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스포츠 교류로 남북관계 물꼬 트나…평창올림픽 단일팀 제안

  • 박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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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26   |  발행일 2017-06-26 제3면   |  수정 2017-06-26
무주 세계태권도대회 축사서
비정치적 이슈부터 매듭 풀기
北 장 위원과 별도 회동은 안해
文, 스포츠 교류로 남북관계 물꼬 트나…평창올림픽 단일팀 제안
WTF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막식에 참석한 장웅 북한 IOC 위원(오른쪽 셋째).

문재인 대통령이 평창동계올림픽을 일곱 달 남짓 앞둔 지난 24일 남북단일팀 구성을 전격 제안했다. 남북관계에서 상대적으로 쉬운 문제부터 차근차근 북한과의 관계를 풀어나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반면 남북관계 개선을 향한 극적인 제안이나 정치적 신호는 애써 피해, 당장은 첫 한·미 정상회담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으로 분석됐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전북 무주 태권도원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연맹(WTF) 주최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막식에서 “최초로 남북단일팀을 구성해 최고의 성적을 거뒀던 1991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와 세계청소년축구대회의 영광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다시 보고 싶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미 대선후보 시절부터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이 참가해 남북 교류의 물꼬가 트였으면 좋겠다는 뜻을 계속 밝혀왔다.

단일팀 구성 제안은 여기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간 구상으로, 이는 문 대통령이 앞선 두 번의 보수 정권 때보다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훨씬 더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이날 개막식에 함께한 북한의 장웅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등에 각별한 관심을 표했다. 내빈석에 도착해 장웅 위원과 눈을 맞추고 밝게 웃는 얼굴로 악수한 문 대통령은 축사에서도 “제일 가까이 있지만 가장 먼 길을 오셨을 것 같다"며 “장웅 위원과 리용선 국제태권도연맹 총재, 북한 태권도 시범단에게도 진심 어린 환영의 말씀을 드린다"고 특별히 말했다. 앞서 북한 장웅 위원은 지난 2월 언론 인터뷰에서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 선수단을 파견할 의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 참석한 국제 스포츠행사를 북한이 참석하는 이번 대회로 선택한 것도 남북대화를 향한 적극적 신호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문재인정부 출범과 함께 10·4 남북정상선언이 올해로 10주년을 맞는 만큼 이에 걸맞은 변화와 새로운 계기가 모색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다만 문 대통령은 남북단일팀 구성을 제안하면서도 한·미 정상회담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북한과의 직접적 대화를 서두르지는 않겠다는 모습도 내비쳤다. 장웅 위원과 별도로 만나는 자리를 마련하지 않은 것이나, 축사에서 북한 정권을 직접 언급하지 않은 것도 그런 맥락이다.

박재일기자 park11@yeongnam.com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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