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국민행복지수

  • 박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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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24   |  발행일 2017-06-24 제23면   |  수정 2017-06-24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히말라야 트레킹에 나서면서 부탄을 방문해 체링 톱게 총리, 카르미 우리 국민행복위원장을 만났다. 이후 문 대통령은 “정부가 국민을 행복하게 해주지 못하면 정부의 존재 가치가 없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부탄은 1인당 국민소득이 3천달러도 되지 않지만, 국민 97%가 행복하다고 느끼고 있는 나라다. 무상 의료·교육이 보장되며 고아나 노숙자도 없다. 부탄은 2008년부터 국민행복지수를 계량화해 공식 발표해오고 있다. 부탄 국민의 충만한 행복감에 관심이 많았던 문 대통령이 최근 국민행복지수를 개발해 연내 도입하도록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지시했다고 한다.

국민행복이란 개념이 세계적으로 공론화된 것도 2008년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 컬럼비아대 교수는 2008년 국가의 총체적 발전과 국민 삶의 질을 제대로 나타내지 못하는 GDP(국내총생산) 대신 국민의 행복을 계량화한 국민행복지수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티글리츠 교수의 제안에 즉각 반응을 보인 지도자는 사르코지 당시 프랑스 대통령이었다. 사르코지는 ‘경제 성과 및 사회적 진보 측정위원회’를 설립하고 스티글리츠 교수를 위원장으로 위촉해 GNH(국민총행복)라는 국민행복지수를 개발했다. 삶의 만족도·평균 수명·주거 공간·에너지 소비량 등 다양한 지표를 취합해 GNH를 산출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2011년부터 주거·건강·일과 삶의 균형 등 11개 항목을 반영한 행복지수를 발표해오고 있다. 유엔도 1인당 소득·기대수명·사회적 지원·반부패 등 6개 분야를 바탕으로 한 세계행복보고서를 내고 있다. 올해 2월 OECD가 발표한 행복지수에서 한국은 32개 회원국 중 31위였다. 1인당 국민소득 2만7천561달러(2016년 잠정치)라는 게 무색할 정도로 체감행복도가 낮은 게 우리의 현실이다.

GDP엔 반영되지 않으면서도 국민행복을 결정짓는 중요한 가치는 정의·자유·공정·복지·기회의 균등·삶의 여유 같은 것들이다. 하지만 우린 여전히 보편적 복지는 갈 길이 멀고 교육 불평등이 심각하며 곳곳에 불공정의 덫이 놓여 있다. 다만 문 대통령 취임사에선 국민행복에 기대감을 갖게 하는 대목이 나오긴 한다. ‘문재인정부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이고, 과정은 공정할 것이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다.’ 국민행복지수 도입이 국민행복 증진의 촉매 역할을 해주기 바란다. 박규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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