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시대 자녀교육] 세상에서 가장 높은 분인 줄 알았던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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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26 07:48  |  수정 2017-06-26 07:48  |  발행일 2017-06-26 제18면
[4차 산업혁명시대 자녀교육] 세상에서 가장 높은 분인 줄 알았던 선생님

쑥도 대밭에서는 곧게 자란다는 말이 있다. 부모는 아이에게 대나무와 같은 존재다. 우리 아이들은 부모의 말투부터 마음 씀씀이까지 보고 배우면서 자란다. 아이의 성장에 부모 못지않게 큰 영향을 주는 존재는 바로 선생님이다. 부모는 항상 선생님을 신뢰하고 존중해야 아이도 선생님을 믿고 따른다.

경산에서 포도 농사를 짓던 필자의 부모님이 선생님을 대하시던 이야기다. “아부지예~ 농협장님 오셨는데예~.” “와, 뭐 가지고 왔나?” “예.” “그~ 놓고 가라 케라.” “농협장님, 놓고 가시라는데예~.” “아부지예~ 군수님 오셨어예~.” “와~.” “드릴 말씀 있답니더.” “좀 기다리시라케라, 이것만 하고 나가께.” “군수님 좀 기다리시라는데예.”

이런 부모님의 모습을 보고 자란 필자가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담임선생님의 첫 가정방문이 있던 날이었다. 오전에 농사일을 정리하고 어머니는 마루에 정성껏 소반상을 차려 놓고 정갈하게 옷을 갈아입고 대문 앞에 서서 선생님이 오시길 기다리셨다. 예전 시골의 가정방문이 그렇듯이 선생님께서 이 집에서 막걸리 한 잔 저 집에서 한 잔…. 끝집인 우리집에는 언제 오실지 몰랐지만 부모님은 한 번도 앉으시거나 싫은 내색 없이 선생님을 기다리셨다. 골목 어귀에 선생님 모습이 보이면 부모님은 90도로 정중하게 인사를 드렸고 선생님을 배웅하면서는 선생님께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필자가 잘못하면 꼭 혼내 달라고 부탁하셨다. 성암산 중턱에 서서 선생님께서 돌아가시는 모습을 10여 분간 지켜보고 서 계시다가 선생님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쯤이면 그 뒷모습에 존경의 마음을 담아 다시 한번 90도로 인사를 올렸다.

어린 필자의 눈에는 선생님이 세상에서 제일 높은 분인 줄 알았다. 행여 길에서 선생님이 멀리서나마 보이면 정중히 인사드렸고 선생님이 필자에게 가까이 오시면 다시 90도로 인사하곤 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인사만 잘 하는 학생이었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수업태도도 좋아지고 학업성적도 좋아졌다. 어머니는 항상 필자에게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라고 말씀하셨다. 한 번도 성적이 올랐네, 석차가 떨어졌네, 이런 말씀은 하신 적이 없었다. 시골 중학교에서는 최상위권이었지만 포철고로 진학하니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252명 중 244등. 처음에는 수업도 이해가 잘 안되고 힘들었지만 선생님을 믿고 가르침을 잘 따르며 열심히 공부해서 서울대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다.

요즈음 세태는 어떠한가. 아이들에게는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은 선생님들이 생겼지만 진정한 스승을 만나기는 점점 더 힘들어졌다. 그 원인 중 하나는 우리 아이들이 부모가 선생님을 진심으로 신뢰하고 존중하기보단 업무적으로만 대하는 모습을 보고 자라면서 아이들도 선생님을 믿고 따르지 않게 된 데 있다. 이런 풍토를 개선하기 위해선 부모의 변화가 절대적이다. 선생님을 신뢰하고 존중하는 부모의 모습을 보고 자란 아이는 인성뿐만 아니라 학업적인 측면에서도 발전가능성이 훨씬 높은 바른 자기주도인으로 성장하게 된다.

김종오<광덕자기주도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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