석
당신의 집은 편안한가요
공간의 심리학//바바라 페어팔 지음/ 서유리 옮김/ 동양북스/ 232쪽/ 1만2천500원

사무실 벽을 유리로 교체했더니 직원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잘됐다. 아이 방 벽지를 파란색으로 바꾸었더니 성적이 올랐다. 집 안 조명을 노란색으로 교체했더니 가족의 분위기가 화목해졌다.

최근 집이나 자신이 머무는 공간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타인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에너지를 소비하기보다 혼자 시간을 보내려는 1인 가구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또한 주거 인식의 변화도 한몫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집은 잠자고 밥 먹는 공간이었지만 요즘은 정서적이고 기능적인 공간으로 새롭게 재조명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몸뿐 아니라 마음까지 쉴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은 공간과 그 공간에서 우리가 느끼는 심리를 다룬 책이다. ‘공간심리학’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독일에서 주목받고 있는 공간 심리학자인 저자는 지친 몸과 마음의 안식처가 되어야 할 집에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후 공간과 인간 심리의 상호 관계에 주목해 그 원인을 분석했다. 저자는 사람들이 집을 불편해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자신의 ‘주거 욕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공간의 모습과 현재 살고 있는 공간의 이질감으로 집이 불만족스럽고 불편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심리학자답게 인간 심리를 중요하게 다룬다. 그 사람의 내면에 숨어 있는 욕망과 그가 지금까지 살았던 집에 대한 기억들을 모두 고려해 현재의 공간에서 겪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집중한다. 그렇다면 저자가 말하는 ‘주거 욕구’란 무엇일까. 저자는 안전 욕구, 휴식 욕구, 공동체 욕구, 자기표현 욕구, 환경 구성에 대한 욕구, 심미적 욕구 등 크게 여섯 가지 영역으로 ‘주거 욕구’를 설명한다.

먼저 안전 욕구는 불안과 위험으로부터 나를 지키고 싶은 욕구다. 안전 욕구가 강한 사람은 집이 아무리 크고 값비싼 명품 가구로 채워져 있어도 밖에서 집 안이 훤히 보이거나 안전장치가 부실하면 불안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휴식 욕구는 혼자만의 느긋한 시간이 필요한 욕구다. 휴식 욕구가 강한 사람은 소음이 없는 조용한 나만의 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싶은 욕구가 높은 사람을 말한다. 공동체 욕구는 사람들과 만나서 이야기하는 게 가장 즐거운 사람의 주거 욕구를 말하며, 자기표현 욕구가 높은 사람은 많은 사람들에게 나의 가치를 알리고 싶어하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집이란 값비싼 명품 가구를 진열해 타인에게 자신의 가치를 드러내는 공간이 된다. 환경 구성에 대한 욕구는 새로운 변화를 두려워하기보다 오히려 즐기는 욕구를 뜻한다. 심미적 욕구는 늘 아름다운 것을 찾아다니는 욕구다. 책은 다양한 체크리스트를 통해 먼저 자신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주거 욕구’를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리고 자신의 ‘주거 욕구’에 따른 실용적인 팁과 상담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행복한 공간을 꾸미는 데 도움이 되는 구체적인 방법도 알려준다.

이처럼 책은 우리가 간과하고 있던 주거 욕구를 날카롭게 분석하며 내가 살고 싶은 집, 더 나아가 내가 살고 싶은 삶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타인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에너지를 소비하기보다 나만의 공간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려고 하는 현대인들, 전쟁터 같은 일터에서 격전을 치르고 집에서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고픈 직장인들에게 저자는 “내가 머무는 공간이 나의 인생을 결정한다. 나의 주거욕구를 파악하고 내가 살고 있는 공간에 나의 주거욕구를 마음껏 드러내라”고 말한다.

유승진기자 ysj194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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