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정치칼럼] 개인 차원 넘은 의혹…‘令’이 설까

  • 송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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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26   |  발행일 2017-06-26 제30면   |  수정 2017-06-26
교육장관의 논문표절 시비
국방장관의 방산업체 취업
노동장관의 임금체불 전력
청문회서 소명되지 않으면
文대통령의 엄중결단 필요
[송국건정치칼럼] 개인 차원 넘은 의혹…‘令’이 설까

오늘(26일)부터 문재인정부 고위직 후보자들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다시 열린다. 야당이 ‘부적격 신(新)3종 세트’로 규정하고 자진사퇴나 지명철회를 요구 중인 송영무 국방부 장관(28일),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29일),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30일)도 차례로 청문회장에 앉는다. 세 사람을 둘러싼 의혹들이 다양하게 제기돼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그들이 ‘후보자’ 꼬리표를 떼내고 장관이 됐을 때 맡게 될 직무와 관련된 사안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물론 아직은 언론과 야당이 꺼낸 ‘의혹’ 수준이다. 하지만 온 국민이 지켜볼 국회 청문회에서 납득할 정도의 해명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 만일 그 상태에서 임명을 강행하면 그들이 이끌어 갈 부처에서 장관의 영(令)이 설 수 없는 까닭이다.

교육정책을 이끌겠다는 김상곤 후보자는 박사학위 논문표절 의혹을 받는다. 박근혜정부 시절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자기 논문 표절로 낙마한 사례가 있다. 노무현정부 때 논문표절 시비에 휘말린 김병준 교육부 장관은 당시 전국 교수노조위원장이던 김상곤 후보자 등으로부터 퇴진 압력을 받아 장관 취임 후 18일 만에 물러났다. 김상곤 후보자는 임명되면 ‘사회부총리’ 역할도 한다. 그는 2007년 평생교육시설인 ‘전태일을 따르는 사이버 노동대학’ 총장 시절 졸업식에서 “자본주의 족쇄를 거부하고 사회주의를 상상하자”고 했다. 그는 과거에 자신이 대표로 있던 회사의 산재보험료와 고용보험료 33만원 체납으로 자택이, 주정차 위반 과태료 4만원 미납으로 승용차가 압류되기도 했다. 그가 사회부총리로서 ‘준법 정신’을 말하면 설득력이 있을까.

송영무 후보자는 해군참모총장 시절 계룡대 근무지원단의 납품 비리에 대한 수사 중단을 지시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전역 후 국방공공팀을 신설한 대형 법무법인과 방산업체에 취직해서 모두 9억9천만원과 2억4천만원을 급여로 받았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불법취업은 아니지만 돈의 액수는 차치하고라도 ‘전관예우’였다면 국방정책을 총괄하는데 부담이 되지 않을까. 조대엽 후보자가 사외이사를 맡아 경영에도 관여한 흔적이 있는 ‘한국여론방송’에선 직원 임금체불이 있었다. 고용노동 정책을 펼치면서 임금을 제때 주지 않는 기업에 뭐라고 말할까. 앞서 법무장관으로 지명됐다가 사퇴한 안경환 서울대 교수는 언론 기고에서 음주운전, 다운계약서 작성 같은 위법행위를 한 경험이 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청와대와 여당은 도덕성 검증의 잣대가 너무 높다고 토로한다. 자신들이 야당 시절 같은 이유로 공직 후보자를 공격했던 일은 생각하지 않는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다. 인수위 없이 바로 국정 운영에 들어가면서 급하게 인사를 하느라 후보자들의 도덕성 검증을 충분히 하지 못한 사정은 이해한다. 그러나 김상곤·송영무·조대엽 후보자는 개인의 도덕성 논란을 넘어섰다. 장관직에 올라 부처를 지휘할 때 논문 표절, 군납 비리, 사용자의 갑질을 떳떳하게 꾸짖고 처벌할 명분을 잃었다. 만일 이 문제를 덮고 넘어가면 사회 전반에 심각한 불감증이 생긴다. 논문을 베껴도 교육부 장관이 되고, 방산업체에서 고액의 자문료를 받아도 국방부 장관이 되고, 임금을 제때 안줘도 고용노동부 장관이 될 수 있으면 안 된다. 자본주의 족쇄를 거부하고 사회주의를 상상하자는 사회부총리도 안 된다. 사회 전반에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서라도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 세 사람이 제기된 의혹들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해서도 말끔히 해소하지 못할 경우에 그렇다는 말이다.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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