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한국외교, 정면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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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26   |  발행일 2017-06-26 제30면   |  수정 2017-06-26
사드 ‘전략적 모호성’ 전략
美中 사이 입지만 어려워져
양국과의 정상회담 통해
확고한 한미동맹 확인하고
中과 실무적 협조관계 구축
20170626

한반도를 둘러싼 치열한 외교전이 전개되고 있다. 한·중 양국은 무려 16개월 만에 차관급 전략 대화를 열었고, 미국과 중국은 지난 4월 시진핑·트럼프 회담에 따라 신설된 첫 번째 외교안보대화를 개최했다. 북한은 억류 중이던 미국 시민을 의식불명 상태로 송환해 사망케 해 미국과 국제사회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29∼30일 양일간 미국에서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정상외교 데뷔전을 통해 강력한 한미동맹을 확인하고 북핵 공조, 사드 논의라는 복잡한 실타래의 가닥을 풀어야 하는 순간을 맞았다.

문제는 관련국들의 셈법이 다른 상황에서 기존 정부와는 다르게 북핵과 사드 문제에 접근하려는 문재인정부의 입장이 얽히면서 한국은 커다란 외교적 도전에 봉착했다는 점이다. 특히 대미·대중 외교의 핵심인 사드 배치 문제의 돌파구가 과연 있을지 해법 마련이 관건이다. 문재인정부의 일차적 복안은 일단 사드 배치 절차의 적법성 문제를 제기하면서 시간을 벌고, 이를 중국에는 적어도 사드 배치를 서두르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시간적이고 전략적인 완충지대를 설정하는 ‘전략적 모호성 전략’이다. 이러한 완충지대가 설정된다면 그사이에 북핵문제 해결에 ‘실질적 진전’을 이뤄내 사드 문제를 풀어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재인식 사드 해법’에 미국은 미국대로 중국은 중국대로 불만이다. 미국은 사드배치절차 검증 문제를 제기한 문재인정부를 향해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고 있다. 한국 정부가 사드를 중단하겠다는 의도가 절대 아님을 강조하고 있지만 미국은 북한 미사일로부터 한국과 주한미군을 방어하겠다는 사드배치가 왜 문제가 되는지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주장이다. 일부 미국 학자들은 한국이 자국 및 주한 미군 방어에 소극적이라는 인식을 미국에 주게 되면 결국 주한미군 철수의 빌미로 작용할 것이라는 주장도 한다. 틸러슨 국무장관이 한국의 입장을 존중한다면서 일단 봉합을 시도하고 있지만 향후에도 논란이 그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은 중국대로 문재인정부를 더욱 압박하고 있다. 새 정부 출범에 내심 사드 배치 철회까지 기대했던 중국은 실망한 분위기다. 특히 문 대통령이 제시한 절차적 적법성 강조를 일종의 ‘지연작전’ 또는 ‘힘 빼기 작전’으로 일축하면서 근본적인 ‘확실한 사드 철수’만이 유일한 해결 방법임을 강조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결국은 내년 안에 한국에 사드 포대가 배치된다는 것이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경제 보복에 대해서도 중국의 행동은 경제 보복과는 무관한 ‘국민의 감정’에 따른 것이라는 궤변을 들고 나왔다. 현 상황에서는 절대로 물러날 의사가 없음을 천명하면서 사드 배치의 대가를 치러야 함을 계속 협박하고 있는 것이다.

4월 최고조에 달했던 미중·한미 대북 공조에 균열이 보이자 북한도 한국의 입지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문재인정부의 인도적 방북 교류도 거부하고, 이산가족 상봉 제의에는 귀순 종업원의 북한 송환을 걸고 나왔다. ‘조선의 핵’은 억만금과도 바꿀 수 없다면서 비핵화 협상 가능성을 일축하고 여전히 미사일 도발을 계속하고 있다. 현 정부가 북한과의 소통을 중시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는 북한이 덜렁 한국의 제안을 쉽게 받아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복잡한 외교 사안들을 정제되지 않은 언사로 전달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특히 중국에 사드 배치 재고나 철수 같은 잘못된 메시지를 주면 안 된다. 만일 사드 배치가 제3국의 압박에 의해 번복된다면 향후 더 강한 압박을 초래하는 빌미가 될 게 자명하기 때문이다. 사드 문제를 가지고 더 이상 왈가왈부하는 것은 이제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확고한 한미동맹을 확인하고, 한중 정상회담에서는 실무적이고 구체적인 협조 관계를 구축하는 시도가 필요하다. 강준영 (한국외대교수·차이나 인사이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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