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불로고분군 금계국 장관 내년엔 못본다

  • 박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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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26 07:19  |  수정 2017-06-26 07:19  |  발행일 2017-06-26 제8면
토착식물 보호 위해 제거작업
대구 불로고분군 금계국 장관 내년엔 못본다
지난 23일 대구 동구청과 <사>대구동구자원봉사센터가 불로동 고분군에서 외래종 귀화식물인 금계국 제거작업을 벌이고 있다. <대구 동구청 제공>

해마다 6월이 되면 대구 동구 불로동 고분군(국가 사적 제262호)에 금계국이 만개해 장관을 이룬다. 금계국의 노란 물결이 파란 하늘과 어우러져 마치 한폭의 그림과도 같은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하는 것. 때문에 불로동 고분군에서는 평일에도 ‘황금 꽃길’ 사이를 걸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려는 나들이객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내년부턴 금계국의 황금물결을 볼 수 없게 된다. 대구 동구청이 제거작업에 나섰기 때문이다.

동구청이 고분군의 숨겨진 매력을 포기하는 과감한 결단을 내린 데는 이유가 있다. 원산지가 북아메리카로 외래종인 금계국이 고분군 주변의 희귀종 토착식물의 자생지를 빼앗아 고사 위기로 몰아넣고 있기 때문이다.

불로동 고분군 주변엔 산림청이 지정한 ‘희귀식물 위기종’인 ‘애기자운’과 ‘솔붓꽃’이 자생한다. 애기자운은 7~8월에 보라색의 작은 꽃이 피는 여러해살이풀로 대구와 경산, 칠곡 등지에서만 자란다. 솔붓꽃은 4~5월에 피는 보라색 꽃이 특징이다. 예전 무명을 짜던 시절에 풀칠하는 솔을 이 꽃의 뿌리로 만들었다고 해서 솔붓꽃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두 꽃 모두 개체 수가 적고 번식력이 낮아 보호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런데 고분군을 뒤덮은 금계국은 다년생으로 번식력이 왕성해 이들 희귀종 토착식물이 갈수록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이에 동구청은 지난 23일 <사>대구동구자원봉사센터 자원봉사자 300여명과 함께 금계국 제거활동을 벌였다. 앞으로 금계국을 제거한 자리에는 잔디를 심을 계획이다.

강대식 동구청장은 “애기자운과 솔붓꽃은 주로 우리 지역에서만 자라는 토착식물로 보호와 관리의 필요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광일기자 park8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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